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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때문에… 곤혹스러운 한국정부
DMZ 일대 유네스코 생물보전지역 등재 무산환경단체 "환경부 무리하게 추진하더니… 당연한 결과" 비판
김경미기자 kmkim@sed.co.kr
비무장지대 수색ㆍ정찰하는 장병들(기사 내용과는 관련 없습니다./연합뉴스 자료사진)
비무장지대(DMZ) 남측 일원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하려던 계획이 무산되면서 환경부가 체면을 구겼다. 환경단체들은 그동안 환경부가 유네스코 권고안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무리하게 단독 추진해온 것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고 비판하고 있다.
환경부는 1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네스코 인간과 생물권 프로그램 제24차 국제조정이사회에서 'DMZ 생물권보전지역' 지정안이 유보됐다고 12일 밝혔다.
환경부가 유네스코에 신청한 DMZ 생물권보전지역은 ▦DMZ 남측 전체(435㎢)와 습지 등 법정보호지역(426㎢) 중심의 핵심지역(861㎢) ▦민통선 위주의 완충지역(693㎢) ▦민통선 인접 생활권인 전이지역(1,425㎢) 등 총 2,979㎢이다.
그동안 "전문가 검토 기구에서도 DMZ 일원을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할 것을 권고했기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혀온 환경부 측은 이번 결정에 당황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환경부 측은 "철원 지역 주민들이 사유 재산권 제약을 우려해 지정에 반대했고 철원 지역에 핵심지역을 보호할 완충ㆍ전이지역을 설정하지 못했다"며 "지역 주민과 협의해 완충지역을 제대로 설정한다면 내년에는 지정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정부가 성과 올리기에 급급한 나머지 무리하게 DMZ 남측 지역만 단독으로 등재하려다가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특정 지방자치단체의 반대나 용도구역 설정의 문제로 돌리는 것은 책임 회피라는 것이다.
실제 이사회 과정에서 DMZ를 관할하는 유엔군사령부의 동의를 받지 못한 점이 논란이 됐으며 국제조정이사회 이사국인 북한 역시 여러 경로로 이를 저지하려고 노력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인철 녹색연합 평화행동국장은 "DMZ는 생태계적 가치뿐 아니라 분단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평화협력 모델이었고 유네스코 역시 남북 공동추진을 지속적으로 권유해왔다"며 "북한ㆍ유엔사와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고 단독으로 추진한 생물권보전지역 지정은 그 의미가 퇴색될 뿐 아니라 유네스코의 기준도 충족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은 생물 다양성 보전가치가 있는 지역과 그 주변 지역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지정된다.
2011년 기준으로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 동서독 접경지역인 독일 뢴 지역 등 세계 114개국 580개소가 지정돼 있으며 우리나라는 설악산, 제주도, 신안 다도해, 광릉숲 등 4개 구역, 북한은 백두산ㆍ구월산ㆍ묘향산이 지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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