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號 표류 오래갈듯

당내 역할구도 복잡 혼란매듭 어려워

김대중 대통령이 8일 당 총재직 사퇴를 전격 선언함에 따라 민주당은 선장을 잃고 난파선처럼 상당기간 표류할 것으로 보인다.

대선 예비주자간 권력투쟁과 동교동계와 소장 쇄신파간 알력, 다양한 당내세력들간의 갈등 등 복잡한 당내 역학구도를 책임지고있었던 정신적 지주가 사실상 당을 떠났기 때문이다.

김 대통령이 총재직을 떠난 이후의 민주당은 대혼란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이 같은 혼돈은 창당 이후 최대의 위기인 반면 부활을 위한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민주당은 우선 김 대통령의 뒤를 이어 당을 이끌어나갈 새로운 중심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한치앞도 내다볼 수 없는 극심한 파워게임에 휘말려들 가능성이 높다.

특히 내년 대통령선거를 겨냥한 대선주자간 경쟁이 새 지도부 선출 경선과 맞물리면서 사활을 건 격렬한 권력투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대선주자간 당권ㆍ대권 경쟁은 차기 전당대회의 시기, 총재와 대선후보의 분리선출 여부 등에 초점이 모아지면서 경선구도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대의원 선정기준과 폭을 놓고 첨예한 대립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당내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동교동계와 소장 쇄신파간 대치도 첨예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동교동계와 쇄신파는 김 대통령 총재직 사퇴에 대한 평가와 원인을 놓고벌써부터 책임론 공방 등 감정싸움에 돌입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게 사실이다.

민주당내 각 세력간 이런 갈등과 알력이 `죽기 아니면 살기식' 이전투구로 비화될 경우 당이 결국 분열의 길로 접어들 가능성도 완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서로 당을 같이할 수 없다'는 당내 세력간 반발정서가 내년 대선과 맞물리면서 당이 결국 동교동당과 개혁파당으로 갈릴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이 겪게될 이런 무질서와 혼란은 그러나 명실상부한 국민의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한 재탄생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내 각 계파가 서로의 입장에서 조금씩 후퇴, 누구나 승복할 수 있는 공정경쟁의 틀을 만들고 그 틀 안에서 차기 총재와 대선후보를 선출할 경우 당이 새로운 정당으로 태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혼돈의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지도부를 세운 뒤 그 지도부를 중심으로 새 출발을 다짐할 경우 DJ당 이라는 태생적 한계에서 벗어나는 결정적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민주당은 그간의 민심이반 위기를 극복하고 내년 대선을 앞두고 새로운 탄력을 얻게 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민주당이 계파간 갈등과 알력으로 분열의 길을 걷게될 지, 아니면 명실상부한국민의 정당으로 거듭날 지는 앞으로 본격화될 당권ㆍ대권 경쟁이 얼마나 공정하게,그리고 민의에 벗어나지 않는 과정을 밟아나갈 것인지에 따라 판가름날 전망이다.

구동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