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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석철 초대전] 노화랑서 27일까지

지석철의 그림은 태양처럼 마주치기 힘든 사물의 속내와 만난다. 그것은 하이퍼 리얼리즘의 방법을 원용하고 있지만 우리에게 주위의 사물 대신에 태양의 나신을 바라볼 수 있게 만드는 안개처럼 흐릿하고 몽롱하고 때론 나른한 게으름을 연상시킨다. 극사실적인 화면 속에서 작가의 시점이 지극히 비현실적인 공간으로 이동해가는 것이 또한 충돌적인 에너지를 만들어낸다.오는 27일까지 서울 종로구 관훈동 노화랑(02~732-3558)에서 열리는 지석철 초대전에는 무수한 빈의자들이 등장한다. 작가는 지난 96년 한 전시회에서 설치작품 「어느 부재의 사연」을 선보인적이 있다. 구식 경운기 한 대를 전시장에 옮겨놓고 짐칸에 1,000여개의 빈의자를 실은 작품이다. 의자들은 넘치고 넘쳐 전시장 바닥으로 흘러내려갔다. 이번에 출품된 작품들에는 그 작품을 평면으로 옮긴 것이 있다. 배경은 전시장이 아니라 남불(南佛) 니스의 해변가이다. 작가의 탁월한 묘사력에 의해 재현된 해변가의 풍경. 모래사장에 자욱이 없으니 고장난 경운기가 그 곳에서 멈춰선 시간이 오래되었음을 짐작케 한다. 차 밖으로 흘러내려간 빈의자들은 해변을 찾았던 사람 같기도 하고, 어쩐지 깨끗하게 마무리된 백골같기도 하다. 그러니 빈 해변가에 적막한 기운이 감돈다. 아스라히 사라져가며 하늘과 만나는 바다 끝은 부질없이 차분한 색조이다. 또 어떤 작품에서는 빈의자들이 일렬 횡대로 서 있고, 그 뒤로 몇 사람이 앉을만 한 돌맹이가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용솟는 산맥같은 형상이 병풍처럼 쳐 있다. 그리고 그림자들. 도대체 의자나 돌 위에 앉아있던 사람들은 어디로 사라졌을 . 작가가 해먹이나 커피 등 보조재를 써서 연출한 색감은 화면의 응집력을 높혀준다. 그것은 화면 밖으로 시선을 돌리는 풍성한 색채의 향연이 아니고 빗물을 머금은 진흙이나 강열한 열(熱)에너지를 집어삼킨 청자처럼 자신에게 되돌아가는 귀소(歸所)의 현장을 담아내기 위함인 것 같다. 화면에 사람은 없지만 결국 사람의 이야기들을 담아내 끝을 알 수 없는 명상의 세계를 연출하기 위한 것은 아닐 . 지석철은 홍익대를 졸업하고 모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이용웅기자YY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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