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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샹의 후예들 일상서 예술을 찾다

뒤샹 프라이즈 수상자 16명 대표작 모아<br>국립현대미술관, '오늘의 프랑스 미술'展

셀레스트 부르시에 무주노의 작품

프랑스의 현대미술가 마르셀 뒤샹(1887~1968)은 1917년 뉴욕에서 열린 전시회에 남성용 소변기를 '작품'으로 내보냈다. 미술계가 발칵 뒤집혔다. 뒤샹이 소변기에 명명한 '샘'이라는 이름과 그것이 놓인 전시장은 일상적 사물의 본래 기능을 전복시키기에 충분했다. 예술가가 창의력을 동원하는 대신 대량 생산된 물건을 선택해 새로운 정신성과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예술활동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자리다. 이 같은 혁명적 사건을 계기로 뒤샹은 '현대미술의 아버지'로 군림하게 됐다. 국립현대미술관(관장 배순훈)은 뒤샹의 후예들이 전개하고 있는 현대 프랑스 미술의 동향을 살펴보는 기획전 '오늘의 프랑스 미술: 마르셀 뒤샹 프라이즈(Marcel Duchamp Prize)'전을 26일 개막했다. '마르셀 뒤샹 프라이즈' 수상자 및 후보자 16명의 대표작을 모은 자리다. 프랑스의 개인 소장가들이 설립한 '프랑스 현대미술 국제화 추진회(Adiaf)'가 2000년 제정한 이 상은 매년 4명의 후보 중 최종 1명을 선정해 이듬해 퐁피두센터에서 개인전 기회를 제공한다. 기성품을 활용한 뒤샹의 오브제(objetㆍ본래 기능을 초월한 물건의 배치를 통해 의외성을 보여주는 미술작품)는 프랑스 미술에 큰 영향을 미쳤다. 미국식 오브제가 물건 자체의 특성을 강조한 것이라면 프랑스미술은 오브제를 수단과 과정으로 여기며 궁극적으로는 전통과 철학을 이야기한다. 사진작가 발레리 블랭은 '빛'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오브제를 선택했고, 설치작가 자비에 베이앙은 최소한의 요소만 남긴 오브제를 통해 보편성과 익명성을 설명한다. 화학자 출신의 미셀 블라지는 재료의 부패의 화학반응을 통해 시간과의 관계성을, 작곡가 출신의 셀레스트 부르시에 무주노는 둥근 물통 안에 도자기를 설치하고 전류를 흘려 그릇들이 부딪혀 내는 소리를 작품으로 선보였다. 또한 "산업과 예술은 양방향으로 교류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작가 마티유 메르시에는 산업적 오브제를 역사적으로 재구성한다. 전시장에는 슈퍼마켓에서 구입한 원색의 생활용품을 수직ㆍ수평으로 조합해 피에트 몬드리안의 추상화를 재해석한 작품이 놓였다. 현대미술의 난해함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전시지만 일상과 예술의 접목을 시도한 작가들의 의도를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인다면 꽤 흥미로울 수 있는 자리다. 전시는 10월16일까지. (02)2188-6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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