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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김영환 고문 논란

북한인권운동가 김영환씨에 대한 고문 논란이 날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지난 27일 김씨에게 전기고문이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30일에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중국 측이) 한 달 동안 수갑을 찬 채로 의자에서 자게 했고 6일간은 아예 잠을 안 재웠다"고 주장하며 연일 김씨에 대한 가혹행위를 부각시키고 있다.

정부 입장은 여전히 사실관계 확인이 우선이라는 신중론에 기반을 두고 있다. "증거도 없는데 중국에서 뭔 소리냐 하고 나오면 대응이 쉽지 않다. 어려운 일이다" 는 것이 외교부 한 당국자의 말이다.

우리나라 국민이 고문당했다는데 중국에 할 말은 하겠다는 의지가 없다고 지적하기는 쉽다.

하지만 이 문제를 '의지'만 갖고 해결할 수 있을까. 실제 이 문제가 외교 문제로 비화했을 때 눈치만 본다고 비난하는 이들은 무엇을 책임질 수 있는가. 중국 측에 할 말은 하자는 주장은 순간적으로는 통쾌하게 들릴 수 있다. 한중 관계만 의식한 저자세 외교라고 비난하기도 쉽다.

그러나 우리 정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냉철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김씨가 지난달 2차 영사면담 당시 가혹행위가 있었다고 말한 후 우리 정부가 중국에 사실확인을 요청한 바 있다. 그때도 중국 정부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김씨 말에만 의존해야 할 판이다. 국제형사재판소(ICC)나 유엔 인권이사회 등에 제소해도 한계가 있다.

정작 당사자인 김씨는 여기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그가 직접 입을 열지 않는 이상 작금의 논란은 그저 말뿐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주중대사 소환 등 강경 대응을 주장하는 것은 단지 관련된 이들의 이름값 높이기를 위한 것으로만 비칠 수밖에 없다.

올 초 탈북자 송환 문제, 해마다 반복되는 독도 문제, 북한인권 등 각종 외교 현안이 불거질 때마다 큰 목소리들은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이들은 사회적 이슈가 된 사안에서 주목을 받은 후에 사안이 진정국면을 보이면 썰물처럼 사라졌다. 김씨를 둘러싼 논란에도 비슷한 모습이 반복되는 듯한 느낌이 기자의 억측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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