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연이은 구조조정과 골프장 등 레저업종의 불황, 침체된 부동산 경기의 여파가 결국 중소기업에까지 미쳤다. 3년 만에 가장 많은 중소기업이 구조조정 대상으로 꼽혔는데 경기가 회복되지 않으면 내년에는 더 많은 기업들이 칼날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감독원은 살릴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부실이 역력한 중소기업은 신속하고 과감하게 정리해 부실확대를 사전에 차단할 방침이다. 동시에 담보대출 상환 유예나 매출채권보험 등 돈줄을 마르지 않게 하기 위한 대책도 병행한다.
◇분야 막론하고 업황 나빠…중소기업, 총체적 위기 빠지나=금감원이 8일 발표한 2013년 중소기업 신용위험정기평가를 보면 지난해 97곳이었던 구조조정 대상이 올해는 112곳으로 늘었다. C등급은 54곳, D등급은 58곳에 달했다. 분야를 막론하고 업황이 좋지 않았던 게 여실히 드러났다. 채권은행의 한 관계자는 "거의 모든 분야가 불황이다 보니 중소기업 재무제표나 실적이 악화한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골프장까지 망하는 것은 서비스업도 버티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골프장운영업 등 오락 및 레저서비스업은 부진이 심각하다. 골프장이 다수인 오락 및 레저서비스업은 지난해 6곳만이 구조조정에 들어갔지만 올해는 23개로 283.3% 급증했다. 워크아웃을 통해 살아날 가능성이 있는 C등급은 11곳뿐이며 나머지 12곳은 퇴출대상이다.
전체 구조조정의 47.3%가량을 차지한 제조업도 올해 53개사가 구조조정 명단에 올랐는데 지난해보다 20.5%(9개) 늘었다.
중소 협력업체가 많이 포진한 건설과 조선ㆍ해운업의 경영환경이 좋지 않은 것도 문제다. 지난해 말부터 적지 않은 그룹사가 쓰러지면서 중소 협력업체들이 어려움에 부닥쳤다. 쌍용건설ㆍ극동건설ㆍLIG건설 등은 지난 1990년대 말에 이어 최근 또 한차례 법정관리나 워크아웃을 밟고 있다. STXㆍ동양 등도 조선ㆍ해운ㆍ건설업이 주요 업종이어서 하도급 계약을 맺은 중소기업의 피해가 우려된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은 대기업이 구조조정에 들어갈 때 협력업체의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 상환을 130일간 유예하는 제도를 시행하는 등 중소 협력업체의 돈줄이 끊기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신속 과감한 구조조정 카드 꺼낸 당국, 성공할까=금융당국은 중소기업 정기평가 결과 B(일시적 유동성 위기), C(정상화 가능), D(회생 가능성 낮음)등급에 대해서는 지원과 퇴출을 선별할 계획이다.
일시적으로 유동성 위기가 온 B등급 중소기업 40곳에는 채권은행이 신속지원제도(Fast Trackㆍ패스트트랙)를 적용해 신규자금을 지원한다. 패스트트랙 대상이 되면 보증기관의 특별보증을 통해 자금을 빌릴 수 있고 보증과 대출심사 절차도 줄어든다.
당국은 또 BㆍC등급 기업은 중소기업청의 중소기업 건강관리시스템을 적극 활용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중소기업의 재무관리나 경영컨설팅 및 마케팅을 지원해 경영위기를 극복하는 제도다.
대기업과의 하도급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도 강화한다. 금융당국은 매출채권보험 가입대상을 넓히기 위해 보험료와 보장성을 낮추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또한 대기업이 구조조정에 들어갈 때 협력업체의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 상환을 130일간 유예하는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반면 D등급 기업은 채권은행 지원 없이 자체 정상화나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할 계획이다. 또한 중소기업에 대해 재무위험뿐만 아니라 잠재위험까지 고려해 엄정한 신용위험평가를 하고 부실위험이 있는 경우 실효성 있는 재무구조 개선 조치를 요구하는 한편 이행 실적을 분기마다 철저히 점검하기로 했다.
한편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된 중소기업 112곳에 대한 금융권 신용공여액은 9월 말 현재 1조5,499억원이다. 이 중 은행은 1조750억원, 저축은행 649억원, 보험회사가 555억원을 부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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