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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허삼관' 하정우 감독, 배고팠던 시절 만두 하나처럼… 사소한 소중함 보여주고 싶었죠


전작서 보여준 내 색깔 많이 지우고 원작 속 해학 살리려 수없이 수정

책임감·기대 커져 100배는 더 떨려

매너리즘 빠지지 않으려 연출 시작… 좋은 배우보다 영화인 되는게 목표


"배우로서 개봉 날을 맞이하는 것과 비교하니 딱 100배 더 떨리는 거 같아요."

영화 '허삼관'의 개봉일인 14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감독 하정우(사진)가 관객의 평가를 기다리고 있는 심정을 토로했다. '허삼관'은 2013년 10월 '롤러코스터'로 입봉한 하정우 감독의 두 번째 연출작. 하지만 두 영화의 차이는 꽤 크다. 그는 "'허삼관'은 전작과 비교해 제작비만 14배 많고 참여한 인원도 그 정도 차이가 나요. 그만큼 책임이 무겁고, 한편으론 기대도 큰 셈이죠"라고 말했다. 이어 "'롤러코스터'는 흥행을 못한다 해도 도망갈 구석이 있었거든요. 저예산인데다 첫 작품이었고, 유명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지도 않았고... 하지만 '허삼관'은 변명의 여지가 없잖아요. 제대로 된 평가를 받는 것이니만큼 긴장이 많이 되네요"라고 덧붙였다.

연출 스타일에서도 두 영화는 참 다르다. 전작 '롤러코스터'가 '하정우표 코미디'로 불릴 정도로 그의 개성이 뚜렷했다면 이번 작품은 좀 더 무난하고 대중적이다. 실제 감독은 자신의 취향을 지우기 위해 오히려 애썼다고 말했다. "상업영화에서 감독이 자신의 색을 꼭 드러낼 필요가 있을까, 내 취향이 이 영화에 맞는 보편성을 가지고 있는 건가에 대해 의심을 한 거죠. 저는 아직 신인감독인 만큼 지금 경험도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이러다 보면 세 번째, 네 번째 작품은 보다 밀도 있는 게 나오지 않을까, 좀 더 단단해지지 않을까 생각하죠."



영화는 중국 작가 위화의 소설 '허삼관 매혈기'를 원작으로 한다. 피를 팔아 가족의 생계를 잇는 허삼관의 이야기가 골자이며 원작이나 영화나 큰 줄기는 비슷하다. 하지만 소설이 1950년대~1960년대 중국, 혹독한 기근과 문화혁명의 대혼란을 배경으로 한다면 영화 '허삼관'의 배경은 한국으로 바뀌었다. 소설의 알맹이라고 할 수 있는 문화혁명에 관한 이야기가 빠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감독도 아쉬운 부분이지만 대신 위화 소설이 가지는 특유의 위트와 해학에 초점을 맞췄다고 한다. 코미디는 하정우 감독이 가장 자신 있는 분야기도 하다. "소설의 문어체적 어투를 되도록 다 살려내려고 했어요. 캐릭터들이 솔직하고 즉각적으로 말을 주고받는 그 패턴들. 그게 제일 재밌는 부분이거든요. 책이 가지는 재미를 영화에서도 느낄 수 있도록 수없이 많은 리딩과 수정을 거쳤어요."

한국 실정에 맞춰 원작을 소소하게 각색한 부분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특히 영화 속에서 만두는 소설과 달리 주제의식을 담을 정도로 중요한 소재로 부각됐다. "군대를 겨울에 가서 추울 때 훈련을 받았는데 그때 햇빛이 고맙다는 걸 새삼 알게 됐거든요. 배고팠던 시절 아이에게 가장 큰 소망은 따뜻한 만두 하나 먹는 게 아닐까요. 그런 사소하지만 소중한 감정들에 대해 말하고 싶었어요."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고, 영화까지 찍는 다재다능한 그이지만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역시 배우로서의 역할이다. "배우로서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기 위해 연출을 시작했고, 역할을 기다리는 막막한 시간을 이겨내고 싶어 그림을 그렸죠. 좋은 배우가 되는 게 지향점이었지만 지금은 좋은 영화인이 되고 싶다고 말하고 있어요." 목표는 늙어서도 계속 영화를 찍고 즐기는 것. "클린트 이스트우드나 우디 앨런 멋있지 않나요. 나이가 들어서도 영화 찍는 실버타운 같은 거 만들어 함께 연기하던 친구들과 활동한다면 진짜 재미있을 거 같아요."

사진=권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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