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를 비롯한 글로벌 악재들이 고개를 들고 있는 가운데 정보기술(IT)을 중심으로 국내 기업들의 2ㆍ4분기 실적이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증시가 크게 출렁거렸다. 특히 외국인에 이어 국내 기관들 마저 매도물량을 쏟아내면서 증시 변동성은 더 커지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그리스 사태 지속과 미국 제조업 둔화로 마땅한 상승 모멘텀이 없는 상황이어서 당분간 신중하게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조언을 내놓고 있다. 17일 코스피지수는 14.70포인트(0.72%) 하락한 2,031.93에 장을 마쳤다. 전날 1.91% 하락한 데 이어 이틀째 내림세다. 코스피지수는 장 초반 한때 상승세로 돌아서며 2,055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장중 IT주의 실적 우려가 제기되면서 37포인트까지 하락해 2,000선을 위협하기도 했다. 다행히 장 막판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하락폭이 다소 줄기는 했지만 삼성전자를 비롯한 IT주들이 흔들리면서 투자 심리는 급격하게 위축되는 모습이었다. 특히 외국인이 1,895억원 어치를 순매도한 가운데 전날까지만 해도 매수기조를 유지하던 국내 기관들도 1,984억원이나 내다 팔면서 주가하락을 부채질했다. 기관들은 이날 전기전자업종을 2,368억원이나 팔아 치워 증시에 부담을 줬다. 기관은 전기전자업종을 지난달 30일부터 하루도 빠짐 없이 순매도하고 있으며, 이날 매도규모는 그 중 가장 컸다. 기관의 매도공세에 전기전자업종은 이날 3.35%나 하락했다. 종목별로도 LG디스플레이가 6.78% 내린 것을 비롯해 하이닉스(-6.10%), 삼성전자(-3.42%), 삼성전기(-2.54%), 삼성SDI(-2.13%), LG전자(-1.72%) 등 대부분의 주요 IT주가 급락했다. 기관투자자들이 IT업종에 대해 매도공세를 취하는 것은 이들의 올 2ㆍ4분기 실적이 예상 보다 크게 악화될 것이란 분석 때문으로 풀이된다. IT주는 올 한해 글로벌 경기회복이 서서히 진행되며 다른 업종 보다 실적 전망이 밝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최근 그리스 불확실성이 장기화되고 있는 데다가 지난 16일 발표된 지난달 미국 제조업지표 마저 부진했던 것으로 나오면서 실제 실적이 예상치를 밑돌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애플의 ‘아이 클라우드’ 공개 이후 PC시장 위축 우려가 고개를 들며 D램 가격이 예상 보다 약세를 보임에 따라 이에 대한 충격도 컸다는 분석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그동안 기관투자자들이 IT기업의 실적이 3ㆍ4분기까진 계속 개선 추세를 보일 것으로 봤으나 이 예상이 깨지자 본격적으로 매도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며 “투매까지는 아니지만 그동안 오름폭이 컸던 종목 위주로 팔아 치우면서 증시가 하락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아직 증시 내외부적으로 불확실성이 많이 남아 있는 만큼 적어도 그리스문제가 봉합될 때까진 당분간 신중한 대응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한치환 대우증권 연구원은 “유럽 재정 이슈와 미국 경제지표 둔화 등의 악재가 여전한 상황에서 IT와 같은 경기민감주가 가장 먼저 반응하고 있다”며 “그리스 사태에 대한 해결책이 어느 정도 나오기 전까진 투자심리가 개선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류용석 현대증권 연구원은 “그리스 문제의 해결은 증시 반등의 가장 기본적인 전제 조건”이라며 “아직은 IT를 제외하곤 큰 타격이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유럽 재정위기 해결 전엔 의미 있는 반등도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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