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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거인들의 어깨와 절대가치


# 지난 2007년 1월9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맥월드. 스티브 잡스는 "가끔씩 모든 것을 바꿔놓는 혁신적인 제품이 나온다"고 운을 뗐다. 그리고 아이팟과 휴대폰·인터넷을 언급한 후 이 셋을 담은 '아이폰'을 소개했다. "2년 반 동안 전화를 새롭게 발명했다"며 "전에 없던 경험"을 강조했다. '예수폰'이라 불리며 모바일 혁명을 가져온 아이폰은 그렇게 탄생했다. 스티브 발머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 등은 "기존 제품의 기능을 결합했을 뿐"이라고 평가했지만 소비자들은 열광했다. 2012년 아이폰5가 출시됐을 때 전문가들은 "더 이상의 혁신은 없다"며 실패를 점쳤고 아이폰6가 나왔을 때도 "새로운 것이 없다"고 단언했지만 소비자들은 사상 최대의 매출로 화답했다.

# 1687년 영국 과학자 아이작 뉴턴은 '프린키피아'에 관성·가속도·작용-반작용의 법칙과 만유인력을 정리했다. 그가 이룬 성과는 순간적 통찰이 아니라 꾸준히 오랫동안 관찰하고 생각한 결과였다. 뉴턴은 "내가 다른 사람보다 조금이라도 더 멀리 볼 수 있었다면 그것은 거인들의 어깨에 올라서 있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오늘의 혁신은 과거의 성과를 기반으로 한 누적적 진보의 결과라는 것이다. 잡스도 "뛰어난 예술은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는 파블로 피카소의 말을 인용하며 "위대한 아이디어를 훔쳤다는 사실에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 1896년 미국 주요 기업들의 주가를 모아 다우존스 산업지수를 만들었다. 119년이 지난 지금 제너럴일렉트릭(GE)만이 남았다. 포춘은 전 세계 500대 기업 중 50년 동안 500위권을 유지할 수 있는 기업은 15%도 안 된다고 발표했다.

기업들은 성장을 말하지만 생존을 고민한다. 수명 연장을 위해 혁신을 내세운다. 그런데 주변의 것들을 묶고 약간의 기능만 보탠 제품이 혁신의 아이콘으로 환호를 받으며 시장을 지배하고 기술적으로 대단한 진보를 이룬 제품은 시장에서 외면받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잡스는 "더 나은 것은 충분하지 않다. 다른 것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기술 개발로 더 빠르고, 더 크고, 더 강하고, 더 똑똑한 기능을 넣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사용자에게 전에 없던 '다름'과 새로운 경험이라는 '절대가치'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사용자들의 경험은 문자에서 이미지, 이미지에서 영상으로 옮겨갔다. 영상에 대한 경험은 2차원에서 현실에 가상의 정보를 합성한 증강현실(AR)과 현실과 비슷한 가짜인 가상현실(VR)을 향하고 있다.

AR와 VR는 개념도 기술도 전혀 새롭지 않지만 시장은 새롭다. 삼성전자가 갤럭시S6와 두 번째 기어VR를 내놓았고 다음달 출시하는 갤럭시노트5에도 VR에 최적화된 기능을 탑재할 것이다. 거인의 어깨에 올라탄 듯 최고의 스펙을 갖췄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다름과 절대가치의 감동은 기대하기 어렵다. 경쟁자에게 언제든지 밀릴 수 있다는 의미다. 다름과 절대가치에 대한 고민은 비단 어느 한 제품, 어느 한 기업만의 숙제는 아니다. /우승호 정보산업부 차장 derrida@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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