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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칼럼] 실업 문제를 다시 생각한다
입력1999-01-10 00:00:00
수정
1999.01.10 00:00:00
金重雄 현대경제연구원 원장◇중산층 붕괴와 사회불안
지난 해 국제통화기금(IMF) 위기에서 우리 경제가 잃은 가장 큰 손실의 하나는 중산층의 붕괴다. 사상 유례없는 실업자 증가로 사회불안이 증대되고 성장 잠재력마저 잠식되었다. 더구나 새해 들어 은행의 합병과 대기업 빅딜, 그리고 새로 졸업하는 학생들의 취업여건이 더욱 어려워짐으로 인해 실업자가 상반기에 실질적으로 230만명(불완전고용 포함)을 넘어 실업률이 1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숙자가 증가하고 이혼이 급증하는 등의 가정 파탄이 확대돼 생계형, 반인륜적 범죄가 늘어나고 있어 계층간의 사회적 갈등과 충돌이 심화될까 염려된다.
지금 겪고 있는 경제적 시련의 근본 원인은 엄청나게 변화하고 있는 경제 패러다임에 우리 경제 구조가 기민하게 적응하지 못한데서 오는 구조적 비효율성에 있다는 사실을 모든 국민이 잘 인식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IMF 프로그램이 요구하는 구조조정은 타의에 의해 강요된 개혁(FORCED REFORM)이기는 하나 반드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올바른 방향이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는데 제한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 바로 실업문제다. 사회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는 실업으로 소득이 감소되면 소비와 투자가 줄고 경기가 위축되어 다시 실업이 늘게 되는 경기불황의 악순환이 지속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빈부격차의 확대로 인한 계층간의 갈등과 반목에서 야기되는 사회불안 때문에 정부가 구조조정을 현실적으로 강력하게 추진할 수가 없다. 경험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이러한 사회불안 실업률은 사회복지 제도가 발달된 영국이나 독일과 같은 선진국의 경우에는 12%내외이고 인도네시아나 멕시코 같은 개발도상국의 경우에는 6∼8% 수준임에 비추어 우리의 경우에는 10%수준이 그 한계선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정부 실업대책의 문제점
이 때문에 정부의 새해 거시 정책 방향도 구조조정의 내실화를 지향하면서 경기 부양과 사회 안정망 구축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간과하고 있는 사실은 지금 진행되고 있는 중산층 붕괴 현상의 원인인 고실업 문제가 경기 부양으로 치유될 단기적인 성질의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지속될 현상이라는 점이다.
앞으로는 경제성장이 지식 혹은 기술 집약적인 산업을 기반으로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에 고용 흡수력이 더욱 낮아져 과거 경제 개발시대와 같은 2%대의 낮은 실업률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더구나 지금 추진중인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동 시장의 유연성은 더욱 높아져야 될 것이기 때문에 실업률은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밖에 없다.
또 다른 문제는 현재의 고용 정책이 산업구조의 고도화나 노동시장 유연화에 대응하여 수립된 것이라기 보다 일단 실업자를 줄이고 이들의 생계를 지원하자는 의미의 공공근로사업이나 한시적 생활보호사업과 같이 일회성 사업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임시방편적 성격이 짙다는 사실이다.
근로자의 고용가능성을 높이는 체계적인 직업 훈련이나 직업 안전망의 확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그나마 배정된 예산도 낭비되고 있는 실정이다.
◇21세기를 대비한 고용 정책 방향
앞으로 전개되는 21세기 직업의 패러다임은 지식 산업을 중심으로 산업구조가 고도화되고 유연성과 속도가 강조되어 평생 직장이 아닌 평생직업의 개념이 보편화 된다. 이에 맞추어 고용정책도 일자리 자체를 확대하면서 근로자의 능력을 배양하여 근로자 스스로 자신을 부양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초미의 정책 과제는 발등에 떨어진 미증유의 실업대란에 대비하여 크게 부족한 사회 안전망을 확충하여 일단 실업자가계가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임은 물론이다.
미래의 핵심산업인 지식 집약적 산업에 필요한 기술을 근로자들이 습득할 수 있도록 직업 훈련을 다양화해야 한다. 또한 노동시장 유연성 강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근로자들의 재취업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직업알선 등의 직업 안전망을 확충해야 한다. 이러한 사회 안전망은 직업훈련과의 연계를 통해 근로자의 고용가능성을 높이는 생산적 복지(WELFARE TO WORK) 즉, 『일할 수 있게 해주는 복지』가 될 수 있을 때 중산층이 회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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