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곪았던 상처 터진 당·청… 다시 불붙은 친박vs비박 파워게임

■ 박근혜 대통령 국회법 거부권 행사

충돌정국 어디로 가나<br>내년 총선 공천권 놓고 치열한 내부갈등 예고<br>유승민 사퇴거부 따른 청와대 반응에 주목

2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강력한 메시지와 함께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사실상 '국회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으로 해석된다. 당청 관계의 악화, 여권 내 친박·비박 계파 갈등 극대화 등 여러 부작용이 예상되지만 정권 반환점을 둔 박 대통령으로서는 이번 기회에 정치권 개혁이 더 시급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을 뜯어보면 박 대통령은 정치권의 행태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면서 개혁 필요성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여당 원내사령탑인 유승민 원내대표를 직접 겨냥하면서 "정부여당의 경제살리기에 어떤 국회의 협조를 구했는지 의문이 간다"고 비판한 것은 그간 쌓인 당에 대한 불만이 폭발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당청 관계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겠다는 선언으로도 해석된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 내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당분간 당청 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과 친박계로서는 정권 후반기로 접어들기 시작한 상황에서 당에 주도권을 뺏길 경우 '조기 레임덕' 사태가 올 가능성도 대비해야 하는 만큼 강경 모드를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다.

잠시 수면 아래로 내려앉았던 여권 내 친박·비박계 간 계파 갈등도 다시 극대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무성 대표가 거부권 행사에 대해 "정치적 문제가 아닌 법률 해석적 문제"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당내 친박계에서는 유 원내대표의 사퇴 공세에까지 나설 모습을 보이고 있다. 친박계인 김태흠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당청 간 불협화음을 내고 집권당으로서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든 유 원내대표는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며 자진 사퇴를 촉구했고 김현숙 의원도 기자회견을 통해 유 원내대표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친박계 좌장 격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 후 '거부권 정국'에 책임을 지고 원내총무직을 사퇴했던 경험을 언급하면서 간접적으로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거부권 행사 이후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유 원내대표에 대한 책임론을 두고 설전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세력 구도상으로는 유 원내대표의 유임을 바라는 비박계의 의견이 더 많지만 이번 사태로 타격을 입게 된 유 원내대표가 끝까지 버티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친박계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결집하면서 당내 주도권 싸움으로 끌고 갈 경우 상황은 더 복잡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당내에서는 이번 친박·비박 간 갈등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양측이 공천 경쟁의 서막을 알린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거부권 행사와 동시에 친박계 좌장인 서 최고위원이 "우리 당은 대통령의 뜻을 존중할 의무가 있다"며 방향을 제시하고 이어 다른 의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유 원내대표의 사퇴와 해명 촉구 분위기를 끌고 가는 등 결집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한편 김 대표로서는 박 대통령과 유 원내대표 어느 쪽 편을 들기 어려운 상황에서 국회법 재의결 국면의 원만한 타결을 모색해야 하는 입장이 됐다. 지도부가 대통령의 뜻을 따르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만큼 본회의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정족수 미달을 노리거나 본회의에 참석한 뒤 부결을 시키는 방안을 구상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본회의 불참으로 정족수 미달이 될 경우 야당의 반발이 예상되고 본회의 부결시에는 유 원내대표에 대한 '협상 실패' 책임론이 일 수 있어 명확한 해법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만에 하나 재의결 표결에서 국회법 개정안이 가결될 경우는 상황이 아주 복잡해진다. 이 경우 박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은 가속화되고 당내 혼란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의원총회에서는 본회의 불참을 통한 '자동폐기' 쪽에 더 많은 여론이 모아졌다. 야당과의 갈등이 불가피하지만 박 대통령의 뜻을 따르면서도 유 원내대표의 상처를 최소화하는 '타협점'이라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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