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의 필사로 알려진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은 21일 자신이 작성한 ‘바보, 산을 옮기다’라는 책에서 노 대통령과 이 총리가 지난 2006년 1월 4일 청와대 대통령 관저에서 언성을 높이면서까지 각을 세웠다고 전했다.
이 책에 따르면 당시 노 대통령은 4개 부처 개각을 단행하면서 유시민 의원을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임명할 계획이었지만 당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와 내정자 명단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이틀이 지나도 당 반발이 사그라지지 않자 노 대통령은 유 장관 내정 발표 강행을 지시했다.
이에 청와대를 찾은 이 총리는 유 의원의 입각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윤 전 대변인은 이 책에서 “대통령이 언성을 높였고, 총리도 언성을 높였고, 대통령과 총리 사이에 한동안 고성이 오고 갔고, 감정섞인 말들도 나왔다”고 전했다.
노 대통령은 “당이 간섭할 문제가 아닙니다”라고 목소리 톤을 높였고, 이 총리는 “감정적으로 그러지 마세요”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자 노 대통령은 발끈해 “어째서 총리가 생각하는 것만 옳습니까? 누가 옳은지 모릅니다. 원칙대로 가는게 맞습니다. 발표 안하면 내가 직접 기자실에 갑니다”라고 말했고, 그래도 이 총리가 물러서지 않자 노 대통령은 “그럴거면 그만두세요!”는 말까지 내뱉었다. 책임총리로 불리며 각별한 신뢰를 받던 이 총리와 노 대통령의 복합적인 관계를 상징하는 장면이다.
노 대통령은 이 총리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었지만 때로는 긴장도 없지 않았다고 한다.
2005년 6월초 “대통령 측근, 사조직의 발호를 막아야 한다”는 헤드라인의 이 총리 발언 기사는 노 대통령의 미간을 찌푸리게 했다. 노 대통령은 ‘힘이 빠져나가는 느낌’을 받았고 김우식 비서실장의 보고 자리에서 이 총리 발언에 불쾌감도 표시했다고 이 책은 기술했다. 당시 열린우리당의 청와대 인적쇄신 목소리가 높아지자 노 대통령은 “당정청회의에서 청와대는 빠지도록 하라”고 지시했고, 이 총리와의 주례회동도 당분간 하지 않겠다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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