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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韓-사우디 경제협력

임덕규 <월간 Diploamcy 회장>

필자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 초청으로 지난달 6일부터 15일까지 사우디의 수도 리야드를 방문했다. 26년 전 처음 방문했을 때 사우디 전체인구는 800만명이었고 그중 리야드 인구가 150만명 정도였다. 그렇지만 지금은 전체인구가 2,400만명을 넘었고 리야드 역시 그때보다 3배 가까운 420만명이다. 이중에는 외국인 노동자도 약 600만명이 포함돼 있다. 압둘라왕 체제 투자환경 좋아 방문 기간 중인 7월13일 압둘라 왕세제를 만났다. 그는 95년부터 와병 중인 파하드 왕을 대신에 10년간 사실상 왕의 직무를 수행해왔다. 그 뒤 파하드 왕이 서거함에 따라 압둘라 왕세제가 8월2일 왕으로 즉위했다. 왕이 되기 전 가장 가까운 시간 안에 그를 만난 한국인이라고 했다. 주한 사우디 대사는 이를 두고 필자에게 “당신은 킹 메이커”라고 농담을 건넸다. 압둘라 왕세제를 만난 자리에서 재미있는 체험을 하게 됐다. 그가 사령관으로 있는 국가안전부(National Security Guard) 회의실에는 약 300여명의 군인, 경찰과 민간인들이 모여 있었다. 왕세제가 모든 사람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고 자리에 앉자 의전실장이 사람들을 한줄로 세웠다. 한사람씩 왕세제 앞으로 가서 하소연을 직접 털어놓았고 왕세제도 이를 진지하게 경청했다. 한사람당 30초에서 2분 정도가 할애됐다. 어떤 사람은 말로 뜻을 전하고 어떤 이는 미리 준비한 탄원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1시간 동안 100여명을 접견했다. 이 같은 사우디 전통의 민원상담제도를 일컬어 마즐레스(Majles)라고 하는데 왕과 왕세자는 물론 지방 장관까지 매주 1회씩 1년 내내 시행하고 있다고 한다. 부족시절부터 내려온 직접민주주의 제도인 마즐레스는 요즘 들어 거세지는 민주화 요구에 대한 사우디 왕국 나름의 지혜로운 대응으로 여겨졌다. 압둘라 왕정이 출범하자 일부 외신에서는 ‘왕자의 난’이 일어날 것 같은 예측 기사가 나왔다. 그러나 필자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압둘라 왕은 지난 10년 동안 대행왕의 경험이 풍부하고 국내외적으로 이미 능력과 신망이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에 지도력이 확고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2월에 이미 중동 평화를 위해 ‘국제반테러센터(International Counterterrorism Center)’ 설립을 주장함으로써 미국과의 협력체제를 한층 확고히 했다. 또한 왕의 동생인 술탄(Sultan) 제2부총리 겸 국방장관이 왕세제로 임명됐기 때문에 차기 왕까지 이미 확정된 상태이다. 차차기 왕이 누가 될 것인가가 관심사이기는 하나 왕의 43명의 형제들 중에는 더 이상 왕이 될 인물이 없어 보이기 때문에 이후 왕은 다음 세대 중에서 나올 가능성이 있다. 1765년부터 240년간 이어온 왕실의 전통을 생각하면 이 문제도 현명하게 해결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사우디 장관들과의 대화에서 확인한 것은 최근 수년 사이 유가가 배로 올라 오일 머니가 넘쳐난 탓이겠지만 “어디에다 돈을 쓰면 좋겠느냐”는 즐거운 비명이었다. 앞으로 10여년간 6,500억달러에 이르는 거액을 각 분야에 투자할 계획임을 강조하면서 한국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권했다. 적극 진출해 제2의 중동붐을 한국과의 관계를 보면 70년대는 약 7만명의 한국인 근로자들이 현지에서 일했다. 그러나 지금은 불과 1,100명 정도다. 2004년 한국의 건설수주는 5,000만달러에 불과했다. 리야드를 상징하는 99층짜리 ‘킹덤 타워(Kingdom Tower)’도 독일 업체가 건설했다고 한다. 한ㆍ사우디 교역액 150억달러 가운데 120억달러는 유가로 비롯된 것이다. 정부와 기업들이 좀더 적극적으로 사우디에 다시 진출해 제2의 중동붐을 일으킨다면 틀림없이 한국 경제에 재도약의 디딤돌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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