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농협에 대한 정부의 현물출자와 관련, "산은지주 주식이 농협에 출자되면 민영화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강 회장이 농협 현물출자와 민영화의 패키지 추진 가능성을 공식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강 회장은 지난 22일 여의도 산업은행에서 열린 KDB롯데체크카드 출시 행사에서 본지 기자와 따로 만나 "농협 현물출자 주식에 산은지주 주식을 포함할지 여부는 전적으로 정부가 결정할 일"이라면서도 "산은지주 주식이 출자주식에 포함되면 민영화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는 산은 민영화의 전제가 되는 국회의 보증동의 절차를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산은 주식을 한 주라도 민간에 넘기기 위해서는 해외에서 발행한 잔존만기 1년 이상 외화표시 채권에 대해 국회로부터 정부 보증동의를 받아야 한다. 산은지주 주식을 농협에 넘길 때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산은 안팎에서는 산은지주 주식이 농협에 현물출자되면 국회로부터 보증동의를 받기가 쉬워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물출자를 통해 국회의 동의를 받아놓으면 민영화를 위한 기업공개(IPO) 때 또다시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농민들의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국회의원들도 보증 동의를 굳이 반대할 명분이 없다. 농협도 유동성과 배당률이 높은 산은지주 및 기업은행 주식을 선호하고 있다.
하지만 출자 주체인 금융위원회와 정책금융공사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두 주식을 출자하면 정책금융공사의 자산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쳐 정책금융 기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산은지주는 23일 민영화를 위한 첫 단계인 기업공개(IPO) 주관사 접수를 마감한 결과 국내외 26개 증권사가 참여했다고 밝혔다. 산은지주는 이들 증권사에 대한 서류심사를 통해 15개 협상 적격자(쇼트 리스트)로 후보군을 좁힌 뒤 다음달 초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산은지주는 올해 10월께 정부와 정책금융공사가 보유한 주식 가운데 10% 이상을 매각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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