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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입힌 광고·전광판 "아름답네"

美 제니 홀저 17년만에 한국서 개인전<br>소격동 국제 갤러리서 내달 16일까지

공공미술의 일환으로 건축물에 빛으로 시구(詩句)를 투사한 미국 개념미술가 제니 홀저의 '핸즈 온(Hands On)'

"예술 만이 아름다운가요? 광고나 뉴스, 반짝이는 주식시세표와 도시를 물들이는 전광판도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미국을 대표하는 개념미술가 제니 홀저(61)다운 대답이다. 1970년대 후반, 그녀는 기성세대를 비판하는 문장을 적은 포스터를 뉴욕 곳곳에 몰래 붙이고 도망가던 '거리의 작가'였다. 하지만 미술계는 문자(text)를 이용한 개념미술의 선구자인 그녀의 도발성에 주목했고 1990년 마흔살의 작가는 베니스비엔날레에서 미국관을 대표하는 첫 여성작가로 단독 전시를 보여줬고 최고 상에 해당하는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세계적인 작가 홀저의 개인전이 소격동 국제갤러리 신관에서 열리고 있다. 1994년 이후 17년 만의 한국 개인전이다. 아름다움에 대한 작가의 주장처럼 LED전광판 작품이 눈길을 잡아 끈다. 일명 '전자조각'. 코너에 서로 어긋나게 걸리거나 큰 벽에 세로로 기댄 전광판에서는 "I BREATHE YOUR BREATH(나는 당신의 숨으로 호흡한다)" "WORDS TEND TO BE INADEQUATE(말로는 부족한 게 있다)" 등의 문장이 흘러간다. 명상적이고 때론 선동적인 문구들은 따라 읽기도 힘들 정도로 빠르게 지나간다. 현대사회의 속도감과 과도한 정보 홍수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장치이며, 읽으려 애쓸수록 더 빠져드는 작품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기에 '텍스트'를 (도구로) 선택했다"고 말하는 작가는 "전쟁ㆍ사랑ㆍ인권문제 등 다양한 주제에 사람들이 관심가져 주기를 바란 것이지만, 반짝이는 빛과 색감을 통해 느끼는 감성적 경험도 중요하니까 자유롭게 감상하면 좋겠다"고 권한다. 이 외에도 런던ㆍ로마ㆍ베니스 등 역사적인 도시의 중요한 건물 외벽에 프로젝트 빔으로 문장을 투사한 사진작업 시리즈 13점도 볼 수 있다. 육중한 건축물과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시구(詩句)가 영원성을 갖지만, 빛이 꺼짐과 동시에 흔적없이 사라진다는 '반전'이 이 작업의 매력이다. 또한 흰 대리석에 문장을 새겨 넣은 '풋스툴(발받침)'은 위대한 기념비들이 갖는 권위를 제거한 대신 인간과의 교감을 강조한다. 단순한 의자처럼도 보이지만 가격은 수천만원을 호가한다. 예술과 일상의 고정관념을 깨면서 사색에 빠지게 하는 이번 전시는 10월16일까지 계속된다. (02)735-8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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