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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의 할리우드통신] 영혼의 고단함 싫어하는 관객 정서적 나태 때문에 김기덕 영화 외면 받아

한국 영화계의 이단아 김기덕이 '피에타'(Pieta)로 올 베니스 영화제에서 대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그의 영화는 자학적이며 가학적이어서 보는 사람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 김기덕은 자기만의 세계를 걷는 예술가로 사디스트이자 여성 학대증자이기도 하다.

기자는 지난 2004년 7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홍보차 LA에 온 그를 만났을 때 그의 작품의 폭력성에 관해 물었다. 그는 이에 "나는 어두운 것을 통해 밝은 곳에로의 출구를 찾고 있다"면서 "내 폭력은 어둡지만 유머가 있다"고 답했다.

김기덕은 다소 궤변론자이긴 하나 자기 생각을 직선적으로 표현하는 사람으로 저돌적일 정도로 솔직하다. 그의 영화는 유럽에서 환영을 받는 반면 한국 관객들로부터는 외면을 당하고 있다. 그의 영화가 보기에 불편하기 때문인 것 같다.

기자가 그를 처음 만난 것은 그가 지난 2001년 9월 토론토영화제에 '수취인 불명'을 출품했을 때였다. 그 때 그와 기자는 소주를 곁들인 저녁을 먹으면서 그의 인생과 영화에 대해 얘기했는데 그는 자신의 불우했던 성장과정을 털어 놓은 뒤 "나는 관객과 비평가들을 생각 않고 나의 노선을 걷겠다"며 "대중성이란 참 불편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사람들이 그의 영화를 외면하는 까닭은 우선 전 세계적인 블록버스터 현상에 있다고 본다. 김기덕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관객수 1,000만 시대가 왔으나 이런 수치는 앞으로 제작자들이 더욱 이익에만 집착하는 동기가 될 것"이라며 "우리나라 영화계가 너무 블록버스터에만 매달려 독립영화들이 살아남기가 갈수록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보다 더 근원적인 이유로 사람들의 정서적 나태를 들지 않을 수가 없다. 창조적이요 관객에게 도전하는 영화에 대응하면서 삶과 예술의 의미를 생각하고 깨닫는 것은 사람의 영혼을 고단하게 만드는 일이다. 왜 돈 주고 영혼의 고단을 겪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별 뾰족한 대답이 없지만 인간의 예술적 감각이나 정신은 고단하지 않고서는 쇄신되지 못한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김기덕의 영화가 어두운 것은 그의 성장과정과 관계가 있지나 않을까 생각한다. 그의 영화는 어두움의 미학이기도 하나 다른 한편으로는 뒤틀린 한 풀이로도 보여진다.

그는 대상 수상 후 "이젠 내 영화도 좀 봐 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러나 김기덕이 한국 관객과의 화해를 꾀한다면 관객이 원하는 것을 어느 정도 제공해야 한다. 아니면 아예 홍상수처럼 오불관언(吾不關焉)하던지. '피에타'의 마지막 구원을 위해 1시간 반 동안 신체절단과 폭행과 강간과 욕설과 똥 그리고 피와 자살을 견뎌야 했다. 쉬운 일이 아니다. 관객만 탓할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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