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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언제까지 환율 탓만 할건가

엔저 등 대외변수 경영난 단골메뉴

獨 제조업, IoT기술로 경쟁력 지켜

한국산업 패러다임 대전환기 맞아

혁신·개방전략으로 돌파구 찾아야


얼마 전 중소기업 사장들이 만나는 어느 모임에 갔더니 다들 수출경기가 나빠 죽을 맛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일본에 십여년째 기계부품을 수출해온 한 사장은 물량이야 그럭저럭 나가지만 환율 탓에 1년 새 수익이 절반 이상 쪼그라들었다고 하소연했다. 누군가는 궁여지책으로 은행 융자를 받아 회사 근처의 빌딩을 매입해 임대 수입으로 버텨갈 작정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러면서 하나같이 기업들은 죽어나는데 정부에서는 환율대책조차 내놓지 않고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성토했다. 열심히 기업을 꾸려가고 있는데 엉뚱하게 환율 탓에 어렵게 됐다며 억울하다는 분위기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예로부터 국내 기업들의 경영난을 거론할 때 가장 많이 거론되는 단골 메뉴가 환율 등 대외 경제변수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수출 중소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절반 이상이 올해 수출의 최대 애로사항으로 엔저·유로화 약세 등 환율 불안정을 꼽았다. 5곳 중 1곳은 별다른 대응계획조차 없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지금은 환율 핑계만 대고 시간이 흘러 대외여건이 좋아지기를 기다릴 만큼 한가하지 못하다.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우리의 간판 제조업마저 경쟁력을 잃고 속절없이 무너지는 절체절명의 순간이 닥쳐왔기 때문이다.

지난달 독일에서 열린 하노버산업박람회에서 단연 관심을 모은 것은 지멘스의 대형 부스였다. 지멘스는 태블릿에다 다양한 조건을 입력하면 바로 원자재가 투입돼 생산 라인이 돌아가도록 사물인터넷(IoT)기술을 활용한 프로그램을 대거 선보였다. 독일 정부는 2011년부터 '제조업 4.0시대'를 선언하고 기업과 대학·연구기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부품 제작부터 완제품 생산까지 고객의 요구에 따른 맞춤형 제품을 생산하도록 혁신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보쉬나 지멘스의 공장이 똑같이 4.0 모델을 채택하면서 불필요한 시간 낭비를 줄이고 생산성도 높아지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자동차 회사와 시계회사가 협력해 소형차를 만들어내는 등 기업 간의 장벽도 허물어지고 있다. 명실상부한 융복합의 시대가 도래한 셈이다. 우리도 독일을 본떠 '제조업혁신 3.0'을 내놓았지만 아직 구호만 요란할 뿐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일찍이 자동차용 반도체를 공동 개발한다고 나서도 이제껏 성과를 냈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 세계 각국이 열을 올리고 있는 핀테크(fintech) 사업도 마찬가지다. 금융사들은 자칫 정보기술(IT)업체에 주도권을 빼앗길까 두려워하고 촘촘한 규제의 그물도 쉽사리 없어지지 않는다. 오죽하면 이석우 다음카카오 대표가 규제에 막혀 신사업이 어려워졌다며 격정을 토로했을까 싶다. 이러니 중국의 알리바바가 한국의 핀테크 파트너를 찾는다면서 선착순 공모에 나서는 수모를 당할 수밖에 없다.



지금 한국 경제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패러다임 대전환의 시대를 맞고 있다. 이럴수록 우리 산업의 근본적인 경쟁력을 살펴보고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할 때다. 더 이상 기득권에 사로잡혀 안주하거나 개방과 협력의 자세를 갖추지 못한다면 자멸의 길로 들어설 뿐이다. 반도체·자동차·IT 등 우리가 보유한 최강의 기술력을 산업 전반에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정부도 기업들이 혁신활동과 생산성 향상에 집중할 수 있도록 과감한 구조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제조업이 다시 살아나자면 시대 변화에 맞춰 노동 부문의 과감한 변화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또 벤처와 혁신기업들이 마음껏 활약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고 기업 간 자유로운 교류를 통해 융복합기술을 촉진해나가야 한다. 그것이 바로 진정한 창조경제의 길이다. 한국 경제 회복의 골든타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정상범 논설위원 ss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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