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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의 등대, 남북경협을 다시 본다] <중> 막힌 통로를 뚫어라

위탁가공 등 단계별 '맞춤 경협' 제시… 북한 참여 적극 유도해야

북한이 13개 경제개발구의 개발 총계획 수립을 마치고 본격적인 개발에 들어간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14일 보도했다. 통신은 청진·압록강·만포·혜산·흥남·현동·위원·온성섬·신평·송림·와우도·어랑·북청 등 13개 개발구의 개발사업이 추진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5월2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조선경제개발협회 주최 경제개발구 전문가 토론회의 모습. /=연합뉴스



5·24조치 전면적 해제에 앞서 중·러 우회로 통한 교역 늘리고

남북관계 개선땐 경협 본격재개… 경공업분야 먼저 투자 활성화를

'수도권~개성~남포벨트' 구축 등 경제개발구 공동개발 전략으로

상호 신뢰·선순환구조 만들 필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지난 1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획기적인 인민생활 향상'을 강조했다. 김정일 3년 탈상 이후 맞이한 올해는 민생안정과 경제개발을 통해 민심 잡기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다. 연초부터 북한과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우리 정부로서는 이처럼 북한이 관심을 기울이는 경제발전을 대화 의제에 올려 북측이 적극적으로 응해 나오도록 할 필요가 있다.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걸맞게 북한이 원하는 방향으로 남북경협을 추진할 경우 상호 신뢰회복과의 선순환구조도 만들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5·24조치로 남북경협의 길이 막혀 있는 만큼 당장은 우회로를 통하는 방법을 모색하다가 남북관계가 개선돼 5·24조치가 해제될 때를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석기 산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나진~하산 프로젝트가 조치의 예외로 인정되고 있는 만큼 이를 준용, 중국이나 러시아와 합작기업을 설립해 북한에서 사업을 하는 것은 5·24조치에 적용되지 않게끔 정부가 유연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남북한과 러시아의 3각 물류협력사업이다. 러시아에서 석탄을 실은 기차가 북한 나진으로 이동한 후 나진항에서 이를 선박에 옮겨 포항항으로 운송하는 시범사업으로 현재 진행 중이다. 실제로 과거 북한과 직접 위탁가공교역을 하던 우리 기업들 중에는 중국을 경유해 비공식적으로 위탁가공교역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위탁가공교역은 단순 물자교역에 비해 북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더 크면서도 북한에 들어가는 현금은 더 적다"면서 "5·24조치의 전면적 해제에 앞서 이런 식으로 점진적인 교역을 확대해나가는 방법도 생각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또 우리 정부가 허용하고 있는 대북 인도적 지원사업과 경협을 패키지로 묶어서 진행하는 방식도 추천했다.

◇경협은 섬유·의류 등 경공업부터=북한과의 관계가 개선될 경우 가장 쉽게 재개할 수 있는 경제협력 분야로는 섬유·의류 등 경공업이 꼽힌다. 북한 내부에서 조달할 수 있는 노동력이라는 생산요소를 활용할 수 있는데다 북한 주민생활 향상을 위해 시급한 생필품 공급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김정은도 올해 신년사에서 "우리 인민들과 학생들, 어린이들에게 여러 가지 질 좋은 소비품들과 학용품, 어린이 식료품들을 더 많이 차례지게 하여야 한다"며 경공업의 생산성 향상을 강조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북한이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상당한 수준의 인력을 확보하고 있고 우주항공 등의 분야에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소프트웨어·무선통신 등 일부 정보통신(IT) 서비스산업 가운데 노동집약적 제조업 부문을 중심으로 접근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경제개발구 공동개발=북한 김정은 체제 경제정책의 핵심인 경제개발구를 공동개발할 것을 제안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북한경제팀장은 "통일준비 차원에서 북한의 경제특구와 연계하는 '신(新)남북경협 전략'으로 북한의 개혁·개방과 시장화를 촉진하고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외에 진출했던 우리 기업들이 북한 경제특구를 이용해 유턴 기회로 삼을 수 있으며 북방 진출의 거점을 확보하는 등 다양한 경제적 이점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특히 평양·남포 등 북한 핵심지역에 경제협력의 거점을 구축하고 이를 기존의 개성공단과 연계해 남한의 수도권~개성~평양·남포를 연결하는 '남북한 경제협력 벨트' 구축 방안이 유망한 것으로 꼽힌다. 앞서 남북한 최초의 합영기업인 평화자동차의 총사장을 지낸 조영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초빙연구위원은 "평화자동차 공장도 평양의 관문인 남포에 위치해 있는데 지리적인 입지나 인프라가 뛰어나다"면서 "추후 남북경협 추진시 남포 지역에 경공업 관련 기업들이 진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지하자원 및 관광자원 개발=북한이 보유한 지하자원 및 관광자원을 개발해 경제개발을 위한 '종잣돈'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해 러시아와 '철도현대화 사업'을 하기로 하고 이에 필요한 사업자금 250억달러(약 26조원)는 북한 내 광산을 개발해 광물 판매수익으로 충당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들어 북한이 부쩍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관광산업도 경협 대상으로 주목할 만하다. 북한은 김정은이 올해 신년사에서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 개발을 언급한 데 이어 오는 4~5월 투자설명회를 개최하고 이 지대를 세계적인 관광지로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부터는 주요 관광지와 방문 방법, 관광 코스 등을 상세히 소개한 웹사이트 '조선의 오늘(www.dprktoday.com)'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다만 2008년 7월 우리 관광객 박왕자씨가 북한 군의 총격에 사망한 사건 이후 금강산관광이 중단돼 있기 때문에 북한과의 관광산업 경협이 진행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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