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김포 일대에서 일하는 건설시행사 간부 김기복(가명)씨는 요즘 걱정이 태산이다. 완공 1년이 넘도록 적체된 미분양아파트들 때문이다. 김씨는 "불경기로 수요는 잠잠한데 지난 몇년간 워낙 많은 아파트가 경기도에 공급된 게 화근"이라고 말한다.
# 대형은행 프라이빗뱅커 이길남(가명)씨는 "지금 집값이 바닥 수준이냐"는 문의를 받을 때마다 진땀을 흘린다. 인구구조나 가계부채는 물론이고 정부의 오락가락하는 세금 문제까지 온통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탓이다.
불황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주택시장의 단면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경제를 회복시키려면 고사 직전인 주택시장부터 살리는 게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서종대 주택금융공사 사장은 "부동산 경기만 살려도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이 1.5%포인트가량은 올라간다"며 "DJ(김대중)정부 때도 부동산ㆍ건설경기를 살리면서 GDP를 2%가량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지난 13일 저녁 브리핑에서 관련부처가 합동으로 부동산 문제에 대한 종합대책을 내놓을 것을 주문했다.
건설ㆍ부동산 업계는 물론이고 연구기관들도 정부가 내놓을 대책에 기대를 하면서도 박근혜 정부의 주택대책이 이명박 정부의 정책실패를 답습할지 우려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집권기간 수차례 부동산대책이 발표됐지만 주택수급 구조에 대한 큰 밑그림 없이 단편적인 금융ㆍ세제지원에 머물렀던 것을 우려하는 셈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하우스푸어ㆍ렌트푸어 대책을 보면 빚을 감면하겠다거나 서민용 주택을 많이 지어 공급을 늘리겠다는 식의 단순한 그림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세제지원이나 금융지원도 인수위가 큰 그림을 먼저 제시하지 않고 그저 정부에 안을 만들어오라는 식이 되면 이명박 정부 대책의 연장선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단편적 대응만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주택 전문가들은 새 정부가 내놓을 정책이 주택시장의 수요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유관기관이 총망라된 '패키지형'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단발성 지원책보다 인구구조 변화를 반영한 주택 공급조절, 유효구매 수요를 이끌어내기 위한 금융규제 완화, 자산가들을 이끌어낼 수 있는 세제지원 확대 등이 종합적으로 담겨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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