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을 건드리지 못하고 변죽만 울리고 있다고 할까요. 자동차보험료를 크게 낮추려면 나이롱환자를 발 못 붙이게 해야 하는데 깜깜 무소식입니다."
정부는 지난 2010년 말부터 자동차 경상환자, 이른바 '나이롱환자'에 대한 근절 의지를 드러내며 관련 조치를 내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1년 반 가까이 흐르도록 후속대책은 감감 무소식이다. 특히 국토해양부는 자동차보험료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근본대책으로 꼽혀온 '교통사고 환자의 입원 기준'을 고시하는 방안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당사자인 손해보험사의 불만을 낳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2010년 말 보험사기를 줄일 방안의 하나로 교통사고 경상환자의 입원 기준을 만들어 고시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그 결과 이듬해 9월 관련 가이드 라인이 의사들에 의해 만들어졌고 이내 고시가 마련될 줄 알았지만 국토부는 정책 실효성과 부작용이 염려된다며 6개월째 기약 없는 검토만 하고 있는 상황이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중상도 아니고 경상환자의 입원 일수에 대한 기준을 놓고 부작용, 의료권 침해 가능성을 제기하며 국토부가 애초에 발표한 고시 지정을 꺼리는 것은 의사들의 반발을 의식한 눈치보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고시 마련 시한, '지난해 상반기'에서 '무기한'으로=현재 국토부는 고시를 마련할지 여부도 결정된 게 없다는 입장이다. 관련 대책 발표 당시 2011년 상반기까지 고시를 만들겠다는 계획과는 말이 180도 달라진 것. 국토부 관계자는 "입원 기준을 가이드라인 형태로 만들어놓았는데 실제 정책효과가 어떨지 검증하기 어렵고 의료사고 가능성과 피해자 진료권도 침해될 소지가 있어 고민"이라며 "고시 지정 여부, 한다면 언제 할지 등이 결정된 바 없다"고 발을 뺐다. 가이드라인도 일정보다 늦게 나온 마당에 이대로라면 관련 고시 지정은 부지하세월로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
손보업계는 이런 주장에 반발하고 있다. 자동차보험의 진료수가가 국토부 소관임에도 국토부가 소신 있게 일 처리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시는 행정 제재 수단이 없지만 진료수가 분쟁 심의회에서 지침으로 활용될 수 있어 보험사기행위를 효율적으로 솎아낼 수 있다는 게 업계의 판단. 예를 들어 '경추 염좌(목 삠)는 4~5주 입원' 등으로 정해놓으면 병원에 장기간 입원치료하면서 보험금을 타내는 보험사기행위를 근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형 손보사 고위관계자는 "가이드라인 자체도 의사들이 만들면서 입원할 수 있는 폭을 넓혀 기대했던 수준보다 많이 느슨하다"며 "여태 관련 작업을 해온 국토부가 고시 지정을 앞두고 머뭇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토부가 언급하는 부작용도 새롭게 불거진 것이 아니라 이전부터 다 알던 내용"이라며 "이런 우려 때문에 지난해 말 국민 여론조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도 고시 지정에 우호적으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입원 기준 만들면 보험료 7.6% 인하 가능=정부는 그간 물가안정을 명분으로 보험료 인하를 압박해왔다. 4월부터 자동차보험료가 평균 2%대 내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정작 보험료 인하효과가 큰 경상환자 입원 일수 고시 지정에는 미온적인 정부 행태는 이율배반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서울대 산학협력단의 보고서에 따르면 교통사고 환자의 입원 기준을 엄격하게 하면 보험사가 지출하는 보험금을 연간 8,564억원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돈을 가입자에게 돌려주면 1인당 연간 보험료 평균 69만9,000원의 7.6%인 5만2,431원을 아낄 수 있다. 손보사 관계자는 "의료계에서도 대학병원 등은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보험사 입장에서도 고시가 지정되면 보험료를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고시 지정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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