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미사일의 사거리를 어느 정도까지 연장하느냐 하는 문제를 두고 한미 정부 간 협상이 진행 중이다. 국가를 방어하고 적의 공격을 억제할 수 있는 무기 확보는 자주권에 해당한다. '한미 미사일 지침'에 따라 300㎞로 돼 있는 현행 탄도미사일 사거리 제한은 이런 목적을 충족하지 못한다. 북한은 우리와의 무력분쟁에 대비해 남한 전체와 일본의 대부분 지역까지 공격할 수 있는 로동 미사일을 실전배치했지만 북한은 영토의 절반 이상이 우리 탄도미사일의 공격권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탄도미사일 사거리 등 확대 필요
우리 군은 현무2 탄도미사일 외에 현무3 순항미사일을 실전배치했고 현무3는 사거리가 1,500㎞인 것으로 보도된 바 있다. 순항미사일은 정확성이 높은 반면 비행속도가 항공기와 비슷해 요격당하기 쉽고 발사 후 목표점에 이르기까지 통상 1시간 이상 걸려 적이 대응하기 용이하다. 이에 비해 탄도미사일은 목표점에 이르기까지 10분이 안 걸리는 경우가 많고 비행속도가 항공기의 6~8배나 돼 요격이 거의 불가능하다.
미국은 그동안 한국이 자국 핵우산의 보호를 받고 있기 때문에 미사일 사거리 연장은 필요 없다는 주장을 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미국의 핵우산은 북한이 핵무기로 남한을 공격할 때 비로소 작동하기 때문에 재래식 탄두를 장착한 로동 미사일로 공격할 경우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북한에 대한 미국의 선제 핵 공격도 중국ㆍ러시아에 중대한 핵위협이 되기 때문에 망설일 수밖에 없다. 북한이 핵무기 탑재 장거리 미사일로 로스앤젤레스 등 주요 도시를 공격하겠다고 위협할 경우 미국이 위험을 감수하고 탄도미사일로 북한을 공격할 것이라고 확신할 수도 없다. 이러한 전술적 이유 때문에 북한은 사활을 걸고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매달리고 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고 우리 스스로 남북한 간 힘의 불균형을 해소하려면 우리가 개발ㆍ배치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의 사거리를 1,000㎞ 수준으로 연장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는다고 국제사회에 천명했기 때문에 파괴 범위가 핵탄두보다 매우 제한적인 재래식 탄두의 파괴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 재래식 탄두로 지하에 숨겨진 북한의 공격용 로동 미사일 등을 파괴하려면 사거리 연장과 함께 허용 탄두 중량을 1톤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 그래야만 전술적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민간 규제 풀어 우주개발 앞당겨야
일본과 이스라엘은 탄도미사일에 적용되는 고체추진 로켓을 이용해 자력으로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성숙한 고체 로켓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데도 해외 액체추진 로켓을 도입해 우주발사체를 쏘아 올리려 하고 있다. 고체 로켓으로 우주발사체를 제작하려면 한미 간에 양해된 미사일용 로켓보다 사거리(300㎞)와 추력(推力ㆍ초당 100만파운드)을 훨씬 높여야 하는데 이는 미사일 지침에 위배된다. 선진국들은 필요에 따라 고체ㆍ액체 로켓을 선택할 수 있는데 우리는 그런 권리를 박탈당한 셈이다. 따라서 우주개발을 앞당기려면 민간 분야와 관련된 지침상의 규제를 완전히 풀어야 한다.
한편 우리나라가 보유한 탄도미사일의 사거리를 300㎞(현무2)에서 1,000㎞로 연장하려면 두 가지 핵심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사거리 300㎞의 탄도미사일은 최고고도가 대기권(보통 100㎞) 내인 85㎞지만 사거리 1,000㎞의 탄도미사일은 지상 발사 3~4분 안에 최고고도 300㎞까지 상승한다.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은 대부분 우주(통상 고도 100㎞ 이상) 비행궤도로 날아간다. 그래서 첫째, 1단 로켓과 2단 로켓을 분리한 후 우주 공간에서 정교한 탄두 자세제어를 통해 낙하점을 선정하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둘째, 탄두가 낙하하면서 초속 3㎞(마하 10)의 속도로 대기권에 재돌입할 때 탄두를 고열로부터 보호하면서 안정적인 최종비행을 계속해 목표점에 안착하도록 하는 재진입 기술이다. 한미 간에 미사일 사거리 연장이 합의되면 두 종류의 핵심기술 개발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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