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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쇄신] [데스크 칼럼/6월 9일] 李대통령을 위한 변명(?)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정국과 사회가 요동치고 있지만 이명박 대통령 입장에서 취임 이후 지금까지 지내온 상황을 생각해보면 역으로 ‘참 억울한 측면도 많겠구나’ 하는 생각이다. 먼저 지난해 이맘때쯤의 쇠고기 파동을 돌아보자.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비즈니스 프랜들리’를 공개적으로 내세우면서 대한민국을 다시 한번 성장의 고속도로에 올려놓고자 했지만 쇠고기 파동을 겪으면서 국정 장악력은 급격히 추락했다. 경제 이문 남겼어도 민심 잃어
당시 이 대통령은 무슨 생각으로 쇠고기 문제를 미국에 양보했을까. 한편에서 생각하면 당시 이 대통령의 양보는 지극히 합리적이고 경제적으로 유리한 선택일 수 있다. 미국 사람들도 먹고 있는 쇠고기 수입문제를 양보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얻어낸다면 그것은 ‘되로 주고 말로 받는 남는 장사’라는 생각 아니었을까. 그러나 민심은 그렇지 않았다. 장사에서 이문을 남기는 유리한 선택이 민심을 얻는 데는 철저히 실패했다. 이후 전개된 상황도 이 대통령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다. 지난해 촛불이 잦아들고 뭔가 해보려니 바로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를 시작으로 하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다. 미국을 시작으로 전세계 모든 국가들이 죽겠다고 아우성을 쳤지만 그래도 우리는 위기를 슬기롭게 잘 대처해나가고 있다. 금융위기를 예견하고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고환율(원화가치 약세)이 우리의 수출 주력 기업들을 살렸고 국제유가 등 원자재가격의 급락과 금리인하 등 적절한 유동성 공급, 신속한 재정확대정책도 우리 경제를 버텨줬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이 유행가처럼 ‘한국 위기설’을 퍼뜨렸지만 우리는 이를 ‘철 지난 유행가’로 만들어버렸다. 그래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도 현재의 금융위기를 가장 빨리 극복할 나라로 한국을 지목한 것 아니겠는가. 결과론적으로 볼 때 이 모든 것들이 다 최종적으로는 이 대통령의 ‘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서거정국으로 이 같은 이 대통령의 성과는 한 순간에 묻히고 말았다. 위기극복이라는 경제적 성과 대신 빈부격차 확대가, 그의 지도력 대신 ‘일방주의’가, 돌파력 대신 화합과 포용력 부족이 전면에 부각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이겨내고 한국 경제가 살아남아야 한다는 대명제아래 그동안 숨죽이고 있던 중산층 이하의 불만이 서거정국을 계기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종교적으로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기독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감을 느끼던 불교계의 비판적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제는 '소통의 정치' 펼칠 때
원래 가족이든, 국가든 정말 어려울 때는 싸우지 않는 법이다. 그러나 상황이 조금 나아지고 나눌 떡이 만들어진다고 하면 그 때부터 싸운다. ‘환란의 아픈 기억’을 품고 있는 우리 국민들 역시 그동안은 다시는 그 같은 상황이 와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참고 견뎠지만 경기가 호전된다고 하면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 그동안은 위기극복에 한방향으로 매진했다면 이제는 위기극복에 집중하면서도 전후좌우를 살피면서 나아가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얘기다. 우리 국민은 감성이 풍부한 민족이다. 이런 면을 비판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역으로 우리는 쉽게 한 마음이 될 수 있고 열정적이기에 환란도 견뎌냈고 이번 위기도 슬기롭게 극복하고 있다. 이러한 감성적인 민족에 있어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는 ‘알아줌’, 즉 ‘소통’이다. 잇따르고 있는 대학교수들의 시국선언 역시 핵심은 ‘소통의 부재’이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8일 “잘못이 있고 없고를 떠나 대통령이 헝클어지고 어려운 현장에 서서 국민을 설득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모습을 보기를 국민들은 원한다. 지금은 그런 용감한 대통령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전적으로 동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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