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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대 수업연한 다양화해 선취업·후진학 체제 자리잡아야

■ 이기우 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br>4년제 대학보다 체구 작아 산업계 변화 발빠른 대응 가능<br>맞춤형 실무교육 과정 통해 Best 1 아닌 Only 1 키워<br>산학연 명품학교 육성 위해 정부 지원금 대폭 늘려야

이기우 회장. /사진=이호재기자

"주차하기 쉬운 소형차와 같은 전문대는 산업계 변화에 재빨리 적응할 수 있습니다. 학벌보다 능력 위주의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전문대 수업연한을 다양화해 선취업ㆍ후진학 체제가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기우(사진)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재능대 총장)은 16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전문대 경쟁력과 새 정부의 교육정책 방향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지난 2000년대 중반까지 바닥에서 맴돌던 인천재능대를 지역의 명품 직업학교로 키워낸 이 회장은 최근 고졸 취업 추세를 전문대의 위기로 보기보다 국가 전체의 경쟁력 강화로 봐야 한다며 전문대 역할론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4년제 종합대학보다 전문대는 체구가 작다 보니 개혁을 추진하기가 쉽다"며 "방향을 설정하고 개혁을 추진하면 금세 성과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솔직히 총장으로서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4년제 대학이 특성화 학과를 중심으로 신입생을 유치하고 고졸자 취업에 대한 사회적 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전문대 졸업생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지적에 이 회장은 정색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비로소 진정한 경쟁이 시작되는 것"이라며 "직업교육 측면에서 전문대는 국가 산업의 허리를 감당해야 하는 책무를 갖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철저한 역할 분담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취업률이 급등하고 4년제 대학도 변신을 기하고 있지만 특성화된 직업교육 중심의 전문대가 산업계에서 맡아야 할 역할이 분명하고 경쟁력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전문대는 'best 1'을 키우는 곳이 아니라 'only 1'이나 'unique 1'이 되기를 원하는 학생들이 도전하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생산성본부의 2012 고객만족도 조사(NCSI)에서 영진전문대와 영남이공대가 1, 2위를 차지했습니다. 4년제 대학은 순위표에서 아래에 있습니다. 경쟁력 면에서 전문대가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어필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이 회장은 "전문대는 산업의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도 기업과 협조 관계하에 맞춤형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노력한다"며 "일부 학교는 가족기업 개념을 도입해 이미 취업한 학생들을 다시 불러 재교육시키는 프로그램도 시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교육과정을 기업과의 협의를 바탕으로 정할 수 있어 졸업 후 현장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인재를 키워내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4년제 대학은 이 같은 교육과정을 가지기 힘들다고 이 회장은 분석했다.

이 회장은 전문대를 바라보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시각이 실용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에는 4년제 대학에 가지 못하면 어쩔 수 없이 전문대를 가는 분위기였지만 4년제 나와서 직업 유목민이 되기보다 전문대에서 자신만의 기술을 닦기 위해 입학하는 이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전문대 교육에 대해 이 회장은 "백화점과 같은 나열식 학과 개설은 지양하고 꼭 필요하고 학생들의 경쟁력을 키워줄 수 있는 맞춤형 실무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마다 하나의 명품 전문학교를 만들어 산학연 연계의 모델로 키워가야 한다는 것도 이 회장의 지론이다.

물론 정책적 뒷받침도 중요하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집에서 학위과정과 수업연한을 다양화하고 전문대 특성화 100개교를 육성해 평생직업능력 선도대학을 도입하는 등 전문대 세계화 프로젝트 추진방침을 밝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회장은 "전체 대학생의 24.7%가 전문대에서 공부를 하는데 정부의 고등교육 예산 5조400억원 가운데 전문대 지원금은 7.7%에 불과하다"며 "직업교육은 정부의 고민과 체계적 지원이 없이는 불가능한 만큼 전문대 지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박 당선인이 공약만 잘 이행해도 전문대 경쟁력은 한층 나아질 것이라고 봤다.

다만 '선취업ㆍ후진학'의 정책 방향이 4년제 대학으로만 귀결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전문대 수업을 2년에서 상황에 따라 4년까지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선취업한 학생들이 후진학의 목표를 모두 4년제 일반대학으로만 잡으면 결국 학벌 사회와 대학 서열화의 틀 속에 갇히게 됩니다. 진정한 자기계발을 이룰 수 있도록 전문대의 후진학을 활성화할 수 있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합니다."

이 회장은 전문대 스스로 개혁의 고삐를 죄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모든 대학의 비리는 99%가 설립자 또는 설립자의 가족들이 주인 행세를 하려다 보니 발생한다"며 "뚜렷한 교육 철학하에 대학을 개인 소유물로 여기지 말고 국가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산업 역군을 길러낸다는 마음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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