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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코리아 꿈이 현실로] <하> 진정한 No.1, 시스템 반도체에 달렸다

후발주자에 극심한 인재난으로 성장 발목<br>중국 대만 사례 본받아 육성 펀드 조성하고<br>적극적 해외 M&A 통해 기술격차 좁혀야


최근 삼성전자 반도체 파운드리(수탁생산) 사업은 애플·퀄컴에 이어 또 다른 주요 업체를 고객으로 맞이했다. 그래픽 반도체(GPU) 분야의 강자인 엔비디아가 이달 중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에서 삼성전자에 칩 생산을 위탁하고 있음을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다. 엔비디아와의 거래는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 영역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이룬 또 하나의 성과다.

이처럼 삼성전자 등 한국 반도체 업계는 메모리 강자의 DNA를 발판삼아 비메모리 산업에서 약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메모리시장의 2·3배 규모에 육박하는 비메모리는 규모뿐 아니라 모바일기기와 각종 전자장치, 스마트차의 중추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반도체 코리아'가 결코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그러나 후발주자라는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어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많다.

◇메모리 1위 삼성·하이닉스, 비메모리는 걸음마=삼성전자는 2000년대 초 본격적으로 파운드리 사업을 시작하며 비메모리에 뛰어들었다. 현재는 엑시노스 같은 자체 모바일AP를 만들면서 모바일AP와 모뎀을 결합한 통합칩 개발까지 나섰다. 또 모바일AP의 핵심 설계를 자체 개발해 애플·퀄컴과 동등한 기술 수준을 늦어도 내년까지 확보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그에 비하면 SK하이닉스는 아직까지 비메모리 사업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해 17조원이 넘는 SK하이닉스 매출 가운데 비메모리 분야는 3% 남짓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SK하이닉스의 비메모리 제품은 메모리와 기술 연관성이 큰 카메라용 이미지센서(CIS) 정도"라면서 "아직 비메모리에 전력을 다하기는 버거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파운드리에서 CPU·모바일AP 같은 PC·스마트폰 핵심 부품, 차량용 반도체 등을 아우르는 비메모리 산업은 해 기준 1,981억달러(약 219조원)에 이른다.



그러나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이 분야서 두각을 나타내는 한국 업체는 전무하다시피 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도 모바일 쪽에 치우쳐져 있고 CPU나 차량용 반도체처럼 훨씬 복잡한 칩을 설계·제조해본 경험이 없다"며 "비메모리만큼은 걸음마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기대했던 동부하이텍 등은 그룹 구조조정에 휘말려 힘을 못 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비메모리 분야가 미국·일본에 비하면 출발이 20년 넘게 늦은데다 극심한 인재난이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진단한다. 비메모리 분야의 핵심은 복잡한 반도체를 설계할 수 있는 인재인데 국내는 수도 부족하고 질도 저하돼 있다는 것이다. 퀄컴 소속 한국인 연구원 A씨는 "미국 대학은 학부에서부터 고급 반도체 설계를 실습하지만 한국 대학생들은 기초이론만 간신히 익히는 수준"이라고 했다. 학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반도체 설계 전공자 배출은 해마다 수십 명 정도에 불과해 명맥이 끊길 지경"이라며 "삼성·SK하이닉스로서도 반도체 설계 인력은 회사의 핵심 인재인 만큼 언제든 떠나갈 수 있는 외국인 출신으로 채우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대만처럼 정부 차원의 관심 기울여야=업계에서는 한국처럼 후발주자임에도 정부의 전폭적 지원으로 비메모리 산업을 키워낸 중국·대만의 사례를 본받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대만 정부는 지난 1980년 신주과학산업단지를 조성한 이래 TSMC·UMC 등 세계적 비메모리 기업을 육성해왔다. 중국도 최근 마카이 부총리 주도하에 약 21조원이 넘는 반도체 산업 육성 펀드를 구성하며 반도체 산업 발전에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시장조사기관 IC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성장률이 가장 높은 주요 반도체 설계기업 10곳 가운데 5곳이 중국·대만 업체였다. 파운드리 역시 삼성전자와 미 글로벌 파운드리를 제외하면 중국·대만 업체가 상위권을 휩쓸고 있다.

국내의 한 중소 비메모리 기업 대표는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업계 관계자와 면담 기회를 늘리는 등 비메모리 분야의 실상에 관심을 돌리기 시작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지원책이 나오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적극적 인수합병(M&A)을 통해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단숨에 기술격차를 좁히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반도체 부문 사장단을 이끌고 실리콘밸리를 방문한 것도 잠재적 M&A 대상을 물색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지 않았겠냐"면서 "비메모리 기술력이 필요한 스마트홈·스마트차 시대가 급속히 다가오고 있는 만큼 이에 대비해 신속한 M&A를 단행하는 것도 생각해볼 만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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