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민은행의 위안화 평가절하로 떠들썩하던 지난 11일, 정작 중국 매체들은 알리바바와 가전 유통업체인 쑤닝윈상의 '깜짝 제휴'에 흥분했다. 마윈의 알리바바가 283억 위안(한화 약 5조3,900 억원)을 투자해 쑤닝의 지분 20%로 2대 주주로 올라서고 쑤닝은 140억 위안(한화 약 2조6,200억원)을 투자해 알리바바의 지분 1%를 확보하는 방식의 제휴를 체결했다. 이번 제휴가 주목받은 이유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통합이란 점 때문이다. 알리바바와 쑤닝이 결혼식을 올렸다고 이번 제휴를 표현한 마윈 회장은 "인터넷 플러스 시대의 한 획을 긋는 사건"이라고 자평했다.
알리바바와 쑤닝의 제휴를 이끌어 낸 인터넷 플러스 전략은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자회의 업무보고에서 리커창 총리가 행동계획을 제시하며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인터넷 플러스가 원하는 것은 분명하다. 인터넷 경쟁력을 바탕으로 제조업을 탈바꿈시키겠다는 것이다. 모바일 인터넷과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 등을 전통 제조업에 접목시켜 새로운 중국의 성장동력을 만들겠다는 리 총리의 야심작이다.
행동계획이 발표된 후 제일 분주해진 곳은 인터넷 기업들이다. 인터넷 플러스 전략의 중심에 있는 마윈 회장은 쑤닝과의 제휴에 앞서 침체기에 빠진 자동차업계에 손을 내밀었다. 이에 질세라 인터넷 포털 기업 텅쉰의 마화텅 회장도 중국청년공산당연맹 부주석으로 취임하며 본격적으로 인터넷 플러스 전략에 뛰어들었다. ICT 기반의 창업에 정부가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상반기 성사된 중국내 엔젤 투자도 7억4,200만 달러에 달한다.
중국의 인터넷플러스 전략은 창업·제조·농업·에너지·금융·민생·물류·전자상거래·교통·생태환경·인공지능 등 새로운 산업모델 창출이 가능한 11개 분야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11개 분야 중 가장 주목되는 분야는 창업과 제조, 금융이다.
'인터넷+창업'에는 정부가 직접 나서 대형 IT 기업의 경영자원 개방 및 공유를 독려하고 있다. 리 총리는 지난 7월 기업 간담회에서 "중국의 성장은 개방적 혁신환경이 우선이고 성공한 대기업은 창업자를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넷+제조'의 핵심은 중국 제조업의 체질을 바꾸는 것이다. 대량생산,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 등으로 생산에만 주력했던 중국 제조업을 맞춤형 제조방식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주목 받는 산업은 스마트제조업. 중국 정부는 스마트제조업 시범구역을 설정하고 생산 과정에는 크라우드 컴퓨팅, 사물인터넷, 산업용 로봇 기술을 적극 응용한다는 방침이다. 류쉬에 베이징대 공상관리학원 부원장은 "중국의 제조업이 굴뚝에서 IT기반 산업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가장 활발하게 진행 중인 '인터넷+금융'은 중국이 가장 취약한 신용정보 구축에 역량이 모아지고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 플랫폼을 활용한 신용인증서비스를 제공하고 저축·대출·결제·신용중개 등의 금융서비스를 인터넷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할 방침이다.
그러나 리 총리의 인터넷 플러스 전략에는 함정이 숨어 있다. 화려한 겉모습과는 달리 복잡한 속내를 감추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플러스 전략은 한때 세계의 공장으로 불렸던 중국 제조업의 위기에서 출발했다. 중국 경제의 급성장 동력이던 제조업은 빈부격차, 환경오염, 과잉생산, 부정부패 등의 부작용을 가져오며 현 정부의 성장전략의 발목을 잡고 있다. 여기다 제조업들의 과도한 투자는 그림자 금융과 연계되며 금융위기로 이어질 위험을 가지고 있다. 이런 배경 속에 탄생한 인터넷 플러스 전략은 리 총리가 중국 경제 위기에 던진 승부수인 셈이다. 인터넷 플러스 전략이 중국 성장의 펑커우(風口·순풍이 불어오는 입구)가 될지는 확신 할수 없다는 관측이다. 자칫 또 다른 거품을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증시폭락에서 보듯 인터넷 금융은 편법적인 대출을 통해 신용을 확대하며 증시의 발목을 잡았다. 여기다 중국 금융의 시한폭탄인 그림자금융이 인터넷과 결합 되며 축소되긴커녕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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