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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논단] 금리정책의 딜레마, 한국은행의 딜레마

디플레·부동산 버블 우려 공존… 보통 미 인상 1년후 한국도 뒤따라

버블 붕괴땐 금융부실 확대 불보듯… 미·일처럼 선제안내제 도입을

인하땐 "버블대처" 경고하고 정부 대출규제완화와 겹치지 않게

한은 결정에 지혜 필요한 시기


최근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금리 정책 딜레마에 빠져 있다. 금리를 인하하려 하니 가계부채와 부동산 버블이 염려되고 금리를 동결하려니 경기 침체와 디플레이션이 걱정되기 때문이다.

금리 인하를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외국이 모두 금리를 내리는데 우리만 금리를 내리지 않아 경기 침체가 심화되고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소비심리는 극도로 얼어붙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제 조기 퇴직에 연금도 없는 중년 이후의 미래를 불안해하면서 지갑을 닫고 있다. 기업 또한 한국 경제의 미래 비전이 보이지 않자 투자를 줄이고 있다. 내수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한국 경제는 일본과 같이 장기 침체로 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소비가 감소하고 국제 원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자 물가상승률이 낮아지고 있다. 지난 2월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담뱃값 인상분을 제외할 경우 이미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이렇게 보면 소비심리를 북돋아 경기를 부양하고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한국은행은 금리를 추가적으로 내려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반면 금리 인하에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가계부채와 부동산 투기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으며 설사 추가적인 금리 인하를 하더라도 기업 투자가 늘어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들어 가계부채는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전세 가격 상승으로 정부가 보증하는 전세대출이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으며 주택 구입을 위한 대출 역시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일자리가 감소하고 고령화가 진전되면서 생계형 대출 또한 늘어나고 있다.

추가적인 금리 인하로 가계부채가 더 늘어나고 부동산 버블까지 생긴다면 우리 경제는 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다. 과거의 사례를 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높인 후 1년 뒤 한국은행도 금리를 높여왔다. 금리가 높아져 가계부채가 부실화하고 부동산 버블이 붕괴된다면 금융 부실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최소한 6개월 앞을 미리 보고 선제적으로 금리 정책을 펴야 하는 한국은행 입장에서는 현재의 여론에 떠밀려 금리를 인하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러한 딜레마 상태에서 한국은행의 금리 정책 해법은 무엇일까. 부동산 버블과 가계부채의 급증을 막으면서 동시에 소비심리를 되살리고 디플레이션의 우려에서도 벗어나게 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은행은 디플레이션의 우려에서 벗어난 미국과 일본의 경험을 교훈 삼을 필요가 있다. 미국과 일본 중앙은행은 선제 안내를 통해 디플레이션의 공포에서 벗어났고 부동산 버블 문제도 해결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중앙은행이 미래 통화 정책의 방향을 사전에 공표해 향후 통화 정책에 대한 불안감을 줄여줬던 것이다. 디플레이션에 있을 때 미국은 2%의 인플레이션에 도달할 때까지는 양적완화를 지속하겠다고 미리 공표했으며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날 즈음 해서는 경기 과열을 막기 위해 금리를 높이겠다는 사전 경고를 매번 내보내고 있다.



따라서 경기 침체와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만약 한국은행이 금리를 한 차례 더 인하한다면 부동산 버블에 대해서는 금리 인상으로 강력히 대처하겠다는 경고를 사전에 내보내야 한다. 한국은행이 유동성을 계속 증가시킬 것이라는 시중의 잘못된 기대를 불식시켜야 한다. 또한 가계부채 문제는 금리 인하를 총부채상환비율(DTI)이나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의 대출규제 완화와 같이 사용하지 않도록 정부와 협력해야 한다. 지금과 같이 금리 인하와 대출규제 완화를 함께 사용할 경우 가계대출 급증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와 부동산 버블에 대한 우려가 공존하는 지금은 한국은행의 금리 결정에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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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정 식

한국경제학회장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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