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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는 천사들 '나눔행렬'

청년·교사등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익명 기부 잇달아


2008년의 마지막 날인 지난 12월31일 오후. 허름한 점퍼 차림의 20대 청년이 서울 중구 정동에 자리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 열매) 사무실에 들어섰다. ‘20대 백수’라고만 밝힌 그는 새하얀 봉투를 내밀며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봉투에는 자신의 이름 대신 어니스트 헤밍웨이, 기 드 모파상, 무라카미 하루키, 성석제, 이외수 등 국내외 작가 49명의 이름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그는 “도서관에서 읽은 책을 통해 어두운 천체에서 반짝하고 사라지는 유성을 볼 수 있어 행복했다”며 “내가 받은 엄청난 혜택을 조금이나마 돌려드리고자 작가분들의 이름으로 기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허락 없이 행한 무례한 행동에 대해 작가분들께 용서를 구하며 작가분들 모두 감사하고 존경한다”고 덧붙였다. 봉투에 든 31만4,150원은 그가 1년 동안 읽은 책값의 절반이라고 모금회 측은 설명했다. 자신의 것을 조금이나마 나누고자 하는 익명의 잇단 기부 행렬로 새해 첫머리가 훈훈하다. 같은 날 오후4시에는 한 40대 중년 신사가 모금회 사무실을 방문, 1만원권 지폐 100장 한 묶음을 전달하고 성급히 자리를 떠났다. 그는 “한 해를 마무리하며 매년 기부하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찾았다”고만 밝혔다. 연말에 회사에서 받은 상품권을 내놓는 이들도 있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모금회 경북지회에 5년째 기부하고 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이 교사는 경북지회 직원과 맺은 인연을 시작으로 2007년에 이어 지난달 31일에도 100만원을 기부했다. 전북지회에도 매년 12월31일 현금을 기부하는 사람이 있다. 60세로 알려진 이 기부자는 2004년 3만원으로 시작, 2005년에 33만원, 2006년에 100만원, 2008년에 100만원을 기탁했다. 2007년에는 경제 사정이 어려워 기부를 못할 것 같다는 편지를 보내오기도 했다. 모금회의 한 관계자는 “한 해를 나눔으로 마무리하는 익명의 기부자들을 ‘희망 2009 나눔 캠페인-62일의 나눔 릴레이’34호 ‘행복 나누미’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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