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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세 창업 도전… 철강왕이 밀어줬죠"

주계환 태평양자원무역 대표

철강예찬 영업맨으로 평소 친분… 성실성 인정받아 한국 판권 따내

20년만에 작년 1억拂 수출탑 쾌거… 식품무역·매트리스로 사업 다각화

주계환 태평양자원무역 대표가 프리미엄 매트리스 브랜드인 '비본(VIVON)' 제품 옆에서 활짝 웃고 있다. /사진제공=태평양자원무역

"철 없이 만들 수 있는 물건은 세상에 없습니다. 철은 100% 재활용되는 가장 경제적인 소재라고 할 수 있지요. 또한 아직까지 철을 대체할 수 있는 소재도 없어요. 그래서 우리는 철기 시대에 살고 있고 앞으로도 철기 시대는 진화된 모습으로 500년,1,000년 더 지속될 겁니다."

20년 넘게 철강 무역업을 해오고 있는 태평양자원무역의 주계환(60·사진) 회장은 "철을 통해 사회에 입문해 철과 함께 반평생을 살고 있다"며 "철은 썩지도 상하지도 않는 '영원한 소재'란 매력이 있기에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철기 시대'다"라며 '철강 예찬론'을 펼친다.

주 회장이 철강과 본격적으로 인연을 맺은 것은 대학 졸업 후 동부제철에 입사하면서부터. 수출과에 배치되면서 철강 무역과 인연이 시작됐다.

이후 룩셈부르크 철강회사인 아르베드의 한국 지사, 호주 철강업체 BHP빌리턴을 거친 주 회장은 40세 되던 1993년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다. 그는 동부제철 시절부터 친분을 쌓았던 락시미 미탈 아르셀로미탈(당시 미탈스틸) 회장을 무작정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다. 인도 출신의 락시미 미탈 회장은 1976년 미탈스틸을 설립, 세계 1위 철강기업으로 키웠다.

"미탈 회장이 제 성실성을 높이 사면서 흔쾌히 도와주더군요. 당시 멕시코의 한 제철소에 대한 인수작업을 추진 중이었는데, 그 제철소에서 생산하는 철강 제품의 한국 내 판권을 선뜻 제게 맡겼던 겁니다."

1993년 9월말 퇴직금 5,000만원과 지인한테 빌린 5,000만원으로 서울 무교동에 여직원 하나를 두고 사무실을 냈다. 그게 태평양자원무역의 시작이다. 처음에는 와이어로드와 후판소재 슬라브 등을 수입해 포스코와 동부제철 등에 납품하는 일을 했다.

철강 완제품을 수출하고 싶은 욕심에 1996년부터는 신용장(L/C)을 열고 조금씩 수출을 병행했다. 포스코·동부제철·현대제철에서 생산한 열연코일·냉연코일·아연도금강판 등 철강 완제품을 해외로 수출했다.

"2002년부터는 신용장 한도도 차츰 늘면서 지난해에는 1억불 수출탑까지 수상했어요. 자원이 부족한 나라, 가진 것이라곤 사람뿐 나라에서 수출로 이 정도라도 기여했다고 생각하니 뿌듯하더군요."



주 회장은 2011년 식품무역사업부를 만들었다. 해외 출장이 많은 탓에 미식가인 그는 최근 우리나라도 입맛이 국제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 연어·가리비 등 생선류를 수입해 국내 대형 마트와 백화점, 호텔에 납품했다. 얼마전부터는 랍스터나 크랩, 새우 등을 수입하는 등 고급 식재료로 다양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매트리스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프리미엄 매트리스 브랜드인 '비본(VIVON)'은 국내 중견 매트리스 제조업체인 지누스의 미국 현지법인에서 런칭한 브랜드로, 스프링 매트리스 위에 폼 매트리스를 얹은 하이브리드형 제품이다.

지누스는 2000년대 초반 텐트나 접이식 의자를 생산하던 기업으로 당시 주 회장이 접이식 의자의 프레임인 철제를 납품하면서 친분을 쌓았다. 인터넷 기업 투자로 위기에 놓였던 지누스가 재기를 모색하다가 신개념 매트리스를 개발했던 것. 3년전 중국 공장 화재로 지누스가 문 닫을 위기에 빠지자 주 회장이 아무 조건 없이 원자재 구입비 500만 달러(당시 환율로 70억원)를 빌려 주면서 깊은 신뢰가 쌓였다.

"1년에 절반 이상을 해외 호텔에서 자는데, 비본을 써보니 특급호텔 스위트룸의 침대 못지 않게 편하고 안락하더군요. 내가 이렇게 만족하니 소비자들도 분명히 비본의 상품성을 인정할 것이라고 확신하는 겁니다."

주 회장이 반평생 회사를 경영하면서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원칙이 있다. 본사든 해외든 구분 없이 직원들을 평등하게 대해야 한다는 것.

"외국계 기업에 근무하면서 가장 실망한 것 중 하나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하는 것이었어요. 그런 잘못된 관행이 얼마나 조직을 좀먹고, 미래 성장성을 해치는지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본사 직원이든 현지 직원이든 똑같이 대우합니다. 동반자라는 생각으로 대해야 현지 지사나 에이전트의 직원들도 충성심을 갖고 일할 수 있잖아요."

지난해 1,931억원의 매출액과 11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한 태평양자원무역은 올해는 환율 하락에다 철강 경기 침체로 다소 어려운 상황이지만 1,737억원 매출과 10억원 이익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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