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시세와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에는 지역별 시장 상황이 어느 정도 포함돼 있다.
올해 전국 251개 시ㆍ군ㆍ구 가운데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오른 곳은 226곳이다. 전국 평균으로도 4.3% 올랐으니 단순히 수치만으로 본다면 집값이 떨어졌음에도 공시가격은 오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지역별로 들여다보면 이 같은 공시가격 상승을 지방 아파트가 이끌었음이 명확해진다.
◇지방 아파트 가격 무섭게 뛰었다=시ㆍ군ㆍ구별로 전국에서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은 바로 경남이다. 평균 상승률이 22.9%로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경남 지역이 이처럼 높은 상승률을 보인 것은 지난해부터 대규모 지역 호재들이 겹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옛 마산ㆍ창원ㆍ진해를 합친 통합 창원시가 출범한데다 경부고속철도 개통, 대규모 산업단지 및 공장 신설 등이 잇따르면서 집값은 물론 공시가격에도 반영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공시가격 상승률 상위 시ㆍ군ㆍ구 역시 모두 경남 지역이 차지했다. 함안군이 1년간 무려 37.2%나 올라 1위를 기록한 가운데 창원시 마산ㆍ합포구가 33.6%로 뒤를 이었다. 상승률 3위 역시 창원시 진해구(31.2%)였다.
경남에 이어 전북(21.0%) 역시 20%를 넘는 공시가격 상승률을 기록했다. 새만금 개발사업과 인근 공장입주 등으로 인구유입이 늘면서 주택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이 공시가격 상승률의 원인으로 분석됐다.
이 밖에 ▦울산(19.7%) ▦부산(18.9%) ▦광주(17.4%) ▦강원(16.0%) 등도 공시가격이 15% 이상 오른 것을 비롯해 충남ㆍ경북ㆍ제주를 제외한 지방 모든 지역이 10%가 넘는 공시가격 상승률을 나타냈다.
반면 수도권은 공시가격 하락률 상위권을 차지하며 명암이 엇갈렸다. 송도국제도시 등이 포함된 인천 연수구가 5.9%나 떨어졌으며 고양 일산동구가 4.3%의 하락률을 나타냈다.
서울의 경우 인기지역이 모두 하락한 가운데 강북ㆍ서남권 지역은 공시가격이 소폭 상승했다.
강남(-3.6%), 서초(-0.2%), 송파(-2.3%) 등 강남 3구와 용산(-3.2%), 양천(-1.0%), 영등포(-1.0%), 은평(-0.4%) 등 7개 구가 떨어졌다. 반면 보합세를 기록한 강동구를 제외한 중랑(4.3%), 도봉(3.5%), 관악(3.1%), 종로(2.5%), 강북(2.4%) 등 나머지 17개 구는 상승했다.
◇소형ㆍ저가 주택 공시가격 많이 올랐다=공시가격에는 소형주택 중심의 시장상황도 그대로 반영됐다.
가장 많이 오른 주택은 50~60㎡로 상승률이 8.8%에 달했다. 또 33㎡(10평) 이하 초소형 주택의 경우 8.7%나 뛰어 평균 공시가격 상승률의 2배에 가까운 오름폭을 기록했다. 이 밖에 33~50㎡, 60~85㎡가 각각 7.3%, 5.4%로 공시가격 상승을 주도했다.
반면 중대형주택의 공시가격은 대부분 제자리걸음이거나 떨어졌다. 85~102㎡의 경우 0.9% 오르는 데 그쳤으며 135~165㎡는 1.4%, 165㎡초과는 2.3% 하락했다.
이 같은 현상은 가격대별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1억원 이하 주택이 구간별로 10.6~13.8% 뛰는 등 두자릿수 상승률을 보이는 등 고가 주택일수록 공시가격 인상폭이 낮았다. 특히 6억~9억원대 아파트는 3.2%가 빠졌으며 종부세 부과대상인 9억원 초과 주택은 3.6%나 공시가격이 내렸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