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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산책] 세계문화유산과 공연의 만남

외적 경관 의존한 관광은 한계… 유럽처럼 유적지+연극 활성화

관광객에 문화적 정체성 전달을


송희영 서울예술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지난 7월 백제역사문화지구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돼 우리나라는 문화유산 11점, 자연유산 1점 등 총 12점의 세계유산 보유국이 됐다. 백제유적 등재후 1개월 동안 백제문화권을 찾은 국내 여행객이 급증했다. 보도에 따르면 8월 현재 충남 관광객 수가 전년 대비 2배로 늘어난 12 만 명을 넘어섰으며 이웃나라 일본 관광업계로부터 관광상품 문의도 쇄도하고 있다. 세계문화유산 등재 성과가 국민적 경사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올림픽경기에서 금메달을 딴 것과는 다름을 냉정하게 인식할 필요는 있다.

캐나다 퀘벡대 파스칼 마르콧 교수는 퀘벡시의 세계유산 관리 개선안 마련을 위해 동료학자와 함께 공동발표한 논문에서 “유네스코에 지정된 도시(지역)가 어쩌면 아름답거나 독특한 곳이려니 짐작은 가능하다. 그러나 거기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아무도 말해 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우리 고민도 이와 다르지 않다.

문화유산 등재 자체가 지역사회 기대감에 부응하도록 지역경제 활성을 현실화하는 방법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관련 선행연구에 따르면 외부 경관과 시설에 의존한 관광은 한계점을 지니고 있으며 실제로 대다수 관광객들은 단지 건물을 둘러보는 데 만족하지 않고 해당 장소와 연관된 문화상품 구매의사 즉, 문화체험 참여 의지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유산은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과 집단기억이 상징적으로 구축된 ‘장소’로서 그곳 지역민들의 유대감을 결속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동시에 여행 방문객의 입장에서도 그곳은 방문객 개인의 가치· 정체성의 표현욕구가 만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문화유산의 주인인 지역사회는 관광객들이 확실한 목표를 갖고 찾아올 수 있는 문화콘텐츠를 발굴해 관광산업과 연계하는 지속가능한 발전 전략을 도입해야 한다.



그 대안으로 현재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의 여러 국가에서 문화관광(Cultural tourism)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는 역사문화공간과 연극과의 융합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연간 340만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프랑스 루아르계곡 고성(古城) 세계문화유산지구에 있는 앙브와즈 왕성에서는 지역주민들이 39년 째 역사야외극을 무대에 올리고 있다. 16세기 당시 앙브와즈 성에 실제로 기거하며 프랑스의 르네상스 시대를 꽃 피운 프랑수와 1세 왕의 업적을 다룬 이 연극은 앙브와즈 성의 장소성을 분명하게 각인시키는 정례화 프로그램으로 프랑스의 찬란한 문화유산 가치를 높이는데 지대한 기여를 하고 있다.

이처럼 연극 매체가 문화유산관광에 활용되는 이유는 지역민과 외부 관광객들과의 친밀한 커뮤니케이션 효과를 높이는 데 매우 유용한 장르이기 때문이다.

한편 이런 시도는 비단 대단한 세계적 문화재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 국내 지역 극단을 중심으로 인물과 역사를 발굴하기 위한 노력들이 시범적으로 진행돼 우리나라 문화유산관광의 미래에 작은 희망을 주고 있다. 경남 통영시에서는 극단 벅수골의 주도로 통영의 토속 장인들의 집단 주거지였던 ‘쟁이마을’의 전설과 기억을 되살린 문집 편찬과 함께 지역주민들과 함께 마을연극을 발표했다. 함안군에서는 극단 아시랑 주도로 옛 아라가야의 유적지인 함안산성에서 발견된 700년 전 연(蓮)씨앗을 꽃으로 피운 ‘아라홍련’을 테마로 한 지역문화유산콘텐츠를 준비하고 있다. 문화유산관광을 통한 지역경제 발전이라는 열매를 얻기 위해서는 먼저 문화유산 속에 숨겨져 있는 공동체의 기억을 되살리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 기억을 되살리기데 연극, 공연예술콘텐츠와의 접목을 통한 예술경영이 적극 활용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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