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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를 보는 두 시각]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

"3D 리스크가 글로벌 경제 위협… 정책 전환 中 때문에 겁난다"

中 심각한 성장 둔화 막으려면 내수중심 경제전환 빨리 끝내야

아시아 경제 장기적으로 낙관… 성장 가능성 큰 인도에 주목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세계 경제가 '3D' 난제에 부딪쳐 있다"며 "각국이 이러한 문제해결에 초점을 맞춰야만 지속가능한 경제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꼽은 '3D'는 노동인구 감소 문제(Demography), 가계 빚을 줄이는 부채 감축(Deleveraging), 인플레이션 관리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중앙은행들의 도그마(Dogma) 등이다.

지난 20일 홍콩에서 열린 제8회 '아시안금융포럼(AFF)' 행사에서 참석한 크루그먼 교수는 서울경제신문 취재진을 만나 이같이 말했다. 유럽과 일본의 정책당국이 통화완화 등의 수단을 동원해 경기회복에 나서고 있지만 심각한 고령화를 인지하고 있는 투자자들의 입장에서 볼 때 미래를 위해 투자할 이유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부채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글로벌 부채가 감당할 수준을 넘어서고 있어 세계 경제의 리스크가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한국 역시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이르면 올해 6월께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대해서는 "연내에 금리를 올려서는 안 된다"며 신중론을 제기했다.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위험성만 따지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며 현재 인플레이션이 위험한 수준이 아닌데도 전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이 여기에만 집중하고 있는데 이 같은 시각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인도중앙은행의 라구람 라잔 총재에 대해 물가안정을 중시하는 '매파'라고 평가하면서 "라잔 총재가 과도하게 인플레이션 파이팅(물가억제 대응)을 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실제로 어느 정도 과잉 대응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라잔 총재가) 최근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다"고 환영의 뜻을 표한 뒤 "(금융통화 정책의) 무게중심 이동이 시작됐다"고 해석했다.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중국 경제는 그에게도 중요한 화두였다. 그는 "중국이 나를 겁나게 한다"며 "정책이 잘못돼서가 아니라 (중국 정부의) 개혁 강도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수출주도형 경제에서 내수 중심의 경제로 전환하려 애쓰지만 이는 매운 어려운 작업으로 경기의 급격한 하락을 막기 위해서는 신속한 이행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투자가 줄어들고 소비가 투자 공백을 보완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그 정도의 경제개혁을 추진하면서 중국이 매우 심각한 경기후퇴를 겪지 않는다면 놀랄 것"이라고 덧붙였다.

크루그먼 교수는 이어 중국 정부가 20년 이상 실행해온 '한 자녀' 정책 등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도 중국 경제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은 내부적으로 도시와 연안지역이 상대적으로 발전하고 내륙과 농촌은 발전에서 소외된 양분화된 구조 속에서 경제발전을 이뤘다"면서 "(저가의 노동력을 제공했던) 농민공과 노동 가능 연령대 인구의 감소는 중국 경제에 어려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중국인들의 높은 저축성향이 내수증대에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중국이 (국민들의 과도한 저축성향을 줄이고 소비성향을 높이도록) 변화를 유발할 수 있는 정책수단은 아직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기업들의 수익이 근로자 등 가계수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체질을 바꾸고 사회보장제도를 강화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국민이 병원비를 (자비로) 마련하기 위해 현금자동인출기(ATM) 앞에 서 있지 않아도 되는 사회구조가 소비를 유발한다"며 사회보장제도 중에서도 의료 부문 복지 확충이 절실함을 중국에 제언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아시아지역은 여전히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볼 때 아시아지역은 굉장히 번영할 것이고 경제와 다른 분야에서도 세계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인도에 대해 "중국과 달리 인도는 아직 경제구조 개혁에 따른 리스크가 없고 사회기반시설이 부족해 (정부가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많은 만큼 경제성장의 기회가 있다"며 "인도의 미래를 낙관한다"고 강조했다.

● 크루그먼 교수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미국 프린스턴대의 경제학 및 국제관계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자유무역 및 세계화 영향에 대한 신무역이론(new trade theory) 수립 등의 공헌을 인정받아 지난 2008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2000년부터 뉴욕타임스(NYT)에 연재한 칼럼에서 예리한 통찰과 독설로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줬고 1997년의 아시아 외환위기,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정확히 예측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현재도 각종 매체에 활발한 기고를 이어가는 등 대중에 친근한 지식인이자 경제학자·칼럼리스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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