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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창립 40주년] "경제 재도약 위해 투자 아끼지 말아야"

박태준 명예회장에 듣는다<br>"지난 10년간 투자 소홀해 국가경쟁력 약화<br>朴전 대통령 의지가 오늘의 포스코 만들어<br>이젠 글로벌 기업으로 국가 선진화 기여를"

박태준 명예회장

1일 포항 본사 대회의장에서 열린 '창립 40주년 기념식' 에서 박태준(앞줄 오른쪽) 명예회장과 이구택(〃왼쪽) 회장이 영일만의 신화를 담은 영상물을 보면서 감회에 어린 표정을 짓고 있다.


광양제철소 전경

“지난 10년 동안 우리나라의 모든 산업체나 경제 분야에서는 투자를 소홀히 했습니다. 이대로라면 나라의 경쟁력을 지탱하는 데 무리가 있습니다.” 1일 포스코 창립 40주년을 맞아 포항제철소를 찾은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은 기자간담회를 갖고 한국경제의 재도약을 위해서는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와 기업인들이 과거 10년간 투자를 꺼려 한국경제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다”면서 “(한국경제를) 성장궤도에 다시 올리려면 정부는 분배보다 성장에 치중하고 국민은 다시 뛴다는 각오로 투자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 명예회장은 재계 원로 자격으로 최근 청와대를 찾아 대통령과 경제현안을 논의했다는 점을 밝히면서 “현 정권도 분배에 치중했던 지난 정권과는 달리 정책 우선순위를 성장에 두고 있더라”고 덧붙였다. 그는 기자간담회에 앞서 포스코 창설멤버들과 함께 포스코 역사관을 둘러보며 옛 추억을 들려주기도 했다. 특히 지난 1967년 11월 자신이 직접 주재했던 종합제철소 추진위원회 회의 사진을 유심히 들여다보면서 “여기에 나와 있는 정부 사람들은 모두 제철소 건립을 반대하려고 참석한 것”이라며 “당시 국내외의 모든 사람들이 반대했던 터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의지가 없었다면 현재의 포스코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1958년 자유당 정부 시절부터 계획했던 종합제철소 건설 시도는 5차례의 포기 끝에 1961년 이후 박 전 대통령이 취임한 뒤 구체화됐다. 하지만 암울했던 정치상황보다도 더 암담했던 경제현실 속에서 제철소 건립의 꿈은 국내외의 회의적인 시각과 반대 여론, 주요 기관들의 잇단 타당성 부적합 판정 등으로 벽에 부딪쳤다. 가장 큰 문제는 당시 돈으로는 천문학적인 1억달러 이상의 건설 비용. 연간 수출액이 1억달러에 불과했던 시절에는 도박에 가까운 도전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1968년 4월1일 창립된 포항제철은 35년간의 일제 식민통치에 대한 보상으로 일본이 내놓은 대일청구권 자금 중 7,370만달러와 일본수출입은행의 상업차관 5,000만달러 등 총 1억2,370만달러를 극적으로 조달함으로써 제철소 건설을 추진할 수 있었다. 박 명예회장은 첫 삽을 뜰 당시의 감회를 묻는 질문에 “대통령의 의지가 얼마나 강했으면 허허벌판인 포항까지 내려왔을까, 이제 고생문에 들어가게 됐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면서 “24시간 책임감에 젖어 있으면서 새로운 일을 할 때마다 고통의 연속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어 “사람이 자기 역량에 넘치는 일을 하면 반드시 건강에 해가 오더라”면서 “결국 왼쪽 가슴에서 주먹만한 혹을 떼어내는 대수술을 하게 됐다”며 당시의 고충을 이례적으로 언급했다. 제2 제철소인 광양제철소를 본격 가동해 총 2,100만톤 체제를 갖추게 된 1992년. 박 명예회장은 박 전 대통령 묘소를 찾아 ‘제철 입국의 대역사 완수’를 보고한 뒤 일선으로 물러나게 된다. 포스코의 지난 40년을 되돌아볼 때 아쉬움이 남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단호하게 “없다”면서 “최선을 다해 일했고 후배들도 잘하고 있다”고 답했다. 아울러 포스코 임직원들에게 “전 임직원이 하나로 뭉쳐 어떠한 악조건 속에서도 도전정신을 포기한 적이 없었던 전통을 명심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굳건하게 자리잡아 우리나라의 선진화에 기여해달라”는 당부도 아끼지 않았다.
"朴회장 상식초월 일해내 내 보고서 틀리게 했다"

당시 IBRD실무자 자페 실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은 지난 1969년 당시 IBRD 실무자로서 한국의 일관제철소 건설에 부정적인 보고서를 낸 자페(J Jaffe)와의 인연으로 유명하다. 1986년 박 명예회장이 IISI 총회를 마치고 런던에 자페를 초청한 자리에서 “지금도 당신의 그 보고서가 옳다고 믿느냐”고 질문하자 자페는 “현재도 그 보고서가 옳지만 박 회장이 상식을 초월하는(beyond common sense) 일을 해내 보고서를 틀리게 했다”고 답변했다. 1988년 포스코를 방문한 자페는 포스코의 성공요인으로 지도자의 끈질긴 노력, 설비구매의 효율성, 낮은 생산원가, 인력개발, 건설기간의 단축 등을 언급하기도 했다. 1978년에는 중국의 최고 실력자 등소평이 일본의 기미츠제철소를 찾아 이나야마 요시히로(稻山嘉寬) 당시 신일철 회장에게 “중국에도 포항제철과 같은 제철소를 지어달라”고 부탁하자 “중국에는 박태준이 없지 않느냐”라는 대답을 듣고 한동안 중국에서 박태준 연구 열풍이 불기도 했다.

해외시장 공략·원자재 확보 "미래 성장동력 챙긴다"
■ 포스코 앞으로의 역점은
印-베트남-中-멕시코 잇는 글로벌 철강벨트 구축나서
濠·加등 현지법인 통해 철광석·유연탄 안정적 조달도

"해외시장 공략과 원자재 확보, 두 마리 토끼를 잡아라." 올해로 설립 40주년을 맞은 포스코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맞춰져 있다. 포스코는 이를 위해 글로벌화를 선택했다. 인도ㆍ베트남 등 이머징마켓에 공격적으로 진출해 현지 시장을 공략하고 현지 자원개발 업체들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안정적인 자원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 회사 측은 이를 통해 총 조강생산량 5,000만톤 체제를 갖춘 '글로벌 빅3'로 우뚝 서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실제 포스코는 인도~베트남~중국~멕시코를 잇는 글로벌 철강벨트를 추진하고 있다. 인도 동북부 오리사주에서 추진 중인 일관제철소는 오는 2010년까지 1단계 사업으로 슬래브 150만톤, 열연코일 250만톤 등 연산 400만톤 규모로 건설된다. 모두 120억달러를 투입해 장기적으로 1,200만톤의 생산능력까지 갖춘다는 야심찬 전략이다. 포스코는 또 지난 2006년 11월부터 베트남 호찌민 인근에 연산 150만톤 규모의 냉연공장과 300만톤 규모의 열연공장을 세운 데 이어 일관제철소 건설도 진행 중이다. 세계 최대의 철강 시장인 중국에는 장자강푸샹부슈강 등 10여개의 생산ㆍ가공법인을 이미 설립했으며 멕시코에도 자동차 강판공장을 설립하고 있다. 원자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해외시장 진출도 활발하다. 포스코는 이미 호주ㆍ캐나다 등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원자재 개발에 나서고 있으며 철광석 등에 대한 안정적 조달과 설비투자를 연계하는 방식으로도 자원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구택 회장은 "현재 철광석과 유연탄을 해외에서 직접 개발해 조달하는 비중이 각각 15%, 22%에 그치고 있다"며 "향후 10년간 이를 30%까지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포스코가 성장세가 정체된 국내 시장을 벗어나 성장성이 높은 해외시장을 공략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전략"이라며 "글로벌 무한경쟁시대를 맞아 과감한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에 나서는 등 보다 공격적인 전략을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스코가 이처럼 글로벌 진지 구축에 나설 수 있는 것은 '실패하면 (바다 쪽으로) 우향우해서 영일만에 빠져 죽자'라는 패기와 불굴의 창업정신으로 똘똘 뭉쳐 있기 때문이다. 1968년 4월1일 설립된 포항제철은 당시 일본이 내놓은 대일청구권 자금으로 영일만 모래밭에 국내 유일의 일관제철소를 세우고 국내 산업계에 쇳물을 본격적으로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후 민영화를 통해 사기업으로 변신한 포항제철은 2002년 사명을 포스코로 바꾸고 새로운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창립 당시 16억원에 불과하던 자산규모는 지난해 30조4,928억원으로 2만배 가까이 늘었고 포철 1기가 가동된 1973년 416억원이던 매출액은 지난해 22조2,000억원으로 530배 이상 증가했다. 포스코가 지난 40년간 생산한 철강재는 후판 6,925만톤, 열연 2억1,376만톤, 냉연 1억3,384만톤, 선재 3,936만톤, 스테인리스 1,941만톤 등 총 5억5,085만톤으로 이는 중형차 5억8,00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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