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간의 사이버 갈등이 주요2개국(G2)의 글로벌 경제패권 전쟁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는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의식해 사이버범죄 혐의로 중국군 장교 기소, 환율 절상 압력, 중국 정보기술(IT) 인력의 비자 거부 등 중국 길들이기를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도 미 기업에 대해 판매 및 서비스 제한이나 강력한 반독점법 적용 등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2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국영기업에 미 컨설팅 기업과 더 이상 거래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FT는 한 소식통을 인용해 "맥킨지·보스턴컨설팅그룹(BCG) 등 미 컨설팅 기업들이 중국 기업기밀을 미 정부에 넘길 것을 우려해 이같이 지시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중국 화웨이의 미 기업 인수 불발, 에드워드 스노든의 국가안보국(NSA) 도청 폭로 등으로 고조되던 양국 간 사이버 갈등은 지난 19일 미국이 중국 인민해방군 소속 장교 5명을 산업스파이 혐의로 기소하면서 거의 폭발 직전에 이르렀다.
현재 양국이 하루가 멀다하고 보복성 조치를 주고받으면서 갈등도 증폭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 정부는 최근 콜로라도에서 열린 우주 및 사이버 컨퍼런스에 참석할 예정이던 중국인 12명에 대해 이례적으로 비자 발급을 거부했다.
로이터는 한 고위관리를 인용해 "워싱턴 당국이 올 8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의 해킹ㆍ보안 컨퍼런스인 '데프콘'과 '블랙햇' 대회 참가를 신청한 중국인의 비자 발급도 거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미국이 이중잣대를 가진, 고상한 척하는 악당"이라고 강력히 반발하며 현지에 진출한 미 기업들을 정조준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최근 정보기술(IT)·금융·에너지 등 국가안보나 공익과 관련된 분야의 제품과 서비스의 경우 새로운 보안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면 중국 판매를 금지하기로 했다. 보안 문제를 이유로 중앙정부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최신 운영체계인 윈도8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중국 상무부는 미 기업을 겨냥해 반독점법을 혹독하게 들이대고 있다. 시장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중국에 가격차별을 했다는 이유로 조사를 받았던 퀄컴의 경우 무려 10억달러의 벌금을 물 상황이다. FT는 "최근 양국의 갈등은 단순한 사이버 차원을 넘어 세계의 슈퍼파워(미국)와 새로운 도전자(중국) 간의 지정학적 경쟁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