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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겨우 넘긴 보육대란 앞으로가 문제다

정부와 서울시 간 예산갈등으로 중단 일보직전까지 몰렸던 0~5세 영유아 무상보육이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했다. 서울시는 5일 보육예산을 지원 받으려면 추가경정예산을 먼저 편성해야 한다는 정부의 요구를 수용해 2,000억원 규모의 지방채를 발행하겠다고 밝혔다. 나머지 부족액 1,708억원은 다른 사업비를 줄여 마련할 계획이다. 그동안 영유아를 볼모로 한 정부와 지자체 간 책임공방으로 속을 까맣게 태워야 했던 부모들은 일단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당장의 고비는 겨우 넘겼다고 하지만 앞으로가 더 문제다. 정부 지원이 늘어나지 않는다면 서울시는 내년에도 자체 재원으로 예산을 충당해야 한다. 올해 4,000억원의 세수결손을 예상하고 25조원 이상의 누적적자를 안고 있는 시로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다. 이대로 방치한다면 곳간이 거덜나 내년ㆍ내후년에도 위기가 계속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가 무상보육을 구하기 위해 정부 지원 비율을 현행 20%에서 40%(지방은 50%에서 70%)로 늘리는 영유아보육법을 국회가 하루 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과연 이것만 해결되면 무상보육이 살 수 있을까. 정부는 올해 지자체 지원금으로 5,706억원을 내놓았지만 영유아법이 통과되면 수천억원을 더 쏟아 부어야 한다. 상반기에만도 10조원의 세수가 덜 걷혀 가뜩이나 어려운 국가재정에 혹을 하나 더 붙이는 꼴이다. 지자체를 구하자니 재정악화가 불 보듯 뻔하고 방치하자니 대통령 공약인 무상보육이 결딴나게 생겼다.



이번 사태는 표를 위해 앞뒤 안 가리고 무리한 공약을 쏟아낸 정치권과 재원부족을 예상했으면서도 말 한마디 못한 정부의 책임이 크다. 한번 잘못된 것을 내버려두면 나중에는 영영 손을 못 쓰게 된다. 우리는 지난해 한때 0~2세 무상교육 전면실시에서 소득하위 70%로 재조정하는 방안을 시도한 적이 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공약수정의 필요성을 솔직히 고백하고 현실적 대안을 찾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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