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의 문제" 재확인

"유동성의 문제" 재확인[금융정책협 평가] 주식형 사모펀드 효과기대

19일 정부의 금융정책협의회는 현 기업자금사정·금융시장 위기를 정부가 「유동성의 문제」로 보는 시각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자리였다.

이에 따라 대책 역시 주거래은행의 지원 등으로 자금난을 겪는 기업들을 살리고 종금사 역시 「추가퇴출은 없도록 노력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그렇지 않다. 지금의 문제가 단순 「유동성 문제」가아니라는 것이 시장의 입장이다. 따라서 대책 역시 현재의 유동성 대책으로는 미봉책에 불과할 뿐 「부실의 제거」라는 보다 근본적인 방안을 강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문제기업 특별점검=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시중에 자금난을 겪고 있다고 알려진 기업들에 대해 「퇴출」보다는 「현상유지」쪽으로 정책방향을 잡았다. 즉 주채권은행별로 6월 중 계열기업의 신용위험(부도위험)을 특별점검하고 유사시 신용공여한도(CREDIT-LINE) 확대 등 지원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이같은 정부의 정책 방향은 현 기업 자금시장 상황을 단순히 「마찰적인 문제로 인한 유동성위기」로 보는 시각에 기인한다.

◇종금사 추가퇴출 없다=정부가 금융구조조정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여론의 비난을 감수하면서 마련하고 있는 가장 핵심적인 시장 대책이다. 정부는 당초 종금사 지원은 대주주의 사후책임을 조건으로 한국종금에 그친다는 방침이었으나 다른 종금사의 유동성 악화가 심화되면서 기업자금난이 가중되자 일단 유동성을 지원, 종금사의 추가 퇴출을 막아야 한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정부는 종금업계의 의견을 수렴한 뒤 20일 경제장관회의를 거쳐 종금사 유동성지원 방안을 발표하기로 했다. 지원 방식은 정부가 종금사 발행 후순위채를 인수하거나 은행이 국공채나 우량회사채를 담보로 잡고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주식형 사모펀드 허용효과=이날 발표된 대책 중 시장에 직접적인 효과를 줄 수 있는 것은 주식형 사모펀드 허용이다.

현재 계약형 펀드(일반 투신사 주식형 펀드)는 각종 투자제한이 있다. 가장 중요한 규제는 한 펀드가 한 종목의 주식을 펀드 규모의 10% 이상 사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허용되는 사모펀드의 투자제한은 50%로 대폭 늘렸다. 원칙적으로 보면 투자제한이 전혀 없어야 하지만 적대적 M&A에 활용할 수 있다는 문제점때문에 50% 투자제한을 설정했다.

사모펀드는 펀드 규모의 50%까지 한 종목에 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사냥의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 또 대주주들의 재산은닉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고 대주주가 사모펀드를 이용, 회사재산으로 타 계열사 주식을 보유해 경영권을 강화할 수도 있다. 더욱이 국내자본이 역외펀드를 이용, 외국인을 가장해 사모펀드를 이용한 국내 상장기업 사냥에 나설 가능성도 예상된다.

이같은 위험요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투신으로의 자금이동, 투신의 조기 경영정상화를 위해 사모펀드를 허용했다. 대한투신 관계자는 『기업연금 허용은 장기적인 경영호재이지만 사모펀드는 즉각적인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모펀드 허용은 주식시장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으로 보인다. 적대적 M&A의 길이 현행보다 쉬워지는 만큼 대주주로서도 지분관리에 적극 나서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공격이든 방어이든 지분관리라는 측면이 현행보다 중요하게 되고 이는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투신 기업연금 취급 허용=기업연금 시장은 법정퇴직금의 사외적립 추세에 따라 앞으로 엄청난 규모의 시장으로 커질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전망이다. 그러나 사외적립· 실적배당의 가장 큰 문제점은 『만약 운용에서 손실을 본다면 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하는 점이다. 퇴직금은 근로자의 생존권과 직결 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투신사가 퇴직신탁 상품을 실적배당형으로 운용하더라도 손실이 났을 경우는 회사가 이를 보전토록 해 근로자에게 투자손실에 따른 피해를 주지 않기로 했다.

투신권은 운용능력·높은 수익률 등으로 시장점유율 제고가 가능하리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기업연금은 투신사 경영정상화에 단기보다는 장기적인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여 현재의 금융시장 위기상황을 진정시키는 데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안의식기자 [e-mail] 김영기기자 [e-mail]

안의식기자[e-mail]

김영기기자[e-mail]

입력시간 2000/06/19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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