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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과 동지' 이합집산 국제질서 재편
입력2001-10-23 00:00:00
수정
2001.10.23 00:00:00
이해득실따라 전통적 친소관계 파괴테러 참사 이후 초강대국 미국이 '적과 동지' 개념을 새롭게 정의하면서 새로운 국제질서가 도래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아군과 적군을 가르는 변수가 전통적인 친소여부나 인권 독재가 아니라 테러로 바뀌면서 세계 각국이 이해득실을 고려하며 이합집산하고 있다. 미국이 러시아와 중국은 물론 리비아 이란 등 적대국가와도 손을 잡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러시아의 WTO가입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고 미적미적 끌어오던 중국의 WTO가입을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러시아는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대 테러 연대를 지지하는 대신 골치아픈 체첸분쟁을 테러범주에 포함시켜 해결책을 찾고있고 나토가입 의사를 밝히며 서방세계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제 3세계의 리더 역할을 자처하던 중국도 이번 테러 사태를 계기로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추진하는 한편 국내 신장성의 위구르족 항쟁 탄압에 대해 국제적인 협조를 얻는데 적극 활용하고 있다.
미국 러시아 중국과 함께 4강으로 꼽히는 일본도 테러 전쟁 동참을 명분으로 자위대 파병을 적극 추진하며 군사대국화 야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러시아가 국제 대 테러연대에 동참하겠다고 천명한후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구동성으로 양국간에 역사적으로 획기적인 제휴관계가 시작됐다고 말한 것이 이 같은 신 국제질서를 잘 보여준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최근 "미국이 테러공격에 대한 분노를 이용해 중국과 러시아 등 라이벌은 물론 인도 등 지역 맹주까지 동맹에 끌어모으면서 2차대전과 베를린장벽 붕괴이후와 비견할만한 지정학적 판도변화가 일고있다"고 표현했다.
이 같은 국제 질서개편은 이슬람권 등 제 3세계 국가도 예외는 아니다. 이는 미국이 군사력을 과시하며 팍스아메리카나를 구가하고 있지만 대 테러전쟁에서 세계 각국과의 협력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키스탄과 인도에 대해서는 지난 98년 핵실험을 이유로 가해온 경제제재를 풀어주고 적성국가인 시리아의 안보리 가입을 승인해주기도 했다.
리비아 등 테러지원국으로 낙인 찍힌 7개국과의 관계도 '주고받기'게임을 벌이며 급변하고 있다. 미국의 보스턴 글로브지는 최근 "미국은 이른바 '깡패국가'중 리비아 시리아 수단 이란 등 4개국에 대해 테러 집단에 관한 정보를 제공해 주도록 요청했으며, 일부로부터는 도움을 받았다"면서 "북한에도 곧 손을 내밀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 신문은 "이는 미국 외교 정책의 극적인 반전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병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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