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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금융전략포럼] "피부로 느끼는 실용적 개혁할 것"

■임종룡 금융위원장 기조강연

은산분리·감독체계 개편 등 거대담론은 논의 안해

변화 실감할 수 있도록 민간과의 즉각적 소통 약속

"규제 풀어 되레 힘들다니… 스스로 주체돼야" 일침도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23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8회 서경 금융전략포럼에서 기조강연을 통해 금융당국이 실용적인 개혁을 펴나갈 것임을 약속하는 한편 금융권의 동참을 당부하고 있다. /송은석기자


"구호만 외치는 개혁이 아니라 현장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실용적인 개혁을 하겠습니다. 이번만은 금융당국의 진정성을 믿고 금융회사들도 같이 호흡하기를 부탁드립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23일 열린 제8회 서경 금융전략포럼에서 약 40분의 강연 내내 금융개혁 의지에 대한 진정성을 강조하며 금융회사들도 금융개혁의 주체로서 개혁에 동참해달라고 강하게 주문했다.

취임 한 달여 동안 간담회 등을 통해 업계의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는 여러 번 있었지 전 금융업계 경영진과 임직원에게 임 위원장이 직접 금융당국의 개혁방향과 방식을 구체적으로 설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임 위원장은 취임 이후 진두지휘해온 금융개혁의 50개 과제 중 6대 중점 과제에 대해 설명하면서 개혁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금융회사들 역시 스스로 보신주의를 타파하고 개혁에 나서줄 것을 역설했다.

◇현장 체감할 수 있는 실용적 개혁 강조=임 위원장은 '현장에 의한, 현장을 위한, 현장이 체감하는' 금융개혁을 강조했다. 은산분리나 감독체계 개편과 같은 거대담론이 아닌 금융업 종사자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개혁과제를 발굴, 수행하면서 당국의 금융개혁 추진 의지에 대한 민간의 신뢰를 이끌어내겠다는 것이다.

임 위원장은 "1997년 금융개혁 실패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금융감독 체계 개편은 이번에 논의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당시 외환위기로 인해 심도 깊은 금융개혁 과정이 진행됐지만 감독체제 개편 담론이 다른 개혁과제들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역할을 했다. 임 위원장은 "거대담론이 아닌 실천 가능한 실용적인 접근을 통해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꿔 나가겠다"고 말했다.

가시적인 규제완화가 일어나고 있는 분야는 신용카드업이다. 최근 금융위는 카드사 부수업무에 대해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했다. 임 위원장은 "카드사들이 웨딩, 여행, 아파트 관리 등 중소기업 적합업종 외에 모든 업무를 할 수 있게 해줬다"고 소개했다.

임 위원장은 또 금융상품 판매에 대한 규제완화를 예고했다. 임 위원장은 "금융규제를 전면적으로 네거티브 규제로 바꾸라는 주장은 전업주의의 틀 안에서는 수용 불가능하다"며 "다만 판매에 대한 규제완화는 현재 틀 안에서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현장에서 규제개혁 변화를 실감할 수 있도록 민간과의 즉각적인 소통을 약속했다. 이미 임 위원장은 취임 이후 전국 400여개의 금융회사를 방문하는 현장점검반을 운영하면서 업계로부터 195건의 건의사항을 접수해 이 중 54%를 바로 수용하는 등 총 136건에 대해 2주 내 회신했다. 특히 관행적으로 금융회사들이 규제인지 아닌지 몰라서 못하는 부분에 대해 질의하면 비의견조치서 발송을 통해 규제 리스크를 제거시켰다.



이밖에도 선진국 수준의 사모펀드 규제완화와 국민의 부를 증진시킬 수 있는 금융세제의 종합적 개선 추진 등을 약속했다.

◇"규제 풀어줘서 힘들다니, 억장 무너져"=금융개혁에 대한 진정성을 강조하면서 임 위원장은 금융회사들이 금융개혁의 주체가 돼주기를 당부했다.

임 위원장은 "최근 일부 금융회사에서 준비도 안 됐는데 규제를 풀어줘서 힘들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이는 (당국 수장으로서) 억장이 무너지는 소리다. 그러시면 안 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또 금융개혁 추진에 대한 금융권 내부의 냉소주의도 견제했다. 그는 "당국만 개혁을 외치고 금융회사가 움직이지 않으면 그게 무슨 개혁이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금융회사들이 자율적으로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로 성과보상 체계의 과감한 수술을 꼽았다. 임 위원장은 "금융권의 문화를 결정하는 것은 금융회사의 성과보상 체계"라며 "이를 바꿔야 소속원들의 행동이 바뀐다"고 강조했다. 금융권 보신주의의 근원이 보수적으로 일하는 직원들이 성과를 좋게 받고 승진하는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임 위원장은 "열심히 일하려다 발생한 부실에 대해서는 고의가 아니라면 면책해줘야 한다"며 "우리가 성과보상지표(KPI)를 이렇게 고쳐라 저렇게 고쳐라 하지 않을 테니 여기 계신 최고경영자(CEO)분들이 자율적으로 개선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임 위원장은 한국 금융산업에 대한 위기의식을 드러내며 "말로만 하는 개혁이 아니다"라고 수차례 반복했다. 그는 "한국의 금융수준이 우간다와 비견되는 것은 평생 금융을 해온 사람으로서 자존심 상하고 가슴 아픈 일"이라며 "개혁의 필요성을 더욱 절박하게 느낀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램프를 만들어낸 것은 어둠이었고 나침반을 만들어낸 것은 안개였으며 탐험을 하게 된 것은 배고픔 때문이었다"는 빅토르 위고의 말을 인용하며 한국금융 산업이 위기를 맞은 현재가 금융개혁의 적기임을 강조하며 강연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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