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앞으로 다가온 제30회 런던 올림픽(한국시각 오는 28일 오전5시 개막)이 특별한 이유다. 이번 올림픽에는 전세계 203개국에서 1만500여명의 선수와 5,000여명의 임원이 참가하는데 전체 선수 중 40% 이상이 여성이다. 특히 올림픽 출전 사상 처음으로 남자 선수(261명)보다 많은 여자 선수(269명)를 파견하기로 한 미국의 결정은 올림픽사(史)의 남녀 평등에 있어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한국도 출전 선수 245명 중 여자 선수가 111명으로 4년 전보다 비중이 훨씬 커졌다.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는 전체 267명으로 이번보다 22명이 많았지만 여자 선수는 107명에 불과했다.
불과 십수년 전만 해도 남성 중심의 올림픽이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졌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는 출전국 중 26개국이 남자 선수만 파견했다. 일부 국가의 종교∙관습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여길 수 있지만 꼭 그 때문은 아니었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 때까지 여자 선수들은 마라톤에 출전할 수 없었다. 전세계인의 화합을 기치로 내걸었지만 올림픽은 이처럼 보수적이었다.
그랬던 올림픽이 런던에서 마침내 남녀 평등의 실현으로 봐도 좋을 이정표를 세운 것이다. 카타르가 사상 최초로 여자 선수를 올림픽에 내보내기로 한 데 이어 개막식 기수로 여자 선수를 선발했다. 사우디아라비아도 진통 끝에 처음으로 여자 선수를 파견하기로 했다. 그동안 올림픽에 남자 선수만 내보냈던 국가는 카타르와 사우디∙브루나이뿐이었다. 모두 이슬람 문화가 뿌리 깊은 나라였다. 세 나라가 마침내 여자 선수를 출전시키기로 하면서 런던 올림픽은 참가국 전원이 남녀 혼합 선수단을 파견하는 사상 첫 번째 올림픽이라는 뜻깊은 의미를 지니게 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잇따른 접촉으로 해당국들의 마음을 돌렸고 이슬람 문화에 상대적으로 너그러운 영국 내 분위기가 '기념비적 진일보'를 이끌었다는 평가다. 2022년 월드컵 개최지인 카타르의 경우는 2024년 올림픽 유치도 노리고 있어 표심을 붙잡을 이미지 변신이 필요했다.
종목으로 봐도 여자 복싱(세 체급)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26개 전 종목에 여자 선수들이 참가할 수 있게 됐다. 금녀(禁女)의 벽은 이제 올림픽 무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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