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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의 공포를 넘어라] <2부·끝> 글로벌 위기 현장을 가다 ⑦ 미국

제조업 부활·에너지 혁명으로 리세션 파고 뚫는다<br>석유 수입 의존도 줄이고 화학 등 연쇄 투자 효과로 유로존 충격 방어 기대감<br>침체된 주택시장 살리고 8%대 고실업률 해소가 향후 경제회복 최대 과제


현재 미국 50개주 가운데 경제성장이 가장 빠른 지역을 꼽으라면 단연 중북부의 노스다코타주다. 실업률은 3%로 완전고용에 가깝고 주택이 남아도는 다른 주들과 달리 외부에서 몰려든 사람들이 집을 구하지 못할 정도로 주택경기가 양호하다.

불과 몇년 전까지 전형적인 농업지역이었던 노스다코다를 변화시킨 것은 셰일오일과 가스다. 지난 2008년 하루 평균 14만배럴이었던 석유생산량은 이제 57만배럴로 늘어나며 미국 전체 주 가운데 텍사스에 이어 2위로 올라섰다. 깊은 암층에 물과 모래ㆍ화학물질을 엄청난 압력으로 밀어 넣어 석유와 천연가스를 뽑아내는 '하이드롤릭 프랙처링(hydraulic fracturingㆍ수압파쇄법)'을 통해 노스다코타ㆍ몬태나주와 캐나다에 걸친 이른바 바켄셰일(Bakken shale) 개발이 본격화하고 있는 것. 미 지질조사국은 2008년 이곳의 석유매장량은 43억배럴로 추정했지만 일부에서는 240억배럴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미국이 3년간 쓸 수 있는 양이다.

유럽 문제가 더욱 악화될 경우 단기적인 충격은 어쩔 수 없겠지만 미국경제는 이를 극복하고 일본 같은 장기불황을 겪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다수 미국 이코노미스트들의 전망이다. 여기에 빠지지 않는 근거 중 하나가 바로 셰일오일과 가스 등 에너지 개발붐이다.

셰일오일과 가스 개발은 미국의 에너지 지형을 바꿔놓을 것으로 기대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내 석유생산이 늘어나면서 올해 미국의 대외 석유수입 의존도는 42%로 20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현재 하루 400여만배럴 수준인 중동ㆍ아프리카ㆍ유럽 원유의 구매량은 오는 2020년 250만배럴로 낮아지고 2030년에는 중동에서 석유를 전혀 수입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는 에너지 안보를 위해 중동에 막대한 군사력을 투입해야 했던 미국의 부담을 줄여줄 것이다.

에너지 개발붐은 다른 산업들에도 연쇄적인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2,200억달러에 달하는 파이프라인ㆍ화학ㆍ철강 등 관련산업의 투자를 촉발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달 서울경제와 만난 존 티어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의 미국 웰스매니지먼트 프라이빗뱅킹 헤드는 "당장 6개월 앞의 미국경제는 지금보다 나빠질 수 있지만 5년 후에는 분명히 크게 나아질 것"이라며 "에너지 산업의 혁명이 미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조업의 부활도 긍정적인 신호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950년 27%에서 2009년 11%로 하락했다가 2011년에는 12.2%로 상승했다. 한때 싼 임금을 찾아 중국으로 옮겨갔던 수많은 미국 기업들이 돌아오고 있는 것.

중국의 임금이 올라가고 위안화가 절상되면서 미국과의 생산비용 격차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반면 고객들에 대한 신속한 반응과 기업에 유리한 사회문화적 배경, 물류 측면의 우위 등 미국의 강점이 부각되고 있다.

GE는 지난해 켄터키주에 4,800만달러를 들여 전자제품 생산을 지원하는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고효율 온수기 생산 부문을 중국에서 이전했다. 포드도 2,000개의 일자를 창출할 수 있도록 4억달러를 들여 캔자스시 공장을 현대화했다. 소비재 업체인 콜맨도 중국에 있던 플라스틱아이스박스 공장을 미국으로 이전했다. 기술집약적인 고부가가치 산업과 북미시장을 겨냥한 소비재 산업에서 집중적으로 미국 회귀현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보스턴컨설팅그룹은 전망했다.



위기를 거치면서 은행들의 재정이 건전해졌다는 점, 최근 몇년 사이의 수출호조 등에 힘입어 미국 기업들의 이익창출 능력이 개선된 것도 미국경제에 긍정적 요인이 되고 있다. 미국 기업들은 현재 약 3조달러의 현금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 미국의 유로존 수출은 전체 수출의 15%, GDP에서 2% 정도를 차지한다 이는 캐나다ㆍ중국 등과의 교역비중에 비해 낮은 수준으로 유로존 문제가 현재보다 더욱 악화되더라도 미국경제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을 낳고 있다.

그러나 당장 1~2년 내 미국경제가 장밋빛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기대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경제회복 속도는 과거 경기침체기보다 훨씬 떨어지고 있다. 2009년 6월 경기침체는 공식적으로 종료됐지만 이후의 회복세는 2차 세계대전 뒤 미국이 경험한 리세션 가운데 가장 뒤처진다는 것이다.

AP통신의 분석에 따르면 2009년 2ㆍ4분기 이후 올 2ㆍ4분기까지 GDP는 6.8% 증가했다. 자료가 충분하지 않은 1945~1949년을 제외한 9번의 리세션 중 이번을 제외한 8번의 평균은 15.5%에 달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부총재를 지낸 앤 크루거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금융위기 이후 찾아오는 리세션은 디레버리징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회복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미국이 가야 할 길은 여전히 멀다"고 말했다.

금융위기 이후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불균형도 미국경제의 숙제다. 지난달 실업률은 8.3%로 미국 역사상 최장기인 42개월 연속 8%를 웃돌았다. 2,300만명이 실업이나 불완전취업 상태에 있으며 이로 인해 경제를 떠받치는 중산층은 갈수록 얇아지고 있다. 최근 퓨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중산층 가구의 소득은 2001년 7만3,000달러에서 2010년 7만달러로 떨어졌다. 퓨리서치는 미국 중산층이 최악의 10년을 보냈으며 미래에 대한 희망도 꺾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버블붕괴 이후 아직 회복세를 타지 못하고 있는 주택시장 침체가 중산층 몰락의 가장 큰 배경이다.

노벨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는 최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100년 만에 불평등 수준이 최고조에 달했다"며 "더 이상 미국은 기회의 땅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소비가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미국에서 중산층의 몰락은 경기회복을 더욱 더디게 만들고 있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인 핌코의 빌 그로스 최고경영자(CEO)는 경제활동인구 증가 둔화, 과도한 신용 부담 등으로 향후 10년간 미국경제가 연평균 1.5% 성장하는 데 그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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