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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 몰락…경기하강 빨라질수도

물가 뜀박질에 건설투자·일자리창출 부진<br>'버팀목' 수출도 세계경제 둔화로 안심못해<br>전문가들 "스태그플레이션 초입단계 진입"


‘외관은 나빠 보이지 않지만 내부부터 허물어지고 있다.’ 한국경제의 지난 2ㆍ4분기 성적표에 대한 전문가들의 진단평가서다. 성장률이 5% 밑으로 떨어지기는 했어도 전망치에서 크게 벗어난 수준은 아니라는 반면 이를 받치는 민간소비ㆍ건설투자 등은 심각하게 훼손돼 하반기 경제가 당초 예상보다 훨씬 더 나빠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성장률은 갈수록 떨어지는 반면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갈수록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4년 만의 최악 소비 ‘내수 몰락’=2ㆍ4분기 성적표의 핵심은 ‘내수 몰락’이다. 예상치보다 훨씬 나쁘게 나와 전체 성장률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민간소비는 지난해 4ㆍ4분기에 비해 0.1% 줄어 2004년 2ㆍ4분기(-0.1%) 이후 4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전기 대비 성장률은 지난해 1ㆍ4분기 1.6%, 2ㆍ4분기 0.9%, 3ㆍ4분기 1.3%, 4ㆍ4분기 0.8%로 뒷걸음질치다 올 1ㆍ4분기에 0.4%로 뚝 떨어지더니 급기야 마이너스로 추락했다. 민간소비의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 역시 2.4%로 2005년 1ㆍ4분기(1.6%) 이후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지난해 1ㆍ4분기 4.1%, 2ㆍ4분기 4.4%, 3ㆍ4분기 4.8%, 4ㆍ4분기 4.6%에 비교해볼 때 거의 절반 수준이다. 여기에 건설투자가 전기 대비 –0.6%를 기록, 1ㆍ4분기(-1.4%)에 이어 2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인 점도 내수부진을 자극했다. 이에 따라 내수는 0.3% 증가에 그쳤다. 임지원 JP모건 이코노미스트는 “내수 분야가 매우 안 좋다”면서 “정부의 재정정책 노력에도 불구하고 물가불안ㆍ고용악화 등으로 내수부진 흐름이 바뀌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기하강 갈수록 빨라져=내수부진이 예상보다 심각한데다 세계경제 둔화로 버팀목인 수출도 안심하기 어려워 하반기 우리 경제는 더 큰 시련에 노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내수부진으로 인한 경기하강이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일자리부터 문제다. 6월 신규 취업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14만명 증가에 그쳐 2005년 2월(8만명) 이후 최저치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 리 만무하다. 기름 값 폭등으로 자가용 출퇴근이 줄어드는 등 석유제품 소비도 상반기 3.9% 감소했다. 소비자기대지수는 2004년 말 이후 3년 반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오석태 씨티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자산디플레로 실물경제의 어려움은 사실상 지금부터가 시작”이라면서 “정부에서조차 내년 상반기까지 경제회복이 어렵다고 강조하는 점을 볼 때 아직도 최악의 국면은 아닐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수출도 문제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미 경기침체가 본격화돼 앞으로 수출증가율 두자릿수 유지가 쉽지 않을 것 같다”며 “내수부진에 수출마저 둔화될 경우 하반기 경기하강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고조=이처럼 성장은 갈수록 곤두박질치고 있는 반면 물가는 5%를 넘어 6%대를 위협하고 있어 우리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고물가)에 접어들었다는 경고음이 빨라지고 있다. 실제 6월 소비자물가는 5.5%로 외환위기 이후 최고로 급등한데다 정부가 다음달부터 가스료ㆍ전기료 등 공공요금을 대폭 인상할 방침이어서 물가 추가 상승은 불가피한 실정이다. 여기에 시내버스ㆍ전철 등 교통비마저 순차적으로 인상될 예정이어서 사실상 하반기 소비자물가는 6%에 달할 것이라는 게 한은 내부의 시각이다. 반면 하반기 성장률은 한은의 경우 3.9%로 이미 3%대 성장률을 예견한 상태며 씨티은행 3% 초반, 삼성경제연구소 3.8% 등 대다수 기관들이 3%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2ㆍ4분기 성장률만 보면 우리 경제가 이미 스태그플레이션 초입단계에 와 있는 모습”이라며 “하반기 3% 성장에 물가가 7%에 육박한다면 스태그플레이션 상태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오석태 이코노미스트는 “정부의 ‘747’ 공약으로 국민들의 경기에 대한 눈높이가 상당히 올라가 있는 점에 비춰볼 때 고물가에 3% 성장은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이라 부를 만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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