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랑에 휩싸인 한국IT 새로운 미래를 찾는다] HP PC사업부 애물단지 전락 우려 분사후 인수합병 계획 불구인수자 나타날지는 미지수 이지성기자 engine@sed.co.kr 글로벌 1위 PC 제조사 HP가 PC 사업부문을 분사하기로 결정하면서 향후 PC시장의 판도 변화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HP는 PC 사업부문을 떼어낸 뒤 독자 생존이나 인수합병을 모색할 계획이지만 PC시장의 성장세가 급속히 둔화되고 있어 선뜻 인수자가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HP의 PC 사업부문 분사는 한때 PC시장에서 주도권 다툼을 벌였던 IBM의 성공적인 변신을 따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IBM은 지난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싱크패드' 등의 브랜드를 앞세워 PC시장 공략에 집중해왔다. 하지만 2005년 주력이었던 PC사업을 중국 업체인 레노버에 전격적으로 매각했다.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가 각각 PC용 칩셋과 운영체제 시장을 장악하자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IBM의 판단은 정확했다. IBM의 PC사업부를 인수한 레노버는 단숨에 PC업계 '빅3'로 올라섰으나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넷북(보급형 노트북PC) 열풍이 불어닥친 지난해까지도 부진을 거듭하며 혹독한 구조조정까지 겪었다. 레노버는 올해 들어서야 안방인 중국시장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며 PC업계 3위로 재진입했다. HP는 PC 판매량에서 세계 1위이지만 수익성에는 애플과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정보기술(IT) 블로거 맷 리치먼은 애플이 맥PC 1대를 팔 때마다 얻는 수익은 HP의 7배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애플은 맥PC를 평균 1,323달러에 팔아 370달러의 이익을 남기지만 HP는 이보다 훨씬 싼 650달러에 PC를 판매해 52달러만 벌어들인다는 것이다. HP가 공개적으로 PC사업부 분사를 밝힌 것도 사실상 매각작업이 실패로 돌아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PC시장의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마땅한 인수자를 찾지 못하자 공개 분사로 전략을 수정했다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글로벌 PC시장이 태블릿PC로 인해 부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올 하반기 PC시장 성장률 전망치를 올 초 제시한 6.7%에서 2.3%로 낮췄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국내 업체가 글로벌 PC업체를 인수하더라도 시너지가 크게 없는데다 양사의 주력사업과도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올 4월 하드디스크(HDD)사업부를 글로벌 2위 업체인 씨게이트에 매각하며 '몸집 줄이기'에 나선 상황이다. 댄 올즈 개브리엘컨설팅그룹 연구원은 "HP의 PC사업은 이미 수익성과 성장세가 꺾였으며 앞으로 변화될 가능성도 없다"며 "매각 대신 분사를 택한 것도 HP의 PC사업부를 사겠다는 의사를 표명하거나 그만큼의 자금을 가진 후보군이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격랑에 휩싸인 한국IT의 미래는?] 기획 전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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