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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문화적 탈바꿈

“국방부 직원들에게 차관님은 문화적 충격 그 자체입니다.” 어느 직원이 필자에게 던진 이 말에 웃음이 났던 건 평소 직원들과의 대화에서 “문화적 충격”이 성장의 촉진제임을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안보제일주의’라는 국방논리 속에 별다른 자극 없이 성장해온 직원들에게 ‘국방 경영의 논리’ ‘국방과 사회 시스템간 선순환적 발전론’이 새로운 충격이었다면 필자에게는 국방부의 문화가 그랬다. 중앙부처에서 공직을 시작하자마자 옳고 그름을 분간할 겨를도 없이 중장기 정책과제에 대한 검토 지시가 쏟아졌다. 시간에 쫓겨 초안을 제출하면 국ㆍ과장은 새까맣게 내용을 고쳐 정책보고서의 기본 틀이었던 ‘현황 분석, 문제점 도출, 대안별 장단점 분석, 결론’순으로 논리적으로 짜임새 있게 정리했다. 얼굴과 귀가 벌겋게 달아올랐지만 이런 경험이 그 후의 공직생활에 소중한 자극제가 됐다. 필자의 성장기는 물론 지난 80년대 초반의 공직생활까지 해외여행 한 번 하는 게 쉽지 않던 때라 정책 입안ㆍ검토는 국내적 시각과 경험에 의존했었다. 어렵사리 기회를 잡은 미국 중서부 대학에서 2년간의 유학생활은 넓은 ‘세계’로 시야를 돌린 계기가 됐고 방학 때마다 가족과 함께했던 여행에서 실용적이고 독립심이 강한 미국문화의 충격을 겪었다. 2년 중 마지막 학기의 ‘환경 세미나’에서 ‘산성비’ ‘폐기물처리장’ ‘흰머리독수리 보호’ 등 생소한 주제에 대해 의견을 발표하고 에세이를 써낸 후 돌려받은 페이퍼에 ‘당신의 생각을 당신의 말로 쓰라(write your thoughts in your own words)'는 빨간 글씨가 쓰여져 있고는 했다. 다양한 견해 속에 나름의 가치가 있음을 모르고 남의 글들을 짜깁기해 양으로 채우려고 했던 것에 대한 경종이었다. 단 한 줄의 글이라도 나의 체험과 깨우침을 나의 목소리로 쓸 때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생명력을 가지게 된다는 것을 알았고 그 때의 경고가 지금도 필자의 가슴속에 살아 있다. 질병ㆍ기아ㆍ정변의 땅 아프리카 근무를 마치고 스위스 융프라우산을 여행하던 중 ‘천국과 지옥이 지구상에 동시에 존재하며 사람에 따라 천국을 만들기도 하고 지옥을 만들기도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외환위기 직후 온 나라가 국가 위기 극복에 진력할 때의 청와대 근무는 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이었고 특유의 중압감과 긴박감 속에서 국정 현안을 챙기고 배웠다. 장안의 화제인 ‘대국굴지(大國崛起)’를 보라. 국가ㆍ조직ㆍ개인의 발전에 있어 문화가 얼마나 중요한가. 국ㆍ과장 및 직원의 교육훈련, 활발한 토론과 전문가의 의견 수렴, 해외연수ㆍ유학을 통한 국제 감각과 지적 능력의 배양, 경쟁을 촉진하는 문화를 갖춘 행정부처로 거듭나야 한다. 올봄, 문화적 탈바꿈에 나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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