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의 고비는 겨우 넘겼다고 하지만 앞으로가 더 문제다. 정부 지원이 늘어나지 않는다면 서울시는 내년에도 자체 재원으로 예산을 충당해야 한다. 올해 4,000억원의 세수결손을 예상하고 25조원 이상의 누적적자를 안고 있는 시로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다. 이대로 방치한다면 곳간이 거덜나 내년ㆍ내후년에도 위기가 계속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가 무상보육을 구하기 위해 정부 지원 비율을 현행 20%에서 40%(지방은 50%에서 70%)로 늘리는 영유아보육법을 국회가 하루 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과연 이것만 해결되면 무상보육이 살 수 있을까. 정부는 올해 지자체 지원금으로 5,706억원을 내놓았지만 영유아법이 통과되면 수천억원을 더 쏟아 부어야 한다. 상반기에만도 10조원의 세수가 덜 걷혀 가뜩이나 어려운 국가재정에 혹을 하나 더 붙이는 꼴이다. 지자체를 구하자니 재정악화가 불 보듯 뻔하고 방치하자니 대통령 공약인 무상보육이 결딴나게 생겼다.
이번 사태는 표를 위해 앞뒤 안 가리고 무리한 공약을 쏟아낸 정치권과 재원부족을 예상했으면서도 말 한마디 못한 정부의 책임이 크다. 한번 잘못된 것을 내버려두면 나중에는 영영 손을 못 쓰게 된다. 우리는 지난해 한때 0~2세 무상교육 전면실시에서 소득하위 70%로 재조정하는 방안을 시도한 적이 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공약수정의 필요성을 솔직히 고백하고 현실적 대안을 찾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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