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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포커스] "난 괜찮겠지…" 안일함이 포비아 키웠다

커지는 메르스 파장… 실종된 시민의식

자가 격리자가 골프 라운딩하고 감염사실 알고도 중국으로 출장

병원선 환자 떠넘기기 님비현상



[뉴스 포커스] "난 괜찮겠지…" 안일함이 포비아 키웠다
커지는 메르스 파장… 실종된 시민의식자가 격리자가 골프 라운딩하고 감염사실 알고도 중국으로 출장병원선 환자 떠넘기기 님비현상

한영일·임지훈기자 hanul@sed.co.kr
























우리 사회 전체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공포'에 빠져든 1차 이유는 정부의 안이하고 허술한 초기대응이다. 메르스 방역방이 순식간에 뚫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사태가 빚어진 데는 의심환자나 자가격리자 등 일부 감염위험자들이 바이러스를 주변에 퍼뜨릴 수 있는 가능성을 무시한 채 활보한 것도 한몫을 했다. "괜찮겠지 뭐"라는 식의 실종된 시민의식에 따른 무책임한 행동이 메르스 사태를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해외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슈퍼 전파 사건'이라는 오명을 얻은 것도 이런 행태로 인한 복합적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3일 보건당국 등에 따르면 자가격리자 등 감염 의심환자들이 감염예방 수칙 등을 지키지 않은 채 주거지역을 벗어나거나 일부 지역병원들이 감염 의심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떠넘기면서 의심환자가 병원을 돌아다니는 위험한 행태가 이어지고 있다.

메르스 감염자와 접촉해 자가격리 중이던 서울 거주 50대 여성 A씨는 지난 2일 아침 일찍 집을 벗어나 일행 15명과 함께 전북 지역의 한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당국과 경찰이 A씨의 위치를 확인할 때까지 A씨는 12시간 이상 외부에 노출돼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관할보건소가 A씨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통화했을 때 A씨는 "전화하지 말라"는 말만 남긴 채 전화를 끊기도 했다.

보건당국은 지난달 말 메르스 감염 사실을 알고도 의료진의 만류를 뿌리치고 중국에 출장을 간 K씨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부 병원들의 '님비(지역이기주의) 현상'도 사태확산을 부채질하고 있다. 대전지역의 한 대형병원은 의심환자가 방문하자 "우리 병원에서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다른 병원으로 가라"고 떠넘겨 이 환자는 여러 병원을 전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확진 판정 의료진 조차 마스크 안써… "타인 배려 없으면 감염 확산 불보듯"
한영일기자 hanul@sed.co.kr

# 수도권의 한 요양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한모(49)씨는 3일 환자 보호자와 한바탕 실랑이를 벌였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발생으로 보건당국으로부터 각 병원에 보호자들이 환자 면회를 할 때는 마스크를 착용하게 하라는 지침이 내려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한 환자 보호자가 "우리 지역은 괜찮은 것으로 아는데 굳이 마스크까지 써야 하느냐. 너무 빡빡하게 하는 거 아니냐"며 되레 한씨에게 호통을 쳤다. 한씨는 "나이 든 환자들이 많아 특히 메르스에 민감한 상황인데 보호자들이 그다지 협조를 해주지 않아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 서울에 사는 직장인 안모(27)씨는 3일 오전 마스크를 쓰고 회사에 출근했다. 메르스 환자들이 급증했다는 뉴스를 보고 이날부터 집을 나서면 마스크를 쓰고 지하철을 타기 시작했다. 하지만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안씨는 상사가 던진 한 마디에 기분이 상했다. 안씨의 상사가 "메르스가 유행한다고는 하지만 마스크까지 쓰면서 그렇게 유난을 떨 필요가 있느냐"며 핀잔을 준 것이다. 상사는 "그렇게 유난 떠는 사람들이 꼭 병에 먼저 걸린다"며 비아냥거리기까지 했다.



격리자가 1,300명을 넘고 대통령까지 나서 긴급대책회의를 벌이는 등 메르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결과를 초래한 이유로 정부의 초동대처 미숙, 병원들의 격리 등 통제 실패, 개인들의 낮은 보건의식 등 크게 세 가지를 꼽고 있다. 특히 최근 메르스 격리자의 일탈행위 등을 계기로 전염병 등 국가적 차원의 사태에 대응하는 우리 국민들의 시민의식 수준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실제로 최초 환자의 경우 중동 국가를 방문한 사실을 숨긴 것을 시작으로 의심환자가 의료진의 만류를 뿌리치고 출국한 일에 이어 자가격리자가 골프를 친 일도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더구나 일반 시민들뿐 아니라 첫 환자가 입원한 병원에서만 20명의 환자가 발생했다는 점은 결국 의료계와 환자·보호자들의 취약한 위생관념이 화를 키웠다는 얘기가 된다. 확진 판정을 받은 의료진 3명조차도 감염병 예방의 기본인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빚어진 이런 행태는 공동체의 안전을 위한 규칙이나 배려에 소극적인 국민의식이 반영된 결과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강철인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대한감염학회 이사)는 "우리나라에서 메르스가 빠르게 확산된 것은 국가와 의료계·개인 등 우리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감염에 대한 안이한 태도"라며 "특히 격리자가 급증한 상황에서 호흡기 감염질환의 경우 개인의 위생관리와 습관 등이 중요한 만큼 국민들의 협조와 관리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지난해 에볼라가 발생하자 환자와 접촉한 여행객 전원을 증상과 관계없이 강제 격리하는 등 강력한 초동대응에 나서 우리와는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평소에는 개인의 인권과 프라이버시를 중요시하지만 전염병 등과 관련해서는 강력한 공권력을 동원한 것이다.

메르스 환자 개인의 인권은 아랑곳하지 않은 극단적 사생활 침해 사례도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이날 경기도 화성서부경찰서에 따르면 메르스 의심환자의 개인정보가 담긴 공문서가 인터넷으로 유포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시 보건소가 작성한 메르스 감염의심자의 실명과 나이·직업·주소·감염경로 등이 적힌 문건이 주부들의 인터넷 카페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떠돌아 경찰이 최초 유포자 수사에 나섰다.

현재 감염병예방법에 따르면 환자가 격리 조치를 위반해도 벌금 300만원, 감염환자 미보고 때는 의료인에게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와 관련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 전염병 관련 법령이 지나치게 느슨한 상황"이라며 "국민들에 대한 보건의식 강화에 나설 필요가 있고 격리 조치를 따르지 않은 환자나 감염환자 미보고 의료진에 대한 처벌규정도 한층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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