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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출신자, 금융권 감사 독식… '고양이에 생선 맡긴 꼴'

[위기의 금감원] '낙하산 감사' 어느정도 길래…<br>양측 이해관계 맞아 떨어져<br>전직임원 동원 로비창구 활용<br>끝없는 유착비리 잉태 고리로

전·현직 임직원의 각종 비리 연루와 독직 사태로 불신의 늪에 깊이 빠진 금융감독원은 급기야 불시에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국가 신뢰의 위기"라는 뼈아픈 질책을 당했다. 대통령의 방문을 기다리면서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는 금감원 임직원들의 표정에 고개를 들기도 힘겹다는 착잡한 속내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왕태석기자


'금융시장의 패자인 금융감독원의 위세와 그늘에 안주하고 싶은 금융사의 유착물.' 금융권을 싹쓸이하고 있는 금감원 출신 감사에 대한 시장의 시선이다. 도대체 어느 정도이기에 금감원 비리의 '최대 고리'라고까지 질타를 당하고 있나. 올해도 금감원의 금융권에 대한 '낙하산 감사'는 예외가 아니었다. 신한은행ㆍ국민은행ㆍ한국씨티은행 등 내로라하는 금융기관이 금감원 출신을 감사로 모셨다. 심지어 씨티은행은 김종건 전 금융감독원 리스크검사지원국장을 감사로 영입하기 위해 주주총회를 두 차례나 열었을 정도로 극성을 부렸다. '부산저축은행 사태'로 불거진 금감원 출신 감사에 대한 냉랭한 시선은 얼음장보다 더 차갑다. 이명박 대통령의 질타로 금감원이 더 이상 금융사에 감사를 추천하지도, 스카우트 손길에 응하지도 않겠다고 했지만 때늦은 감이 크다. ◇금융권 감사는 금감원 몫=국회 정무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올해 3월 말까지 3년간 금융회사의 감사 등으로 재취업한 임직원은 모두 52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에 모두 56명이 퇴직했는데 52명이 금융회사 감사로, 나머지 4명은 일반 기업체 감사로 재취업했다. 금융권별로는 증권업계가 17명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보험(12명), 저축은행(10명), 은행(7명), 캐피털 등 기타(6명)의 순으로 나타났다. 신한은행은 3월 주총에서 이석근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를 신임 감사로 선임했다. 신임 감사는 퇴직 후 일정 기간 업무와 관련된 민간기업 취업을 제한한 공직자윤리법 때문에 4월 초 공식 취업했다. 국민은행은 박동순 금감원 거시감독국장을 임기 3년의 상근 감사로 선임했다. 하나은행은 조선호 전 금감원 총무국 국장이 지난해부터 감사직을 수행하고 있으며 한국씨티은행은 김종건 전 리스크검사지원국장을 감사로 영입하려고 임시 주총까지 열었다. 증권·보험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금감원 출신이 돌아가며 감사 자리를 맡고 있어 이미 업계에서는 '금융권 감사는 금감원 몫'이라는 등식이 굳어졌다. ◇끊이지 않는 유착비리=최근 한 달새 뇌물수수혐의로 구속된 금감원 직원 수가 6명에 달한다. 금감원 출범 이후 가장 많은 수다. 2000년 이후 비리에 연루돼 검찰에 구속된 직원이 5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금감원 직원과 금융회사 간 유착비리로 금감원 내부가 빠르게 곪고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금감원 전·현직 직원이 비리에 연루되는 원인은 관행화된 금감원 직원의 금융회사 감사,이직 등과 무관하지 않다. 시쳇말로 '뒷배'를 봐주면서 퇴직 이후의 안식처를 마련하기 위한 생각이 팽배해 있어서다. 금감원 내부에서도 자조 섞인 말이 흘러나온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시장친화적인 감독을 한 결과가 이런 것이냐"며 "일부는 정치권 여기저기에 줄을 대 힘있는 자리에 오르고 일부는 아예 시장과 유착해 일을 하지 않는 풍토가 만연해 있다"고 언급했다. 퇴직 이후 감사로 재취업할 경우 받는 연봉 수준도 유착관계를 돈독하게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감사는 등기임원이며 의전 서열상 최고경영자(CEO)에 이어 두 번째 예우를 받는다. 연봉은 시중은행의 경우 4억~5억원에 달하고 증권·보험사도 2억~3억원선이다. 금감원 국장급이나 임원 연봉의 몇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금감원 출신이 금융회사 감사를 독식하는 것은 금감원과 금융회사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많다. 예컨데 금감원이 금융사 검사시 10개의 지적사항을 적발했다면 금융사들이 징계 수위가 높을 만한 지적 사항을 빼기 위해 금감원 출신 감사를 동원해 '로비 창구'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금감원은 금융회사 감사 파견을 통해 인사 적체를 해소할 수 있고 금감원 영향권 안에 있는 금융회사는 로비스트로서 금감원 직원을 감사로 영입하고 있다"며 이런 이유로 금융회사들이 금감원 출신을 선호하고 금감원도 금감원 출신 감사를 받아줄 것을 직간접적으로 요구한다"고 말했다. 기존 감사들과 올해 퇴직해 감사로 재취업할 예정인 전 금감원 임직원에 대한 취업제한 등은 현재로서는 이뤄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일단 금감원이 쇄신방안을 발표하더라도 현직에 있는 임직원들부터 적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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