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노동운동의 틀 바꿔라] <1>공룡화된 대기업노조

대형車·수천만원연봉에도 '귀족병' 심각<br>임금 대폭인상땐 중기에 납품가인하등 압박도<br>도산 위기 중기·비정규직 노조 '상대적 박탈감'



[노동운동의 틀 바꿔라] 공룡화된 대기업노조 대형車·수천만원연봉에도 '귀족병' 심각임금 대폭인상땐 중기에 납품가인하등 압박도도산 위기 중기·비정규직 노조 '상대적 박탈감' '간부에게는 대형차 제공, 연봉 4,800만원(14년차기준, 특근ㆍ복지수당 별도), 주5일제 실시, 유급 휴일ㆍ휴가 연간 약 10일.' 어느 대기업의 부장급이상 경력사원 모집 광고 문구가 아니다. 2005년 5월 한국 대기업 정규직 노동조합집행부들의 현재 모습이다. 대부분의 대기업 노조 간부들은 회사측에서 차량과 유류 등을 제공받는 것을 '당연한 일'로 여기고 있으며 '경영 참여'는 본연의 업무로 생각하고 있다. 기업마다 약간씩 다르지만 노조원 100명당 1명씩 선출되는 대의원이 되면 임원보다 나은 생활이 보장된다. 일부에서는 '노조대의원 3선만하면 공장장보다 높아진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통용되고 있을 정도다. 올들어 잇따라 발생한 기아차와 현대차 노조의 채용비리 사건은 파업을 무기로 권력을 거머 쥔 노조원들이 그 권력을 개인 용도로 사용한 사례에 불과하다. 서울경제신문은 비정상적으로 막강해진 노동조합의 힘, 쉽사리 터지고 있는 노조집행부의 '모럴 헤저드(도덕성해이)', 국가 경쟁력의 걸림돌로 폄하되는 한국 노동조합의 본질과 내부 모순 등을 긴급 진단해 2부 6회 기획시리즈로 짚어본다. "때론 경건한 척하면서도 뒤로는 계급유지를 위해 적당히 현실과 타협하거나 오히려 현실을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변경시키는 것이 귀족의 본질 아닙니까?" 중소기업체에 근무하는 K씨(28ㆍ남)는 올들어 잇달아 터져나오고 있는 대기업 노조집행부들의 취업비리, 납품비리 등등에 대해 '노동 귀족'의 속성이라고 치부한다. 그는 "모르긴 해도 현재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에 대해서도 (귀족 노조들은) 겉으로는 찬성을 하지만 속내는 '엄연히 노동의 질이 다른데 어떻게 같은 대접을 받으려고 하느냐'는 선민의식이 깔려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시대를 살고있는 상당수 중소기업 및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대기업 정규직 노조가 해마다 파업강행을 무기삼아 임금과 복지를 끝없이 요구하는 모습에 대해 '심한 박탈감'을 갖고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현재 한국의 노동시장은 비정규직이 비대해지고 있다든가,주5일 근무제 실시와 연동된 휴무일 처리 등 숱한 내부 문제를 안고있다"면서도 "하지만 이 같은 문제는 겉으로 보여지는 것일뿐 진짜 위험한 것은 노동시장 내부에서 팽배해지고 있는 상대적 박탈감"이라고 지적한다. ◇"노조집행부 심사를 누가 건드리나"= 기아차 채용비리 사건수사가 한창이던 지난 2월 이 회사의 한 간부는 취재진에게 "어느 공장에서 노조 대의원의 인사 청탁을 거부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생산라인 현장에서 잔업거부ㆍ라인 가동 중단 등의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대의원의 심사를 건드리는 것은 곧 바로 생산차질로 직결되는 중대한 문제"라며 더 이상 꼬치꼬치 묻지 말아달라고 손사레를 쳤다. 현대차에선 각각의 생산라인별 근로자들의 소속이 '돈'과 연결된다. 히트 자동차를 맡은 생산라인 소속 근로자들은 거의 매일 야간근무를 하거나 휴일근무를 해야하지만 그렇지 못한 생산라인의 근로자들은 일감이 없어도 그냥 지켜보고만 있어야 한다. 가장 큰 이유는 휴일근무나 야간근무를 할 경우 평상임금의 1.5~2배가 보장되기 때문이다.현대차는 현재 작업자들이 이쪽 생산라인에서 저쪽 생산라인으로 이전하는 것조차 노조의 허락이 있어야 가능하다. 노조의 힘이 막강하기로 익히 소문난 A사. 이 회사 노조 간부들은 회사에서 공식적으로 업무용 차량 수십대를 지급받고 있다. 회사에선 노조에 제공하는 차량의 유류비도 지급하고 있으며, 각종 고장이 발생하면 무상수리가 기본이다. 이렇게 지급, 관리되고 있는 대부분의 업무용 차량은 노조집행부들이 개인소유로 차량처럼 활용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말만 업무용 차량일뿐 최고급 대형 세단이 아니면 회사에 퇴짜를 놓기가 일쑤다. 이 회사 노무 담당임원은 "노조 간부는 상근직이며, 업무추진비 등 명목으로 수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음으로 양으로 제공하고 있다"며 "노조에 대한 지원비의 경우 해마다 크게 늘어 이제 만만치 않은 액수가 됐지만 경비 절감의 대상에 포함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털어 놓았다. ◇대기업 노조, 진정한 노동자의 대변자인가="대기업의 노사간에 본격적인 임단협이 시작된다는 데 걱정이다. 내수 침체기에 대기업 노조가 두자릿수에 가까운 임금인상을 관철시킬 경우 납품단가는 더욱 떨어지고 우리 회사는 도산할 위기에 몰린다." 최근 임단협을 앞두고 있는 B사 노조의 인터넷 게시판에 이 회사에 납품하고 있는 협력업체 근로자가 올린 글이다. B사가 임금을 대폭 올리면 그만큼의 부담이 고스란히 협력업체에게 넘겨지는 것을 벌써부터 걱정하고 있는 모습이다. B사 노조나 경영진에서는 협력업체에게 부담을 전가하지 않는다고 매번 강조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시간이 조금만 흐르면 이런 저런 이유로 납품가격을 깎는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그가 올린 메일은 '제발 당신네 생각만 하지 말고 이웃 사정도 좀 살펴달라'는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하소연이자, '해도 너무 한다'는 울타리 밖 이웃의 불만이기도 하다. A자동차 노조의 한 간부는 이에 대해 "우리 노조의 협상 결과는 다른 노조들이 사측과 협상할 때 기준이 된다"며 "매년 노동계가 요구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의 임단협 요구안을 마련할 수 밖에 없는 처지를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지금 상당수의 중소기업들이 한국을 떠나 해외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도록 부추기는 요인들에는 낮은 부가가치에 의존하는 제품구조,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 과도한 땅값 부담 등이 배경이지만 대기업 노조의 복지 후생을 위해 매년 가혹할 정도로 요구받는 납품가 인하 압박도 분명히 작용하고 있다. 한동수 기자 bestg@sed.co.kr 입력시간 : 2005-05-12 16:31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