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이 만난 사람] 박대동 예금보험공사 사장 "금융시장 잠재적 리스크에 대응 나설때"예금 감소·시장성 수신 급증등 다양한 위험 노출저축銀 경영여건 예의주시… 위기 사전차단 할것금융사 경영상태 파악위해 금감원과 자료공유 필요 정리=이종배 기자 ljb@sed.co.kr 대담 : 이용웅 부국장 겸 경제부장 yyoung@sed.co.kr “국내 금융시장은 미국 등 해외시장에 비해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인플레이션과 경기둔화로 신용위험이 증대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더구나 우리 금융회사들은 예금감소에 따른 조달비용 상승 등의 문제도 안고 있어 지금이 바로 사전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박대동(57ㆍ사진)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최근의 금융시장을 이같이 진단했다. 예보는 금융기관이 파산하거나 영업정지를 당할 때 예금자들의 예금을 보호하는 기관으로 금융시장 안정의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한다. 박 사장은 “금융은 신뢰가 바탕으로 어느 한 곳에 차질이 생기면 다른 곳에도 영향을 준다”며 “금융안정을 책임지는 기관으로서 소방대원의 역할을 충실히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면한 과제에 대해 “금융회사들의 부담을 줄여주고 예금자보호 선진화를 위해 내년 1월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는 ‘목표기금제’를 차질 없이 도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아울러 자본시장통합법 시행, 저축에서 투자로 이동 등 변화된 금융환경을 고려해 예금자보호제도의 중장기 제도개선 방안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사장은 “금융감독원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지만 금융회사의 경영상태를 좀 더 정확히 파악하려면 비계량 자료의 공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보의 최고경영자로 취임한 지 5개월여가 지났습니다. ▦(예보와는) 개인적으로 인연이 있습니다. 지난 1998년 통합 예보 발족 당시 재경원에서 담당 과장으로 근무했어요. 한동안 떨어져 있다가 직접 와서 보니 ‘훌쩍 커버린 성인’이라고 할까요. 기대보다 훨씬 잘하고 있다는 데 놀랐습니다. 특히 130여 기관의 다양한 경력을 가진 직원들이 서로 잘 융합하는 것에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금융감독원과 업무ㆍ감독 협조 시스템은 어떻습니까. ▦초기 단계에는 협조가 원활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후 금감원과 양해각서(MOU)를 맺는 등 긴밀히 협조하고 있고 올해 들어서만 12건가량의 공동 검사를 수행하기도 했지요. 단 (예보 입장에서 봤을 때) 부보 금융기관의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감독원으로부터 모든 자료를 시의적절하게 받아보는 것이 필요한데 현단계에서는 비계량 자료 등이 다 전해지지 않고 있는 점이 아쉽습니다. 올해부터 금융위가 예보와 금감원을 관할함에 따라 향후 협조체계는 더욱 발전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외국에서는 정보 공유를 어떻게 하고 있나요. ▦미국의 예를 들어보지요. 미국은 법정기관인 ‘연방금융기관 검사협의회’가 구성돼 있습니다. 협의회를 통해 유관기관 간 협조체계가 원활히 작동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재 예금자보호기금 개편 작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과거에도 여러 차례 논의가 있었지만 번번이 무산됐는데요. ▦가장 선진화된 예금자보호제도는 목표기금제와 차등보험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도 민관 합동 TF에서 목표기금제와 차등보험료 도입 등을 담은 제도개편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특히 목표기금제는 내년 1월 시행 예정이지요. 목표규모 적립률, 목표규모 도달 후 보험료 감면방안 등 세부 사항도 의견을 수렴해 관계부처와 협의해나가겠습니다. 오랜 기간 준비해온 만큼 이번에는 차질 없이 도입되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입니다. 금융은 기본적으로 신뢰입니다. 한 곳에 차질이 생기면 다른 곳에도 영향을 주지요. 시간을 갖고 꼼꼼히 따져 시행상의 문제가 없도록 하겠습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등에 따른 신종 금융위기가 전세계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예금자보호제도도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맞춰야 하지 않을까요. ▦맞는 지적입니다. 신종 복합금융 상품이 출현하고 있습니다. 올 상반기만도 펀드 설정액이 60조원 이상 증가하는 등 금융권의 머니무브(money move) 현상도 심화되고 있지요. 예금형태도 저축에서 투자상품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예보제도도 새로운 상품 출현과 환경변화에 대응할 필요가 있지요. 선진 해외 사례를 조사해 현재 중장기 제도개선 방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방안이 있습니까. ▦아직 초기 단계여서 정확히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좀 더 시간을 두고 예상되는 상황에 대비해나갈 계획입니다. 투자성이 강한 상품을 (예금자보호 대상에) 포함할 것인지, 만약 포함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따져봐야 해요. 한국 금융산업의 큰 그림 하에 시간을 두고 차근히 검토해나갈 예정입니다. -내년 2월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이 시행됩니다. 또 다른 형태의 투자자 보호 문제가 대두될 가능성도 적지 않은데요. ▦법이 시행되면 다수의 금융투자회사가 설립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런 가운데 소수의 대형 금융회사와 다수의 소형 특화금융회사로 양분될 것으로 보입니다. 경쟁이 심화되는 과정에서 일부 손실 발생에 따른 투자자 보호 문제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지요.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서라도 시장의 신뢰는 중요합니다. 예금자뿐 아니라 투자자를 보호하는 방안도 검토할 생각입니다. -현 금융시장을 어떻게 보십니까. 리스크에 대한 경고음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요. ▦우리 금융산업은 지금 전환기를 맞았습니다. 국내 금융사들이 글로벌 회사로 발전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도 맞고 있지만 금융의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예금 감소, 시장성 수신 급증 등으로 금융회사들이 다양한 리스크 요인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중소기업 대출 심화 등 잠재적 리스크가 증가해 적절한 대응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저축은행의 리스크 문제는 어떻게 보십니까. ▦서민금융기관으로 출발한 저축은행이 꾸준히 경영개선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부동산 대출을 늘려온 상태에서 최근 상황을 감안하면 경영여건이 좋지 않아 보입니다. 계속 지켜보고 있습니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보험료를 지급하는 등 사후관리도 중요하지만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소방대와 같은 역할, 즉 불이 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우리금융 지분 매각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여건이 되는 대로 우리(예보)가 보유한 지분을 조속히 매각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시장상황 등을 감안해 가능한 조기에 매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예금자보호기구의 국가 간 협력도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미국ㆍ영국 등이 예금자보호제도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감독 당국 간의 국제적인 협력도 강화되고 있지요. 현재 국제예금보험기구(IADI) 등을 통해 표준안 마련을 위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리 예보도 현재 러시아ㆍ스페인 등의 예금보험기구와 MOU 체결을 추진하는 등 교류협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 예보, 해외 은닉재산 환수 뒷얘기들한국판결 인정해주는 법 찾아내 美서 신규소송 없이 강제집행 지난해 305만弗 회수 '성과'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부실 관련자의 재산을 추적, 환수하는 일도 예금보험공사의 주요 업무 중 하나다. 재산 추적은 국내외를 불문하고 이뤄지는데 지난해에는 미국에 숨겨진 4건, 305만달러의 해외 은닉재산을 회수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해외 은닉재산 회수는 재산을 찾아내는 것도 쉽지 않지만 우리와 법 체계가 다른 국가들을 상대로 한다는 점에서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우선 조사 대상 선정부터 방대한 작업이다. 대상을 잘못 선정하면 돈과 시간만 낭비하기 때문이다. 예보는 효율성 차원에서 1억원 이상 고액 부실 관련자를 추린 다음 출입국사무소의 협조로 빈도가 잦은 인사를 가려내 외화송금 내역 분석 수많은 사전작업을 거쳐 조사 대상을 선정했다. 하지만 더 큰 난관은 따로 있었다. 해당 국가(미국) 법원으로부터 국내 법원 판결을 인정 받는 것이 그것. 이것이 안 되면 미국 법원에 신규로 소송을 제기해야 하고 이렇게 되면 재산환수까지 몇 년이 소요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한국과 미국 간에 법원 판결에 대한 상호인정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 걸림돌이었다. 고민 끝에 예보 직원들은 민사소송법 등 미국 법령 전체에 대한 연구에 나섰다. 팀별로 검토 법령을 나누고 내부 학습조직을 활용해 세미나도 갖는 등 5~6개월간의 미국 연방법 및 주법을 연구한 끝에 지난 1962년 제정된 연방법인 '통일외국금전판결법'을 찾아냈다. 이 법은 기본적인 요건과 절차를 갖췄다면 해외 판결이라도 인정할 수 있도록 한 법. 예보는 이 법을 근거로 미국 법원을 설득, 상호 인정을 받아냈다. 한국 법원의 판결을 근거로 해외 은닉재산에 대한 신규 소송 없이 미 법원의 확정판결을 받아 강제집행이 가능하도록 길을 열어놓은 것이다. 은닉재산을 추적하기 위해 미국 전문 조사업체를 선정했다. 그런데 시간당 계산해 엄청난 비용을 요구했다.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예보 직원은 3만8,000개에 이르는 미국 내 조사업체를 다 뒤졌다. 그중 실력이 뛰어난 업체를 골랐고 또 이들과 협상해 보수를 시간당이 아닌 성과보수로 하는 데 성공했다. 예보의 한 관계자는 "시간당 비용 개념으로 움직이는 이들 업체를 상대로 성과보수를 얻어내기 위해 설득에 설득을 거듭했다"며 "이 같은 노력 덕에 조사비용을 1명당 100만원 내외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예보는 부실재산 추적은 진행형이다. 해외 부실자산 조사 시스템을 구축한 예보는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아울러 예보는 현재까지 부실 관련자 소송 등을 통해 4,066억원을 회수했지만 아직도 수많은 사건이 법원에 계류돼 있다. 박대동 예보 사장은 "부실 관련자에 대한 엄격한 추궁은 공정한 금융거래질서 확립에도 반드시 필요한 사안"이라며 "앞으로 해외 조사 대상 국가를 늘리는 등 공적자금 회수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