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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대목 맞아 찾아간 그 곳, 당신에게 5일장이란

추석 손님 맞이 한창인 남양주 장현장, '세로 동영상'으로 생생히 담아

人情 넘치는 공간에 정작 사라져 가는 人

그러나 '가격 경쟁력' 등 장점도 많아...살아남기 위해 변화 몸부림도

서울경제신문의 디지털 브랜드 ‘서울경제썸’이 추석 대목을 맞아 찾아간 경기 남양주시의 ‘장현장’에서 뻥튀기 장사를 하는 이상만 씨가 기계를 돌리며 튀밥을 만들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의 디지털 브랜드 ‘서울경제썸’이 추석 대목을 맞은 경기 남양주시 장현장을 찾아가 이곳을 찾은 손님과 상인들을 상대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명절 때는 하루에 100번도 넘게 튀겨. 기계 네 대로 돌려야 돼.”

서울에서 버스로 한 시간 거리의 경기도 남양주시 장현리. 매월 2,7일 이곳 도로 한편에서 좌판을 깔고 일명 ‘뻥튀기’ 장사를 하는 이상만(69)씨가 절구통 모양의 묵직한 기계를 연신 돌려대며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1년에 두 번 뿐인 명절 대목을 맞은 장현 5일장엔 이 씨의 팔놀림처럼 경쾌한 사고팔기가 이곳저곳에서 이어졌다. 기계의 압력을 못 이겨 좌판을 한참 벗어나 버린 튀밥, 그 ‘공짜 주전부리’의 구수한 향기가 시장 구석구석을 달래주던 장현장을 서울경제신문의 디지털 브랜드 ‘서울경제썸’이 지난 17일 찾아갔다.



◇ “5일장에 왜 오냐고? 그냥 오는 데 아녀?”= 오전 9시경 남양주시 진접읍에서 온 이진희(80) 할머니는 일찌감치 장 한 모퉁이에 자리를 잡았다. 지난 20년간 장이 열리는 날이면 으레 찾아가는 공간이다. 며칠 전 손자를 본 옆 동네 김씨 할아버지, 올 여름 관절염이 더 심해져 시장 오가는 일이 여간 힘든 게 아니라고 투덜대는 박씨 할머니 등 일상다반사를 함께 나눈 지기들이 5일마다 이곳에서 보여 이야기꽃을 피운다. 이 할머니는 ‘왜 5일장을 찾느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런 고민을 해본 적이 없어. 원래 오는 데 아녀?”라고 반문하며 “마트는 예쁘게 포장해 비싸게 팔지만 여기선 울퉁불퉁 못생겨도 많이 주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대목을 맞은 장현장은 부산했다. 오랜만에 찾아온 북적거림은 민족 최대 명절 한가위가 이들에게 준 선물이다. 제수 음식을 장만하러 나왔다는 조정숙(55·여)씨는 “평소엔 마트를 가는데 명절 때는 이 곳을 찾는 편”이라며 “아무래도 마트보다 가격도 저렴하고 과일·생선 등도 좀 더 싱싱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장현장에서 어묵을 파는 홍광표(51)씨는 “추석 연휴를 코 앞에 두고선 더 많은 사람들이 올 것”이라며 “(내가 다니는) 다른 장에 비해 이곳 벌이가 제법 쏠쏠하다”고 전했다.

5일장, 그 고즈넉함의 가장 큰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인정(人情)이다. 첫 손님에겐 ‘개시’, 끝 손님에겐 ‘떨이’라는 특별 할인가(?)가 주어지고,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서비스가 예삿일처럼 오가는 풍경은 5일장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소소한 특권이다. 최만기 장현장 상인연합회 중앙로 회장은 “5일장은 물건을 그날그날 공수해 마트보다 신선보다 품질도 좋다”며 “‘덤’이라는 문화가 있어 가격도 싸다”고 말했다.



◇ 인정(人情) 넘치는 공간, 정작 사라져가는 인(人)= 사람 내음 자랑하던 5일장에 정작 사람의 발길이 끊기고 있다는 얘기는 별반 새로울 게 없는 뉴스다. 도심은 물론 웬만한 지역 구석구석을 점령해 버린 대형마트와 백화점, 기업형 슈퍼마켓(SSM)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데다 깨끗하고 편리한 시설을 선호하는 현대 소비문화 등 때문에 5일장은 사양길에 접어든 지 오래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지난 2011년 자료에 따르면 5일장이 대부분인 정기시장(주기적으로 일정한 날짜에 상거래가 이뤄지는 시장) 개수는 1975년 1,047곳에 달했으나 2010년엔 476개로 절반 이상이 사라져 버렸다. 지난 2010년 이후 대형마트의 매출액은 ‘42.1조원(11년) → 44.8조원(12년) → 45.9조원(13년)’ 등으로 꾸준히 늘어난 반면 전통시장의 매출액은 ‘22.1조원(11년) → 21.1조원(12년) → 20.7조원(13년)’ 등으로 줄어들었다. 김기평 대전대 국제물류학과 교수는 “5일장의 경우 고정 점포가 없고 상인들의 조직력도 약하다 보니 상인회 등의 조직을 통한 이익 활동도 제약이 많다”고 지적했다.

5일장은 전통시장이란 큰 범주에 묶여 있을 뿐 따로 관리를 하거나 지원을 담당하는 정부 부처가 존재하지 않는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임의적으로 관리·지원을 맡다보니 시장별로 행정 처리나 지원 등이 상이하다. 장현장을 맡고 있는 남양주시청의 한 관계자는 “5일장은 노점에 속하고 사실상 불법이라서 단속을 해야 하는 대상”이라며 “오래된 전통을 무시할 수 없고, 많은 상인들을 통제할 인력도 없어 내버려 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선 장현장 상인연합회 북부 회장은 “소비자 유치를 위해 경로잔치나 장학금 전달, 불우이웃돕기 등 다양한 행사를 열고 있지만 아무래도 정부의 공식적인 지원이 없다보니 한계가 많다”고 전했다.

주차장이나 영·유아 공간, 휴게실 등 고객 편의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도 5일장을 비롯한 전통시장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개선 과제다. 지난해 기준 전통시장 내 고객 주차장이 마련돼 있는 곳은 861곳으로 전체의 56.1%에 그쳤고, 유아놀이방·어린이 놀이터, 수유시설, 고객 휴게실이 있는 곳은 각각 5.4%, 5.2%, 15.6%에 불과했다.

◇ 장점 많은 5일장, 변화 꾀하다= 편리·간편의 가치가 일상화된 현대 사회에 5일장은 불편한 곳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가격 경쟁력’ 등 대형마트의 자본에 맞설 수 있는 강점이 존재하고, 최근 변화의 몸부림을 보이고 있는 곳도 많아 문화 공간으로서의 존재 이유는 뚜렷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최근 중소기업청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전통시장과 인근 대형마트 각각 37곳의 추석 제수용품 가격을 비교한 결과 올 추석 차례상을 차리는데 소요되는 비용(4인 기준)은 전통시장이 평균 20만3,989원으로, 25만2,172원의 대형마트보다 19.1% 저렴했다. 조사 품목 26개 가운데 밀가루·술·시금치를 제외한 23개 품목에서 전통시장이 대형마트보다 쌌다. 서울경제썸이 장현장과 인근 대형마트 2곳에서 직접 제수 음식을 구매한 결과 역시 이와 비슷한데 5일장에서의 구매가가 18.6% 낮았다. 노화봉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조사연구실장은 “매년 치솟는 물가로 인해 소비자의 가계 부담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전통시장은 저렴하고 보다 품질 좋은 제품으로 소비자를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고 강조했다.

최근 5일장을 비롯한 전통시장은 지역적 특색이나 시장만의 차별화된 강점을 내세우는 이른바 ‘온리원(Only one) 전략’으로 살아남기 경쟁에 나서고 있다. 강원도가 영월·평창·충북 제천과 함께 2013년부터 추진 중인 ‘장돌뱅이 루트 연계사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국비 9억원·지방비 1억원 등 총 10억원을 투입한 이 사업은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인 평창 올림픽시장과 영월 민속시장, 제천 한마음시장 등 전통 5일장을 연계해 체험 관광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국내·외 방문객들이 크게 증가, 상인들의 매출액이 평균 30% 이상씩 늘어났다. 엄종섭 장돌뱅이연합 협동조합장은 “침체에 빠진 5일장의 상황을 극복할 방법을 다 같이 찾아보던 중 이번 사업을 구상하게 됐다”며 “이 행사를 하면서 외부 손님이나 관광상품 판매액이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시장이 두근두근’의 저자이자 전통시장 전문가 이희준씨는 서울경제썸과의 인터뷰에서 “각 지역의 역사적 배경이나 특색을 살리면 전통시장이 훨씬 더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며 “지자체 등 정부가 이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병온기자, 이종호·백상진·이정윤 인턴기자 rocinant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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