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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 불안] 현황
입력2000-05-24 00:00:00
수정
2000.05.24 00:00:00
성화용 기자
[금융시장 불안] 현황금융시스템 흔들… 신뢰가 무너진다
금융시스템이 흔들리고 있다. 은행창구는 곧닥칠 구조조정에 몸을 사리고 있고, 2금융권은 넉넉치 못한 유동성에 자신의 몸조차 추스리기 힘들다. 투신사는 빠져나가는 수탁고때문에 기업의 돈줄을 당긴다.
증시는 맥이 빠진채 하락을 거듭하고, 기업들은 증자차질로 신규투자의 꿈을 버리고 있다. 기업들로선 엎친데 덮친격이다.
시장불안을 잠재워야할 정부는 미숙한 정책집행으로 금융시장 불안을 오히려 부추기는 악순환이 거듭되는 상황이다. 외국인 자금 이탈마저 우려된다. 영남종금의 유동성위기가 대표적인 예.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사라진 상황에서 일부 중견그룹들은 자금난에 처하는 모습마저 나타나고 있다. 시장에는 3~4개 중견그룹의 자금악화설이 파다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경제위기의 핵심요인은 『시장참여자들의 신뢰상실』이라고 지적한다.
시장이 받아들일 수 있는 구조조정의 액션 프로그램을 신속하게 내놓아야 한다고 분석한다. 「충분한 돈(공적자금)」을 갖고 부실금융기관의 과감한 퇴출과 합병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지표, 불안한 현재와 미래= 금융시장은 이제 「1분기 성장률 12.8%」라는 화려한 성적표를 뒤로 하고 오히려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연이은 주가하락과 두자릿수로 올라선 회사채 금리(채권가격 하락), 환율상승(원화가치 하락) 등 「트리플 약세」는 현 금융시장에 대한 불안감과 변곡점을 지나 하강세로 돌아선 경기전반에 대한 불안감을 반영한 것.
대외요인도 현재지표의 불안감을 더하고 있다. 미국의 잇따른 금리인상에 따른 외환유출 가능성, 유가급등으로 인한 물가불안심리, 동남아금융불안 확산 등 먹구름이 엄습하는 양상이다. ★그림참조
◇구석으로 몰리는 금융기관= 투신사는 연이은 수탁고 감소로 허덕거리며, 만기가 돌아온 회사채와 기업어음(CP)상환에 여념이 없다. 정상적인 매수여력이 상실돼 가고 있는 셈이다. 은행신탁도 마찬가지. 1년 이상 지속돼온 신탁예금 이탈로 은행 신탁의 단기자산 운용 규모는 감소세를 거듭하고 있다. 한빛은행의 경우 신탁계정의 단기자산(표지어음·CP)투자규모가 올해들어 지난달말까지 4,600억원 가량 줄었다. 금융기관 서로간에도 자금공유 기피 현상이 일어날 조짐이다. 24일 영남종금의 영업정지는 근본적으로는 금융기관간 믿음부족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 속에서 기업들의 자금난은 가중되고 있다. 현대그룹의 경우 현대투신 파문당시 10%대에 불과하던 당좌한도소진율이 40%선까지 올라섰다. 만기 CP상환을 위해서다. 시중에는 3~4개그룹의 자금난 소식이 들려온다. 「제2의 새한그룹」에 대한 두려움이 금융시장 불안을 자극하고 있는 셈이다.
◇돈가뭄 기업은 극히 일부, 문제는 신뢰상실= 시장의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지만, 실제 기업들의 자금상황이 최악으로 빠져든건 아니다. 자금난이 심각한 곳은 극히 일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H그룹의 경우 삼성그룹의 「위성계열」이라는 점 때문에 오히려 피해를 보고 있는 케이스. 이동통신계열사의 매각협상이 지연되고 주가가 폭락했다는 점이 걱정스럽기는 하지만, 당장 자금이 어려워 허덕이는 상황은 아니다.
주채권은행 관계자는 『최근 운전자금을 신규로 빌려쓰거나 급전을 요청한 사례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위험한 기업」으로 시장에 알려진 또다른 H그룹과 D그룹은 오히려 자금이 남아돌고 있다.
H그룹 주채권은행관계자는 『돈을 가져다 쓰라고 대출마케팅을 해도 당장 신규수요가 없어 안쓰겠다고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D그룹은 올들어 단기자금 3,000억원을 상환했다. 당좌소진율도 10~20%선에서 제자리다.
시장의 우려대로 최근 자금사정이 어려운 그룹도 있기는 하다. S그룹은 최근 단기자금을 가장 많이 빌리는 곳으로 꼽힌다. 주채권은행뿐 아니라 다른 시중·국책은행에 운전자금을 요청하고 있으며, 일부은행에서는 당좌대출을 한도까지 끌어쓰고 있다. 그러나 이 그룹도 최악의 상황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일부 계열사가 코스닥에 등록, 10월이 지나면 지분을 처분, 3,000억이상이 확보된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2금융권의 상황압력이 해소돼야 하며, 이를위해 금융기관과 기업의 신뢰회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거시지표의 악순환 우려= 문제는 이같은 상황이 더 지속될 경우다. 이는 곧바로 외국인 자금과 이탈과 연결될 수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외국자금 이탈규모가 최대 600억달러까지 가능하다고 추산한다. 이중 100~200억달러는 금새라도 빠져나갈 수 있는 규모다. 외국인 자금의 이탈은 시장의 걷잡을 수 없는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정기영 삼성금융연구소장은 『최근의 금융시장 불안은 일종의 「워밍업」 단계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정부의 불명확한 정책집행에 대한 시장의 경고라는 해석도 덧붙였다. 더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성화용기자SHY@SED.CO.KR
김영기기자YGKIM@SED.CO.KR
입력시간 2000/05/24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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