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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시장 안정화의 길

지난 85년 선진국간 플라자합의가 이뤄진 이후 일본의 엔고가 본격화되고, 저금리가 장기화되면서 일본 도심의 부동산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토지저당 담보채권은 92년에 이르러 150조엔을 넘어섰으며, 부동산 값은 유동성과잉으로 오름세를 지속해 일본의 경제성장능력을 초과하는 거품을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일본경제의 경쟁력 후퇴와 함께 90년대 초반부터 부동산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해서 90년대 중반까지 동경 중심상업지의 부동산가격은 50% 이상 떨어졌다. 그리고 이러한 경기후퇴의 국면에서 일본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이 급증하였으나 일본정부의 미온적인 대응으로 금융기관의 부실이 가속화되었고, 그 여파가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IMF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부동산값이 단기간에 폭락하는 사태가 일어났다. 그렇지만 당시 대다수의 경제전문가들은 이 같은 자산가치 급락이 일본의 거품붕괴와는 다른 차원의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우선 그 시작이 자산가격에 형성된 거품 붕괴가 아니라 외환위기에 따른 유동성 위기에서 출발하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유동성 부족문제가 해결되고 경기가 회복되면 부동산 값도 자연스레 살아날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따라서 부동산가격의 폭락에 따른 금융기관의 대출부실 현상도 우려할 상황이 아니었다. 거품이 빠졌던 일본이나 다른 아시아국가와 달리 국내 금융기관들의 부동산 및 건설부문 대출비율은 낮은 수준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당시 금융권의 총 대출액 중 부동산부문으로 유입된 것은 15% 정도에 그쳤다. 이는 일본 등 다른 나라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이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의 비중은 국내총생산의 10%미만으로 선진국 주택담보대출 비율의 1/3 도 되지 않았다. 이후 경기회복에 따라 2000년까지 부동산가격은 IMF 이전 수준을 회복하였고, 전세가격의 강세 현상 이외에 뚜렷한 자산가격 상승의 조짐은 보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향후 부동산가격은 더 이상 이전과 같이 폭등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러나 예상은 어긋났다. 지난해 5월부터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치솟기 시작했다. 이 같은 현상은 저금리 하에서 급팽창한 담보대출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마치 90년대 초 일본의 버블붕괴 직전과 유사한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같은 부동산가격의 하락은 단순히 부동산 분야에 그치지 않고, 경제 전체의 후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가격 거품여부는 그 내재가치와 시장가격과의 격차에 의해 판단해야 된다. 시장가격은 경기변동과 수요ㆍ공급에 따라 변동하기 때문에 부동산의 내재가치와 어느 정도 격차를 보이게 된다. 지난 몇 년간 경기호황이 이어졌고, 부동산수요가 급격히 증가했기 때문에 주택의 소득수익률은 6~8%, 상업용건물의 소득수익률은 10% 전후를 기록하고 있다. 실질 경제성장률이 6% 안팎인 점을 감안할 때 부동산의 투자수익율은 10~15%정도를 보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올해 서울지역 아파트의 경우 가격상승만으로도 적정 투자수익률의 두 배 가까운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국지적인 요인이나 공급의 부족 등을 고려하더라도 이미 가격상승은 그 내재가치를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거품 발생하면 새로운 시장 참가자는 줄어들게 되며 마침내 가격이 급격히 떨어지게 된다. 부동산 중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토지다. 토지는 부동산 상품중에서도 특히 환금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거품붕괴의 위험성이 크다. 토지와 달리 건물을 두고 있는 부동산은 비교적 거품붕괴 우려가 적지만 이 역시도 시장이 활기를 잃게 되면 중장기적으로 가격 하락을 겪게 될 것이다. 자칫 일본의 90년대초 같은 위기가 재현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보다 면밀하고 철저히 원인을 파악하고 그에 대응하는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미 부동산 시장은 과열돼 있다고 판단된다. 이에 대한 정책적 대응은 단순히 부동산분야에서만 이뤄져선 안 된다. 금융 등 모든 경제정책적 수단이 동원돼야 시장을 정상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 같은 정책적 대응은 시장 전체에 적용하기 보다는 특정 지역이나 일부 유형ㆍ규모로 국한된 부동산으로 한정할 필요가 있다. IMF외환위기 이후 부동산 시장은 양극화현상을 지속해 왔고 그 과정에서 일부 지역과 특정 유형의 부동산이 거품을 일으키는 주된 원인으로 작용해 왔기 때문이다. /이상영<부동산114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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