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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재래시장은 찬바람만…



컴퓨터 주변기기를 만드는 K사는 지난달 3명의 직원을 어쩔 수 없이 내보내야만 했다. 매출의 100%를 내수에 의존해온 이 회사는 작년말 경기 회복을 기대하고 8명의 인력을 새로뽑았지만 올들어 경기가 좋아지기는 커녕 판매실적이 오히려 30%나 쪼그라들어 직원들 월급 주기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금융위기를 벗어나면 분위기가 달라질 것으로 기대했다가 큰 낭패를 당하고 말았다”며 “대기업 실적이 좋다거나 경기가 회복됐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한숨만 나올 뿐”이라고 말했다. 내수관련 중소기업이나 전통시장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체감경기가 한여름 무더위를 무색할 만큼 꽁꽁 얼어붙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체된 고용상황이 소비시장 축소를 가져오고 다시 개발 및 고용 여력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이 되풀이 된다는 것이 업체들의 한결같은 하소연이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경기전망에 따르면 7월 경기전망지수는 96.2포인트로 지난달에 두달 연속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또 경기회복을 체감하지 못한다는 비율도 전체 중소기업의 67.4%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돼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중소업체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바로 침체된 내수시장이다. 고용 악화와 부동산 경기 침체, 판로 부진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물건을 만들어 놓고도 마땅히 내다팔 곳이 없다는 아우성이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경기도의 주방용품제조업체 G사 역시 지난 2008년 초반 10군데까지 늘었던 유통거래선이 지금은 단 2곳만 남아있는 상태다. 더 큰 문제는 내수 감소에 맞서 소기업이 할 수 있는 별다른 대응책이 없다는 점. 이 회사 사장은 “예전에는 가끔 기업체 특판이라도 주문을 받았는데 올들어서는 아예 판로개척 자체가 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수출을 하려해도 쉽지 않고 이래저래 고민만 쌓여가고 있다”고 전했다. B2B 내수기업의 양극화도 심화되는 추세다. 산업연구원(KIET)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자동차 부품업계의 경우 지난 2002년께 완성차 계열부품업체와 비계열부품업체의 영업이익률은 각각 8%대, 4%후반대를 유지했지만 2009년 상반기에는 9%대, 2%대로 더욱 격차가 벌어졌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핵심 협력업체와 2, 3차 하위협력업체의 성과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전통시장 상인들도 최근의 매출 부진에 대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었다며 잔뜩 한숨을 쉬고 있다. 서울 양천구 신영시장의 김동용 상인회장은 “요새 날이 더워지며 시장을 찾는 손님이 부쩍 줄어들었다”며 “그나마 바캉스 물품을 파는 상인들은 다른 이들보다 벌이가 더 나은 편이지만 이마저도 작년 수준에 못 미친다”고 말했다. 당장 열대야 때문에 그 나마 꾸준하던 단골들도 인근 대형마트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매달 상인회 차원에서 특가판매를 하고 볼거리를 제공하는 등 손님들의 발길을 불러 모으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 중랑구 망우동 우림골목시장의 유의준 조합장도 “특히 올해는 채소값의 등락이 심해 신선식품 상인들은 장사가 안 된다고 하소연하고 있다”며 “손님들 씀씀이가 연초보다 줄어들어 개별 상인들의 매출은 30~40%나 줄었다”고 설명했다. 유 조합장은“시장 뿐 아니라 근처 SSM(기업형 슈퍼마켓)도 장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서민들이 주로 찾는 곳들은 아직까지 현상유지도 힘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중소기업청 산하 시장경영지원센터가 조사한 시장경기동향지수에 따르면 전통시장 체감지수는 지난 6월 64.8로 떨어진데 이어 7월 전망도 상당히 나쁘게 나왔다. 센터 관계자는 “전통시장의 비수기인 하절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데다 전반적인 경기침체로 위축된 소비심리가 시장에서는 아직 풀리지 않았다는 얘기가 많이 들려오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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